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고 시작하는 온라인집들이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꿈꾸시나요? 정독하고 가십시오

2025.11.28 | 조회 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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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살 실전편

2025 세계를 떠도는 야채빵(메진,빵돌)의 여행기

#혜진(야채)

 

뉴질랜드는 인구밀도가 아주 낮고 자연속 경관이 어딜가든 너무 아름다운데 그 모든 곳이 관광지로 개발되지 못했을 뿐더러 ‘자연은 모두의 것이고 그 중 최고로 좋은 경관은 누구나 접근가능해야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은 곳이다. 처음엔 이 관점이 정말 놀라웠다. 한국이었다면 이런 곳 무조건 자본이 매입해 리조트, 카페 와장창 세우고 관광객 지갑을 탈탈 털었을 것이기 때문. 뉴질랜드의 이런 경향은 건국 조약인 와이탕이 조약에서 시작 된 것(’뉴질랜드의 모든 땅과 강, 바다는 마오리의 것이다’) 으로 추측을 해본다. 물론 와이탕이 조약의 해석과 최근의 반 마오리 정책 등이 많은 논란이 있긴 하다.

어찌됐든 아름다운 호수, 강변, 산은 거의 대부분 뉴질랜드 DOC(Department of Conservation : 보존부)의 관할이고 DOC 소유 공공 보호 구역 에서는 누구에게나 캠핑 할 자유(Freedom of Camping)가 주어진다. 멋져라. 경치좋은 포인트에 주차만 반듯이 하면 되니, 우리 같은 저예산 여행자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 그래서 매년 여름이면 전 세계에서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하기 위해 몰려든다.

자유에는 책임도 따라오는 법. 최근 캠퍼밴 여행이 각광 받으며 새로운 규정이나 추가 제한사항도 생기는 추세이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캠퍼밴이 ‘Self-contained’ 인증을 받아야한다.

Self-contained 차량만 캠핑이 가능하고 최대 3일 체류할 수 있다는 안내판 @푸카키호수
Self-contained 차량만 캠핑이 가능하고 최대 3일 체류할 수 있다는 안내판 @푸카키호수

외부 지원 없이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인데, 간단히 설명하면 차량 내에 싱크대와 화장실 및 오수탱크가 구비되어 있다는 뜻이다. (오수는 특정 시설에서 배출 할 수 있다) 이 인증을 받은 차량은 차량 전면유리에 인증카드를 비치해 두어야하며 만약 이 인증 없이 캠핑하다 적발이 되면 벌금을 (많이) 내야한다.

우리 캠퍼밴의 인증카드(원랜 초록색이라 Green Certificate 라고 부르기도 한데 강한 햇볕에 색이 날아갔다고..)
우리 캠퍼밴의 인증카드(원랜 초록색이라 Green Certificate 라고 부르기도 한데 강한 햇볕에 색이 날아갔다고..)
모터 스위치가 종종 고장나서 우리 속을 태웠던 싱크.. 잘 해결했음
모터 스위치가 종종 고장나서 우리 속을 태웠던 싱크.. 잘 해결했음
화장실.. 우리 전 주인도 우리도 다음 주인도 사용하지 않을
화장실.. 우리 전 주인도 우리도 다음 주인도 사용하지 않을

하지만 대부분의 캠퍼밴 여행자들은 캠퍼밴 내 화장실을 쓰지 않는다. 우리가 밴을 구매 했을 때도 변기는 비닐조차 뜯지 않은 새 것 이었으며, 우리도 사용하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굳이 설명 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하겠지.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다행히도 뉴질랜드는 공공화장실이 굉장히 많다. 수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뉴질랜드 만큼 공공화장실이 갖춰진 곳은 본 적이 없다. 한국보다도 많고 쾌적한데 얼마나 좋으냐면 난방과 핸드워시는 기본, 최신형 다이슨 핸드드라이어까지 비치된 곳이 종종 있다. 문제는 운영시간이 제한적인 - 저녁9시 이후에 문을 닫는다거나 하는 - 화장실이 종종 있었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노지에서 캠핑 할 때 화장실이 문 닫기 직전에 갔다가 밤동안 물조차 한모금 마시지 않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화장실에 달려가곤하는, 지나고 보면 정말 웃픈 에피소드도 많이 쌓았다. 다행히 인간의 존엄을 포기해야하거나 하는 상황은 없었다.

말보로 와이너리 투어하며 즐겨 찾았던 블레넘의 노지캠핑장의 노을. 여기 화장실은 24시간 개방이었음.. 감사
말보로 와이너리 투어하며 즐겨 찾았던 블레넘의 노지캠핑장의 노을. 여기 화장실은 24시간 개방이었음.. 감사

이론적으론 우리의 캠퍼밴으로 어디서든 캠핑을 할 수 있지만 여행 초반엔 주로 유료캠핑장을 이용했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유료캠핑장은 안전하고, 부지 내에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고 공용주방과 다이닝공간이 널찍해 요리와 뒷정리도 쉽고, 24시간 열린 깨끗한 화장실이 바로 앞에 있으며 매일 몇 번이고도 샤워할 수 있다! 때때로 미니 식료품점, 스파, 놀이시설 같은 편의시설이 구비된 곳들도 있었다. 캠핑장의 사이트 비용은 1박 5~70달러 내외(한화 4~6만원).

