Journey of Kepler track

혜진이 일기장 훔쳐보기 - 2

2025.02.20 | 조회 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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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살 실전편

2025 세계를 떠도는 야채빵(메진,빵돌)의 여행기

Day1

31.1. 2025 약간 구름

한참을 대화 없이 올라왔다. 첫날이 힘든 줄은 알고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14km의 트랙, 상승고도 약 900미터. 한라산 등산에 비해 살짝 낮은 난이도(하산이 없다)이고 우린 그 정도 산행 무리 없이 해내니까 큰 걱정은 안 했다. 문제는 3박4일용 백팩을 짊어졌다는 걸 고려하지 못했다는 거다!

땀을 뻘뻘 흘리며 Luxmore 산장에 도착한 건 오후 4시가 가까워질 무렵. 둘 다 녹초가 된 상태로 씻고 밥 먹고 Hut Talk을 들었다.

웃어. 웃는 자가 일류다.
웃어. 웃는 자가 일류다.

케플러트랙은 상대적으로 산장들의 규모가 큰 편이어서인지(50여석) 6명 이상의 그룹 여행객들이 참 많았다. 열댓 명이 함께 온 대가족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그룹끼리 어울리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조금 아쉬운 우리.. 그치만 이럴 땐 또 우리끼리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면 되지!

빵돌이 다운 받아 둔 ‘행복을 찾아서’를 산장 벙커 침대 하나에 껴서 보고 조금 느지막이 잠에 들었다.

 

Day2

1.2.2025 맑다가 구름

오 아름다운 일출과 함께 시작한 하루. 일출을 보러 나간 테라스에서 커다란 Kea가 우릴 맞아줬다. Kea는 뉴질랜드 알파인 지역(고도가 높은 산 속)에 사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앵무새이고 하이커들의 물건을 장난감으로 여겨 이런저런 사건들을 만든다고 한다. 우리의 가방 지퍼를 열기 위해 요리조리 노력하는 녀석.. 오후까지 내내 우리를 포함한 하이커들을 따라오며 즐거움/경계심을 선사?했다.

Kea 안녕?
Kea 안녕?
일출 감상중인 메진을 찾아보세요
일출 감상중인 메진을 찾아보세요
아름다운 일출과 아름답..진 않은 우리. 눈꼽도 못 뗐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름다운 일출과 아름답..진 않은 우리. 눈꼽도 못 뗐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침으로 오트밀죽, 바나나를 먹고 출발했다. 엊그제 본 영화 ‘와일드’에서 셰릴 스트레이드가 내내 찬 오트밀죽 뜨거운 오트밀죽을 먹는데 왠지 같은 경험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신이 났다. 근데 넘 맛있다!!

참고로 ‘와일드’는 빵돌이 PCT를 모른다 해서 특별히 교육용 자료로 함께 다시 봤던 것.

So very close,

so very present,

so very belonging to me.

How wild it was, to let it be.. 마지막 나레이션을 자꾸 곱씹게 된다.

피오르드의 알파인 Ridge(능선?)을 걷는 경험은 아주 특별하다. 내가 딛는 고작 두어 뼘 정도의 등산로에서 조금이라도 옆으로 비껴나면 깎아지르는듯한 낭떠러지다. 앞만 보고 걸으면 전혀 문제가 없지만 가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고 특히 1300, 1400미터 아래 계곡을 내려다보면 갑자기 나를 둘러싼 광활한 자연에 압도돼 똑바로 잘 걷다가도 다리가 후들거리며 휘청이게 된다ㅋㅋ

생각보다 더 길이 좁고요.. 생각보다 더 양 옆이 가파릅니다..
생각보다 더 길이 좁고요.. 생각보다 더 양 옆이 가파릅니다..
뷰는 정말 끝장남~~~~
뷰는 정말 끝장남~~~~

꽤 고도가 있는 구간이어서 바람이 찼지만 2시간가량 끝내주는 뷰의 능선을 걷고 있자니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물론 지루한 하산길은 예외다. 으아 힘들었다. 총 7여시간의 하이킹, Iris Burn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내려두고 근처 강가로 뛰어들었다. 물이 너무 차 발목만 겨우 담갔다며 도전해 보라던 미국 여자 친구들이 신나게 수영하는 우리를 신기하게 구경했다 ㅋㅋㅋㅋ 캘리걸들 차가운 강물수영은 안해봤늬?

저녁 먹은 빵돌이가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대서 종합감기약을 먹이고 오늘은 일찍 자야 할 거 같다. 하이킹 중 아프면 안 될 텐데….

 

Day3

2.2.2025 구름많다가 아주 맑아짐

아 행 복 해!!!

세계 탑급 트래킹이라는 밀포드트랙을 다녀와서인지 처음 이틀간의 케플러트랙은 사실, 솔직하게 말해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물론 첫날의 아름다운 티아나우 호수 둘레길, 둘째 날 탁 트인 알파인 뷰와 아찔한 능선길이 멋지긴 했지만..

하지만 오늘 5시간의 평화로운 숲길을 걷고 만난 Moturau 산장 앞 마나포우리 호수의 기분 좋은 차가움, 신나게 풍덩거리다 나와 따끈한 굵은 모래에 뻐근한 발목을 찜질하며 시원한 살랑바람, 잔잔한 물소리를 느끼며 앉아 있는 그 순간의 행복감은 정말 말로 표현을 다 할 수 없다. ‘아 너무 좋다-!’ 하는 감탄사가 자꾸만 나왔다. 이게 바로 케플러트랙의 매력이구나!

