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보다 더 큰 무대, 콜드플레이(Coldplay)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드디어 완연한 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조금 지나면 사라질 이 좋은 날씨를 누리기 위해 저는 부던히 밖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주말에는 콜드플레이(Coldplay) 콘서트를 다녀왔어요. 작년 9월에 예매를 준비하고, 무려 7개월이 지나 기다리던 공연을 만끽하고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여운이 가시기 전에 제가 즐겁게 즐긴 이 콜드플레이에 대해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콜드플레이(Coldplay)는 어떤 밴드인가?

 콜드플레이는 1996년 영국에서 결성된 무려 30년이 다 되어가는 장수 밴드에요. 

 재미난 점은 멤버 4명이 모두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동문이라는 것!

 대학 시절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나누던 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본격적인 음악 활동에 뛰어들며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어요.

 당시 영국 음악계는 브릿팝(Britpop) 열풍이 막바지에 이르던 시기였는데요. 오아시스(Oasis), 블러(Blur), 스웨이드(Suede) 등으로 대표되는 브릿팝은 90년대 영국 대중문화를 주도했지만, 과열된 경쟁과 상업화로 인해 점점 그 열기가 식어가고 있었죠.

 이런 브릿팝 이후의 공백기에 등장한 콜드플레이는,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사운드로 대중과 비평가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1999년 발표한 EP The Blue Room, 그리고 2000년 데뷔 앨범 Parachutes는 시작부터 월드 클래스 밴드의 성대한 출발을 알렸습니다.

 싱글차트 20위 안에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밴드의 소박한 소망과 달리 "Yellow"를 비롯한 "Shiver", "Trouble" 등의 잭팟으로 영국 차트 10위 내에 든 싱글이 되었어요.

 그렇게 시작부터 대박을 터뜨린 콜드플레이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콜드플레이(Coldplay)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

 콜드플레이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음악이겠죠. 콜드플레이의 앨범별 특징을 통해, 그들이 그동안 써내려온 음악적 이야기를 간단히 나눠볼게요.

 1집~3집: 서정적인 감성의 시대

 콜드플레이의 초창기 앨범들은 전반적으로 서정적이고 내밀한 감성이 중심이에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1집(Parachutes, 2000년)의 "Yellow"나 2집(A Rush of Blood to the Head, 2002년)의 "The Scientist" 같은  곡들이 모두 이 때 탄생했어요.

 특히, 이런 명곡들은 노래 자체가 훌륭한 것 외에도 숨겨진 이야기들이 이 노래들과 콜드플레이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1집의 "Yellow"에서는 뮤직비디오에 담긴 이야기가 재밌어요. 원래 Yellow는 화창한 날씨 속에서 멤버들과 함께 촬영하려고 했으나, 드러머인 윌 챔피언이 모친상을 당해 보컬인 크리스 마틴만 나왔다고 해요.

 심지어 영국의 오락가락한 날씨 속에서 비가 많이 내리고 말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곡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고, 곡의 후반부로 가면서 날씨가 조금씩 맑아져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연출되었죠. 콜드플레이의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뮤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집의 "The Scientist"에서는 거꾸로 재생되는 연출이 또 압권인데요. 이 곡은 연인에게 지난 날의 잘못을 고백하고, 사랑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내용이에요.

Nobody said it was easy (쉬울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No one ever said it would be this hard(하지만 이렇게 힘들다고도 하지 않았죠)

Oh take me back to the start(오, 우리의 처음으로 나를 데려가 주세요)

 이런 가사에 맞게 뮤직비디오는 거꾸로 돌아가는 형식으로 연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가 나온 2002년에는 지금과 같이 기술이 발전되지 않았고, 주인공 역할을 한 크리스 마틴은 이 노래를 전부 거꾸로 외웠어야 했다고 해요.

 이번 내한 콘서트에서는 기술의 발전 덕택으로 크리스마틴이 공연한 영상을 거꾸로 재생해주는 연출을 보여주더라고요. 정말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룹입니다.

 3집의 "Fix you"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명곡입니다. 이 곡에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고 해요.