노지에서도 잘 해먹긴 했지만
노지에서도 잘 해먹긴 했지만
유료캠핑장 주방을 이용하면 퀄리티가 좀.. 더 좋아지는
유료캠핑장 주방을 이용하면 퀄리티가 좀.. 더 좋아지는
때깔좋은 저녁상. 넘 그리운 뉴질랜드 과일들.. 아보카도...♡
때깔좋은 저녁상. 넘 그리운 뉴질랜드 과일들.. 아보카도...♡
노지캠핑때의 수고를 줄이기 위해 쾌적한 주방에서 샌드위치를 왕창 싸서 출발하기도 했다
노지캠핑때의 수고를 줄이기 위해 쾌적한 주방에서 샌드위치를 왕창 싸서 출발하기도 했다

반면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아웃도어의 기분을 만끽하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사이트 간의 간격은 2~3미터정도.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광활한 자연 속에 우리만 있는 듯한 자유와 해방감, 압도적인 뷰를 내 개인 마당으로 가진 충만함을 느낄 순 없었다. 물론 ‘자유롭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게된건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이겨낸 이후 였었고..

입이 닳도록 자랑한 푸카키호수 앞 캠핑의 어느날 아침. 눈을 뜨면 이 광경이 나를 기다려.. 
입이 닳도록 자랑한 푸카키호수 앞 캠핑의 어느날 아침. 눈을 뜨면 이 광경이 나를 기다려.. 
아름답던 어느 노지사이트의 호수 뷰,,
아름답던 어느 노지사이트의 호수 뷰,,

캠핑카를 운전해 남쪽으로 향하던 첫날 밤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우여곡절 끝에(빵스민의 뉴질랜드 운전 편에서 언급 했듯 첫 날 고속도로에서 시동을 너댓번 꺼먹었다) 늦은 오후 나즈막한 언덕을 마주보는 강변 탁 트인 평지의 무료 캠핑구역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촉박했던 일정 때문에 이동경로 상 최적 동선인 곳을 찾아간 것인데 풍광도 분위기도 여유롭고 한적해 마음에 쏙 들었다. 아 이게 바로 캠퍼밴 여행의 맛~ 로망 실현 1일차~~ 설렌 마음을 주체 못하고 사진을 수백장 찍어가며 즐겼는데 해가 지고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아니 낯선 나라 인적드문 외딴 노지 한가운데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니? 지금 나를 보호해 줄 건 30년 된 똥차 뿐인데? 창문도 몹시 부실해 밖에서 부수면 그냥 쉽게 깨질 것 같은데? 아까 저멀리서 큰소리로 라디오 켜놓던 남자한테 괜히 눈을 흘겼나? 우리를 털려고 하면 어떡하지? 갖가지 스릴러 시나리오가 다양하게 밤새 스트리밍 됐고 정말이지 심란한 밤이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 밤도 그랬고 그 다음날도, 다음다음날도 마찬가지.

설렘뿐이었던 캠핑 첫 날. 첫 캠핑 사이트. 이땐 몰랐지
설렘뿐이었던 캠핑 첫 날. 첫 캠핑 사이트. 이땐 몰랐지
다음날 아침. 살아남음의 기쁨(?)
다음날 아침. 살아남음의 기쁨(?)

그렇게 차차 무서움 이슈를 극복한 우리는 편의시설은 없지만 잘 가꿔지고 화장실도 이웃 해 있는 무료 노지사이트들을 하나 둘 정복해나갔다. 조금 부지런을 떨어 뷰까지 좋은 스팟을 잡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우리 캠퍼밴의 옵션엔 꽤나 넉넉한 사이즈의 냉장고와 여분 배터리가 있었기에 3,4일까지는 운전하지 않아도 냉장고의 맥주를 시원하게 유지하고 각종 전자기기를 충전하기에 충분했지만 매일 샤워를 하던 버릇이 남아 있던 초반엔 최대 하루이틀 노지에서 샤워를 스킵하고 그 다음날은 캠핑장을 예약해 샤워와 빨래를 하는 퐁당퐁당 전략을 쓰곤했다.

