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굳이?
"이거 진짜 해야 돼?"
영하 15도. 오로라를 보러 온 게 아니었나. 내 손에는 카메라 대신 망치가 들려 있었다.
우리의 마지막 미션은 '집 짓기'였다.
워크캠프 참가자가 늘어나 기존 오두막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2주 뒤면 떠난다. 이 집이 완성되어도 나는 여기서 단 하루도 머물 수 없다.

'내가 잘 집도 아닌데.'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곰팡 핀 벽지를 뜯어내며 생각했다.
이건 봉사 같은 느낌이 아니라 몸이 안좋아지는 느낌이었다.
공업용 마스크를 썼지만, 석면인지 곰팡인지 모를 매캐한 공기가 눈과 코를 찔렀다.
지구의 끝에서 단 한 줌의 온기도 없는 폐가를 고치고 있는 우리들.
망치질 한 번에 한숨이 한 번씩 나왔다.


오래된 온기
점심시간.
얼어붙은 몸을 녹이려 숙소로 돌아왔다.
먼저 들어간 리더가 켜둔 난로 덕분에 훈기가 돌았다.
유리창 밖으로는 거친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고작 통나무로 지어진 이 안은 거짓말처럼 온화했다.

'아. 이 집도 누군가 고생하며 지었겠구나.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이 추위 속에서 망치질을 했겠지. 얼굴 모르는 우리를 위해서.'
그들의 억울한 노동 덕분에 나는 지금 따뜻하다.
빚진자라는 마음이 들고 나니 없던 사명감까지 생겼다.

그래. 앞선 이들이 지어놓은 피난처,
그리고 그 혜택을 모두 누리며 머무른 우리가
이제 다음 주자를 위해 새로운 쉘터를 짓고 가야한다.

냉탕과 온탕 사이
"오늘 작업 끝! 온천 가자!"
고된 노동 끝에 아이슬란딕 노천온천으로 향했다.
옷을 훌렁 벗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
얼음장 같은 공기, 그 아래로 뜨거운 물.
이제 오늘 밤은 감기로 곬곬대겠다 했던 몸이
뼛속까지 박혀있던 냉기와 함께 천천히 녹아내렸다.
머리 위로는 차가운 구름이, 몸 아래로는 뿜어져 나오는 온천수의 열기가.
나도 모르게 한국어로 외마디 탄성을 질렀다.
"으아! 이거지!"
누군가를 위해 집을 짓고 난 뒤의 땀.
그 땀을 얼어붙은 하늘에서 씻어내는 카타르시스. 이를 포근하게 감싸는 대지의 열기.
눈보라에 며칠을 오두막에만 갇혀 미적지근하게 보냈는데,
하루 사이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니, 뻑적지근함이 날아가며 오는 그 개운함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우리는 오늘 집을 완성하지 못했다.
고작 몇 개의 벽을 뜯어내기만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빚진자의 태도로 만들어나갈 다음 사람들에 의해 멋지게 완성될 것이다.
그래. 거창한게 아니다.
'내가 받은 온기를, 다음 사람에게.'
그거면 충분하다.
(Iceland Series 마침)

Micro-Mission 🧱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지어놓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회사도, 학교도, 심지어 이 SNS조차도.
'내가 이걸 왜 해!'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보면,
나도 모른새 앞선 누군가에게 동일하게 받아왔던 것이 많지요.
빚진 사람의 태도로 사는 것은 감사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 감사로 작은 노력을 했다면 👍🏻 따봉 하나 드립니다.
⬇️ 오늘 누군가를 위해 작은 행동을 한 것이 있다면 완료 인증!
거창한 것 아니었어도 됩니다.
- 새로 올 신입을 위한 업무 매뉴얼 한 줄 추가하기
- 다음 사람을 위해 커피 머신 물 채워두기
- 뒷사람을 위해 문 잡아주기
감사해요! 당신의 작은 움직임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따뜻한 피난처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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