 콜드플레이의 보컬인 크리스마틴은 헐리우드의 유명스타이자 현 브래드 팰척의 아내인 기네스 펠트로와 2003년에 결혼했었어요. 

 그리고 2005년에 발매된 이 "Fix you"에는 당시 아내인 기네스 펠트로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는데요. 기네스 펠트로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슬픔에 잠겨 있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한 곡이라고 해요.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기 전에 산 키보드로 이 곡을 직접 만들었다고 하죠. 이런 크리스 마틴의 마음 때문인지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곡입니다.

Lights will guide you home (빛이 널 집으로 인도하고)

And ignite your bones(따스하게 감싸줄 거야)

I will try to fix you(내가 널 낫게 해줄게)

4집~6집: 스타일의 변화와 확장

 1~3집이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콜드플레이를 향한 기대와 기준은 점점 더 높아졌어요. 특히 서정적인 이미지가 너무 굳어지기 전에 새로운 방향성이 필요했고, 이 시점에서 콜드플레이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합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바로 “확장”이에요. 음악적 스펙트럼도, 메시지도, 무대도 더 넓어졌죠.

 이 때 나온 음악이 바로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입니다. 4집 앨범은 브라이언 이노(Brian Eno)라는 전설적인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어요.

 오케스트라 편곡, 고전 회화에서 따온 앨범 커버,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 등 지금까지의 콜드플레이와는 사뭇 달랐죠.

 이 곡은 고전적인 스트링 사운드와 함께, 몰락한 왕의 시점으로 쓰인 가사가 인상 깊은 곡이에요. 빌보드 1위를 기록하며 콜드플레이의 커리어 최고 전성기 중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매일같이 별 볼일 없는 하루를 보내던 퇴근길에 이 노래를 들으면 무언가 가슴이 웅장해진다고 할까요? 가슴 속에 숨어 있는 뜨거운 열정을 샘솟게 하는 노래에요. 

 이번 콘서트에 가서도 가장 신나게(=정신 줄 놓고) 불렀던 노래입니다. (전국민이 아는 오오오오오~~~)

 5집 Mylo Xyloto (2011)에서는 미래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콜드플레이의 영역을 넓혀가요. 특히 그래피티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사운드는 더욱 밝고 팝적으로 변했죠. 일렉트로닉 요소와 신스 기반 리듬이 많아지면서 젊은 팬층에게도 크게 어필했어요.

 엄청난 떼창 곡인 "Paradise"가 5집의 대표적인수록곡입니다.

 5집의 팝적인 화려함과는 달리, 6집은 굉장히 조용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돌아왔어요. 이 앨범은 크리스 마틴과 기네스 펠트로의 이혼 직후 발표된 앨범으로, 슬픔과 이별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죠.

 앨범 전체가 어두운 분위기지만, 그 속에서 다시 빛을 찾아가려는 의지도 느껴져요. 대표곡인 "A Sky Full of Stars"는 한 번쯤은 다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감성적인 멜로디와 EDM 요소의 조화가 아주 신비롭게 어우러져요. 콘서트장에서도 저를 아주 환장하게 만들어줬던 곡이랍니다.

[T.M.I] 기네스 펠트로와의 이혼 "Conscious Uncoupling"

 기네스 팰트로가 이혼을 발표하면서 “이혼” 대신 “의식적인 결별(Conscious Uncoupling)”이란 단어를 써서 당시 엄청 화제가 됐었다고 해요.

= 서로 미워하지 않고 성숙하게 헤어지는 관계라는 의미!

이 표현은 지금도 연예계나 심리학 쪽에서 좋은 이별의 상징처럼 회자된다고 합니다. (몇 년이 지나고 기네스 펠트로의 현남편인 브래드팰척과 크리스 마틴의 여자친구까지 넷이 놀러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7집~현재 : 글로벌 팝과 메시지의 시대

 콜드플레이는 7집부터 보다 대중적인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면서도, 그 안에 희망, 사랑, 다양성, 지구 공동체 같은 메시지를 진심으로 담기 시작해요. 이제는 그저 “노래하는 밴드”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팀으로 완전히 자리잡았죠.