항상 맥주와 와인, 치즈, 과일로 가득했었던 우리 냉장고. 저 땐 팔려고 찍은 홍보사진이라 다 비워봤다^^
항상 맥주와 와인, 치즈, 과일로 가득했었던 우리 냉장고. 저 땐 팔려고 찍은 홍보사진이라 다 비워봤다^^

그러다 차츰 샤워를 건너뛰는 날에 관대해지기 시작했다. 밴에 싱크가 있고 25L용량의 물탱크도 있어서(그리고 비상용 식수도 꼭 몇 통씩 챙겨뒀다) 세수와 양치에는 무리가 없었고 그레이트웍스-장거리 트래킹 때 3박4일씩 호수수영으로 샤워를 대체했던 경험으로 비샤워역치(?)가 높아졌던 것 같기도 하다.

한국에서 지낼 때는 매일 샤워를 하지 않으면 더럽게 느껴지고 스스로 찝찝한 기분이 들어 외출하지 않은 날에도 샤워를 하곤 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지내다 보니 크게 더러워지거나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았다면 매번 뜨거운 물에 비누로 몸을 박박 씻을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건조했던 빵스민과 나의 피부가 훨씬 건강해지고 있었다. 특히 내 머릿결이 굉장히 향상됐는데 머릿결의 적은 잦은 샴푸라는 얘기가 사실이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네.. 물론 뉴질랜드의 여름 기후가 굉장히 건조하고 해가 지면 선선해 쾌적한 덕도 있었다.

조용한 시골마을의 무료캠핑사이트. 공원 옆 주차장이었는데 마침 그날 야외 영화상영 행사가 있었다
조용한 시골마을의 무료캠핑사이트. 공원 옆 주차장이었는데 마침 그날 야외 영화상영 행사가 있었다

그렇게 3달여간 뉴질랜드 곳곳 6,600km를 운전해 쏘다니며 마주친 아름다운 곳에선 멈춰서 하룻밤 지내고 더 좋은 곳에선 2,3일도 지내는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캠퍼밴 여행을 즐기다 왔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3개월간 우리의 이동수단이자 집이자 카페이자 놀이터이며 학교였던 캠퍼밴과는 아름다운 이별을 고한(지도 백만년) 상태 이지만 대체 어떤 구조였는지 어떤 모습으로 지냈는지 궁금해 할 구독자들을 위해 우리 밴의 온라인 집들이를 간단히 선보이려고 한다.

캠퍼밴 살 땐 침대가 테이블로 바뀌는 저 구조에 너무 꽂혔었음
캠퍼밴 살 땐 침대가 테이블로 바뀌는 저 구조에 너무 꽂혔었음
하지만 거의 한번도 안썼고….. 주로 침대형태로만 사용했다. 둘이 누워도 넉넉한 가로 너비
하지만 거의 한번도 안썼고….. 주로 침대형태로만 사용했다. 둘이 누워도 넉넉한 가로 너비
문제는 침대 길이. 나는 두다리 쭉 뻗어도 발아래 머리위 공간이 충분했는데 아닌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침대 길이. 나는 두다리 쭉 뻗어도 발아래 머리위 공간이 충분했는데 아닌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기념으로 남긴 캠핑으로 맞는 첫 아침. 캠퍼밴 적응중 팅팅 부은 빵&메
기념으로 남긴 캠핑으로 맞는 첫 아침. 캠퍼밴 적응중 팅팅 부은 빵&메
실내 주방공간.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요리하기 천정높이가 나쁘지 않았는데 아닌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실내 주방공간.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요리하기 천정높이가 나쁘지 않았는데 아닌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선반속엔 주로 식료품들과 주방기구들을 보관했다
선반속엔 주로 식료품들과 주방기구들을 보관했다
침대아래 수납장(양쪽)에는 옷가지, 신발, 가방, 술이 가득.. 강제 미니멀라이프
침대아래 수납장(양쪽)에는 옷가지, 신발, 가방, 술이 가득.. 강제 미니멀라이프
바람 많이 부는 날은 실내에서 요리하기도 했다. 칼 잡았는데 귀찮게해서 표독해진 메진
바람 많이 부는 날은 실내에서 요리하기도 했다. 칼 잡았는데 귀찮게해서 표독해진 메진
그치만 주로 밖에서 요리하고 앉아있고 했다. 내내 좋았던 날씨운 덕분
그치만 주로 밖에서 요리하고 앉아있고 했다. 내내 좋았던 날씨운 덕분

부족한 수납공간, 언덕을 시원히 오르기엔 역부족인 엔진, 고장난 에어컨과 선팅 없는 창문.. 불평할 것이라면 차고 넘쳤지만 3달동안 우리는 그냥 주어진 것에 행복하고 만족했으며 충만했다. 어딜가든 아름다웠고 불편함 마저 즐거웠다. 매일 틈만나면 다투고 싸우기 일쑤인 우리가 뉴질랜드 여행동안은 내내 다정히 잘 지냈던 것도 이런 마음에서 나온 너그러움 때문 이었을까?

내 인생에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로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꼬옥 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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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발행에 깊은 사과 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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