아 조타 발목 찜질
아 조타 발목 찜질
자세히 보면 메진 떠 있음
자세히 보면 메진 떠 있음

여기는(영어로는) 잔잔한 모래가 펼쳐진 호숫가도 beach라고 표현하는데 정말 평화로운 해변가 같은 바이브였다. 3일간의 트래킹을 마친 낯익은 사람들이 해변 여기저기에 늘어져 있고 가끔은 호수에 풍덩대며 기분 좋은 나른함을 공유했다.

한시간 반을 수영하고 태닝하고 해변에 누워 뒹굴대다 맬번에서 온 라이언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4월에 맬번에서 커피 한 잔 하자며 연락처를 나눴다.

산장에서 바라본 호수 풍경.. 평화롭고 아름다와
산장에서 바라본 호수 풍경.. 평화롭고 아름다와

수영 후 가장 좋은 저녁메뉴는 뭐다? 밀포드트랙때 신라면을 한 봉지만 가져간 바람에 아쉬워 담엔 꼭 두 봉지를 먹자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 이었다. 각 1라면 하는 날. 행복에 행복을 더하면?

ㅋㅋㅋ 1인1라면의 행복.. 그치만 좀.. 매웠다...
ㅋㅋㅋ 1인1라면의 행복.. 그치만 좀.. 매웠다...

Motorua산장의 레인저 루스는 오늘 Hut Talk에 마나포우리 호수 근처의 식물들을 소개하며 이 호수를 지켜낸 캠페인에 대해 알려줬다. 영국에서 왔다는데 악센트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ㅋㅋㅋㅋ 어제 Irish Burn산장, 첫날 Luxmore신장의 레인저들(이름 기억못해 미안합니다..)은 새들에 대해 알려줬었는데 멸종된 줄 알았다가 살려낸 Tahake와 시력이 매우 안 좋아 거의 장님이나 다름없다는 Kiwi 모두 너무 보고 싶다. 아주아주 맑은 빠른물에서만 산다는 Blue duck도 엄청 귀한데 우리는 밀포드 트랙에서 운 좋게 한번 본 적이 있다.

암튼 케플러 트랙은 Hut Talk이 참 매력이다. 일차적인 감상에 머물지 않고 깊이 있는 이해가 더해진 여행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나저나 beech와 beach는 발음이 어떻게 다른 걸까??

오늘의 교재. 넘 잼있고 유익하고!
오늘의 교재. 넘 잼있고 유익하고!

 

Day4

3.2.2025 맑음

이런 경우는 잘 없었는데 오늘 산장에서 제일 빨리 출발한 그룹이 우리였다. 오늘의 트랙은 호수를 따라 걷는 15.5km의 아주 쉬운 길이고 예상 소요 시간은 4~5시간 정도. 다들 산장과 호수의 여유를 즐기려는지 천천히 움직였지만 우리는 목표가 있는 사람들이다.

케플러 트랙은 흔치 않은 원점회귀 트랙이기 때문에 오늘 트래킹을 끝내면 우리가 처음 주차했던 트랙입구 주차장에 도착하게 된다. 그럼 우리는 우리 캠퍼밴을 타고 퀸즈타운으로 이동할 예정이고 퀸즈타운은 그 유명한 Ferg Burger(뉴질랜드에서 제일 유명한 식당인듯 아마도)의 고장… 구글맵에서 확인한 마감 시간은 4시반.. 여차저차 계산해 보니 잘만 하면 캐플러트랙 완주를 Ferg버거로 축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기다려라 두부버거, 팔라펠버거!!

아침밥을 후루룩 마시고 라이언과 호주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새벽같이 산장을 떠났다. 의지의 한국인들은 약 3시간 반 만에 트래킹을 끝냈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둘러 볼일을 처리하고 퀸즈타운으로 이동했는데 알고 봤더니 Ferg버거 마감 시간은 오후 4시반이아니라 새벽 4시반이었다는 소식.. (사실상 24시간 영업)

^_^ 히히
^_^ 히히

그 정신없는 트래킹 중에도 새벽 숲의 고요함, 해가 다 올라오기 전 늪지대의 아름다움은 꼭 멈춰서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새벽녘의 늪
새벽녘의 늪
새볔녘의 방돌
새볔녘의 방돌
이건 좀 아침의 메진
이건 좀 아침의 메진
새벽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트래킹.. 기분 좋은 둘
새벽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트래킹.. 기분 좋은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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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발행에 깊은 사과 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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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쵸쵸언니의 프로필 이미지

    쵸쵸언니

    1
    10 months 전

    4시반 마무리? 오히려 좋아 그나저나 새벽녘의 늪 사진 왠지 들여다보면 고요히 빠져들 것 같아서 왠지 무서워 뭔지 아니? 대자연..

    ㄴ 답글 (2)
  • 징너의 프로필 이미지

    징너

    1
    10 months 전

    새벽 네시반 마감 쏘 코리안 스타일인걸?ㅋㅋㅋ ridge 걷는 코스 넘 멋지다!! 처음 길을 낸 사람은 누굴까? 대단해~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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