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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초 코스 도전을 하루 앞 둔 날이었다.
우리가 도전한 코스의 양대 고비 중 첫 번째 관문, 틸리초로 향한다.
이미 30시간의 불면과 고된 이동으로 몸은 한계에 다다랐다.
거기에 처음 겪는 고산병까지 덮쳐왔다.
머리는 쪼개질 듯 아팠고, 속은 쉴 새 없이 울렁거렸다.
물 밖에 던져진 물고기 마냥 헐떡헐떡. 숨이 곧 멎을 것만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이드 없이 온 등산객들의 얼굴에 공포가 서려 있었다.
그들은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당혹감과 두려움이 전염병처럼 번졌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는 거 아닐까?'
'여기서 쓰러지면 끝인데'
불확실성이 주는 공포가 육체의 고통보다 더 크게 나를 짓눌렀다.
그때, 우리 가이드가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저 여기 백 번도 더 올라갔다 왔습니다. 증상별로 대응책 다 가지고 있습니다."
"저만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 짧은 몇마디. 그것이 모든 공기를 바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지(無知)의 공포가, 인도자에 대한 신뢰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래. 그는 이 길을 안다.'
'그는 답을 알고 있다.'
인생에도, 창업에도 이런 가이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것도 모름에도 두렵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그 길을 가본 이를 믿는 것뿐임을.

고산병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얕은 쪽잠에 가늘게 들었을 때쯤 가이드가 슬쩍 우리를 깨웠다.
새벽 2시,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칠흑 같은 암흑. 보이는 것은 오직 내 헤드랜턴이 비추는 발 한 뼘 앞뿐이다.


문득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숨이 멎을 듯했다.
산 중턱을 따라, 별빛 같은 것들이 반짝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를 앞서 걷는 순례자들의 랜턴 불빛이었다.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가 땅으로 내려와 흐르는 것 같았다.
그 불빛의 행렬을 보는 순간, 한 구절이 뇌리를 스쳤다.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내 앞에는 이 길을 먼저 걸어간 이들의 불빛이, 내 옆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함께 걷는 동료들이 있었다.
나의 아버지. 그리고 이름 모를 순례자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증인이 되어주고 있었다.
이 길이 맞다고.
잘 가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고.
앞로는 길을 아는 가이드가 있고, 옆으로는 함께 걷는 증인들이 있다. 그리고 나.
이 믿음의 삼각형 안에서, 나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딜 힘을 얻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둠 속을 뚫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를 향해 묵묵히 걸어갔다.
(3부 마침.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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