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귀국 날 아침이 밝았다 (오사카 기행 2편의 마무리와 3편의 시작이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의도'된 결과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큰 이슈가 없었을 뿐이다). 저녁 7시 귀국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도 우리는 꽤 많은 일을 해내고 말았다. 보통의 숙소는 퇴실 시간이 모두 11시다(적어도 내가 거쳤던 숙소는 그랬다). 내가 머물렀던 숙소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눈을 떴던 8시쯤부터 깊은 고민을 시작했다.
일본의 가게들은 장인 정신과 가업을 이어가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노하우가 축적된 가게가 많은데, 내게 고민을 심어준 가게 또한 90년이라는 세월을 거친 곳이었다. 언젠가 일본에 가게 되면 오래된 카페를 가보고 싶은 작은 소망을 품어 지내다 마침 그 소망을 이룰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나왔다. 그렇게 건물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 더위는 시작됐고 퇴실 후 공항에 가기 전까지 결국 많은 땀을 흘릴 거라는 생각을 했다.
숙소에서 7분 정도 걸어 도착한 곳은 마루후쿠 커피 센니치마에 본점이다. 9시 30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도 가게는 만석을 이루었고 우리가 첫 번째 대기팀이 되었다. 이때부터 조금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들기 시작했다. 늘 여유롭게 움직이는 걸 선호하는 내게 퇴실 1시간 30분 전은 굉장히 촉박하게만 느껴졌다. 게다가 커피를 주문하면 기본적으로 서비스 타임이 길다는 후기를 보며 같이 간 일행에게 연신 불안함을 비쳤다(이 자리를 통해 다리를 많이 떨어 미안했다는 말을 건넨다). 실제로 커피 주문 후 10분 정도가 소요 됐고 함께 주문한 팬케익은 우리가 자리를 뜨기 10분 전에 서빙 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가장 후기가 많았던 디저트인 팬케익은 실제로 훌륭한 맛과 함께 같이 곁들어 나온 버터와 메이플 시럽이 자꾸 시간을 확인하는 내게 여유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그 중 조금 짠 맛의 버터가 이 구성의 킥이었다. 우리는 주문한 음식을 정말 작았던 여유를 느끼며 먹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바깥에는 그새 사람들의 대기 행렬이 늘어선 것에 살짝 놀랐지만 이내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40분 전보다 더욱 덥게만 느껴졌다.
일본의 커피 문화는 굉장히 흥미롭다. 한국과는 약간 반대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로스팅을 굉장히 강하게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라이트와 미디움 로스팅 사이 차가운 커피를 선호하는 반면, 일본은 다크 로스팅과 따듯한 커피 그리고 단 맛이 강한 디저트를 먹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디저트 얘기도 살짝 넣어보자면 유독 일본은 눈에 띄는 디저트가 존재한다. 케이크와 푸딩이 대표적인데, 이는 커피의 맛과도 직결된다. 쓴맛이 강하게 올라올수록 단맛으로 이를 잡아내는 이유가 있지만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고 먹는 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름 수많은 카페를 다니며 결론 낸 탐구의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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