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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오디세이 (3/6)

믿음의 삼각형

2025.11.21 | 조회 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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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크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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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초 코스 도전을 하루 앞 둔 날이었다.

우리가 도전한 코스의 양대 고비 중 첫 번째 관문, 틸리초로 향한다.

이미 30시간의 불면과 고된 이동으로 몸은 한계에 다다랐다.

거기에 처음 겪는 고산병까지 덮쳐왔다.

머리는 쪼개질 듯 아팠고, 속은 쉴 새 없이 울렁거렸다.

물 밖에 던져진 물고기 마냥 헐떡헐떡. 숨이 곧 멎을 것만 같았다.

첨부 이미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이드 없이 온 등산객들의 얼굴에 공포가 서려 있었다.

그들은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당혹감과 두려움이 전염병처럼 번졌다.

첨부 이미지

 

'이러다 정말 큰일 나는 거 아닐까?'

'여기서 쓰러지면 끝인데'

불확실성이 주는 공포가 육체의 고통보다 더 크게 나를 짓눌렀다.

 

그때, 우리 가이드가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저 여기 백 번도 더 올라갔다 왔습니다. 증상별로 대응책 다 가지고 있습니다."

"저만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 짧은 몇마디. 그것이 모든 공기를 바꿨다.

산 중턱의 가이드와 아버지
산 중턱의 가이드와 아버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지(無知)의 공포가, 인도자에 대한 신뢰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래. 그는 이 길을 안다.'

'그는 답을 알고 있다.'


인생에도, 창업에도 이런 가이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것도 모름에도 두렵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그 길을 가본 이를 믿는 것뿐임을.

첨부 이미지

 

 

고산병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얕은 쪽잠에 가늘게 들었을 때쯤 가이드가 슬쩍 우리를 깨웠다.

새벽 2시,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칠흑 같은 암흑. 보이는 것은 오직 내 헤드랜턴이 비추는 발 한 뼘 앞뿐이다.

숙소에도 전기가 없어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암흑 속 새벽 2시의 아침(?) 식사.
숙소에도 전기가 없어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암흑 속 새벽 2시의 아침(?) 식사.
헤드랜턴 하나에 의지하여 끝을 모르는 행선지를 향해 걷고 또 걸었다.
헤드랜턴 하나에 의지하여 끝을 모르는 행선지를 향해 걷고 또 걸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숨이 멎을 듯했다.

산 중턱을 따라, 별빛 같은 것들이 반짝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를 앞서 걷는 순례자들의 랜턴 불빛이었다.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가 땅으로 내려와 흐르는 것 같았다.

그 불빛의 행렬을 보는 순간, 한 구절이 뇌리를 스쳤다.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산등성이를 감싼 칠흑같은 어둠 속에 우리와 같은 등산객들이 별과 같이 빛났다.
산등성이를 감싼 칠흑같은 어둠 속에 우리와 같은 등산객들이 별과 같이 빛났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내 앞에는 이 길을 먼저 걸어간 이들의 불빛이, 내 옆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함께 걷는 동료들이 있었다.

나의 아버지. 그리고 이름 모를 순례자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증인이 되어주고 있었다.

 

이 길이 맞다고.

잘 가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고.

 

앞로는 길을 아는 가이드가 있고, 옆으로는 함께 걷는 증인들이 있다. 그리고 나.

이 믿음의 삼각형 안에서, 나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딜 힘을 얻었다.

자다가 따라나와준 동네 강아지
자다가 따라나와준 동네 강아지

그렇게 우리는 어둠 속을 뚫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를 향해 묵묵히 걸어갔다.

 

(3부 마침.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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