 8집에서는 인종 차별, 전쟁, 종교, 인간성 같은 사회적인 이슈를 깊이 다루며 사람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담기도 하고요.

 9집 "Music of the Spheres"에서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팝 앨범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이 앨범에서 BTS와 협업한 "My Universe"는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운 좋게 제가 공연에 간 날 BTS 진이 함께 이 무대를 꾸며주었는데, 월드클래스를 둘이나 보다니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10집 "Moon Music"에서도 우주를 컨셉으로 더 거대한 음악들을 만들어가며, 글로벌 스타로서의 범지구적인 메세지를 보내고 있어요.

 콜드플레이가 12집을 마지작으로 더 이상 음반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앞으로 어떤 음악으로 그들의 커리어를 마무리할 지 기대가 됩니다. (더 이상 한국에서 볼 수 없을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남은 목요일, 금요일에 도전하세요!!)

콜드플레이(Coldplay) 공연이 특별한 이유

콜드플레이의 공연은 단순히 노래를 듣는 자리가 아니라, 감정, 빛, 소리, 메시지가 어우러지는 "경험"이에요.

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 – LED 팔찌의 마법

 콜드플레이는 2011년 Mylo Xyloto 투어부터 관객 모두에게 LED 팔찌(Xylobands)를 나눠주기 시작했어요. 이 팔찌는 음악과 조명에 맞춰 색이 바뀌고 깜빡이며, 공연장 전체를 거대한 별빛의 바다처럼 만들어주죠. 관객 모두가 공연의 일부가 되면서 단 하나 뿐인 감동의 순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셈이에요.

 환경 친화적인 콜드플레이는 이 자이로밴드를 회수해서 다음 공연에 활용하는데요. 지금까지 역대 최고 회수율이었던 일본 도쿄 공연의 97%를 이번 내한 공연에서 98%로 경신해서 화제가 되었어요. 

 가위바위보도 일본에 지면 안되니까 마지막 공연까지 잘 회수되어야겠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투어

 2022년 시작된 Music of the Spheres World Tour는 단순한 월드투어가 아니었어요. 콜드플레이는 공연장 자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재생에너지, 태양광 무대, 발전 자전거와 점프 플로어(관객이 뛰면 전기가 만들어지는 바닥) 등을 도입했어요.

 특히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공연장 내부에 플라스틱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공연장 내부로는 어떤 음식물도 가지고 들어올 수 없었고, 내부에서 유일하게 판매하는 맥주, 물, 나쵸의 포장 용기도 모두 종이로 된 소재였습니다.

 공연을 구성하는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지구를 위한 행동이 되는 경험이었어요.

 또한, 콜드플레이는 공연 수익의 10%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2022년 3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투어 ‘Music of the Spheres World Tour’의 예상 수익이 약 1조 6천억원임을 고려해봤을때 정말 대단한 금액이에요.

음악을 넘어선 연결과 위로

 무엇보다 콜드플레이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음악을 통해 건네는 위로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2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 동안 크리스 마틴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바로 "Thank you", "감사합니다"였습니다.

 정말 쉴 틈 없이 팬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데 도저히 감동하지 않을 수 없겠더라고요.

 찾아와준 관객을 랜덤으로 골라 그를 위한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는데요. 다 큰 성인 러시아 남자를 울릴 정도로 이 그룹은 꽤 사람들에게 진심인 듯 해요.

 저 역시 수만 명이 넘는 관객 중에 한 사람이었지만, 콜드플레이에게 정말 위로받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런 순간들이 콜드플레이를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콘서트를 여는 밴드로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콜드플레이 내한 콘서트를 다녀온 이야기였어요. 그들의 화려한 명곡 플레이리스트처럼, 정말이지 볼 것도, 느낄 것도 가득한 공연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마음에 짙은 여운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예술이라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얼마나 소중하고 꼭 필요한 존재인지 다시금 느끼게 돼요.

 특히 여러모로 쉽지 않은 2025년의 지금, 사랑과 예술의 중요성을 진심으로 일깨워준 콜드플레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무한한 경의를 보냅니다.

 그럼 저는 이만, 5월 7일(수)에 다시 편지할게요.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