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계획된 산책이었기 때문에 발걸음은 생각 외로 가벼운 듯 느껴졌습니다. 최근 개관한 서서울미술관은 서남권 첫 공립 미술관으로 뉴미디어에 특화된 미술관입니다. 금천구 독산동이라는 다소 생소한 지역에 개관한 것은 산업 지역의 맥락을 기꺼이 수용하여 전시 담론에 이용한다는 취지가 엿보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약 세 종류의 전시가 진행 중이며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개관 특별전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부터》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개관 특별전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부터》는 서서울미술관의 준공 이야기를 사진으로 기록한 전시입니다. 전시 규모 자체는 크다고 볼 수 없지만 의도는 분명히 전달되었습니다. 미술관이 들어서기 전 부지 선정, 공사부터 시작해 땅을 파고 철근을 세운 뒤 시멘트가 시간의 축적처럼 켜켜이 쌓이면 그 형태 안으로 수많은 작업자의 예술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모두의 예술이 하나의 작품이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온전한 형태로 탄생하는 것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한편에는 그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두터운 사진 책이 있습니다. 한참을 서서 그 페이지를 한 장씩 넘겨보고서 마지막에 닿았을 때 건축은 사람의 탄생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인간은 수정을 통해 세포로부터 시작해 뼈와 살이 붙고 머리카락과 뇌가 생겨나고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그 과정은 건물이 완성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여운을 간직한 채 다른 전시관을 둘러보고 햇살이 가득히 들어오는 쉼 공간 자리에 앉아 사색에 잠겼습니다. 무엇이든 마음먹기 나름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찾지 않아서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명쾌한 답이 나오거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는 끄트머리가 잡힌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쾌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여유로운 일요일을 보낸 것에 감사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오랜만에 혼자 산책을 위해 나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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