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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콜링: 들끓는 애증과 폭력의 재생산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2024.11.05 | 조회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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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이야기

매주 평일 아침 찾아오는 우럭의 이야기

오늘은 시평 하나 보내드립니다. 오랜만에 쓰니까 힘드네요. 어제는 뭐했냐고요? 좀 바빴음.

* 인용구 많음

 

"보푸라기처럼 닿으면 닿을수록 망가지는 우리

언제나처럼

사랑한다는 말만 남고 우리는 없었다"

- 「별거」 부분

 

폭력적이다. 시어 하나, 자간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고 거북함을 끌어올린다. 이소호 시인의 시는 폭력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기존의 어법에서 한 보 더 전진했다. 기존 여성문학이 남성의 권위를 전복시키거나 반전을 통해 대칭된 권력의 모습을 전시함으로써 여성이 억압되는 현실을 그려냈다면, 이소호의 시는 남성의 권력과 권위 아래서 처절하게 망가져가는 여성들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역설함으로써 여성 문학의 새로운 궤도를 발굴해냈다.

이소호의 시는 기본적으로 가장 작은 사회의 모습인 '가정'을 배경으로 해 사회 현실을 그려낸다. 그녀의 작품 내에서 일반적으로 모성애와 가족애로 얽혀 연대, 화합을 이뤄내야 하는 모녀와 자매의 관계는 서로를 적대시하며 증오하고 착취하는, 경쟁적 관계로 묘사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전까지의 전복, 극복의 대상이 남성, 혹은 그에서 비롯된 성(姓) 권력을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현실 속의 현실-그리하여 보다 내밀하고도 파멸적인-을 가감 없이 고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권력의 피해 아래 증오의 객체가 종의 방향이 아닌 횡으로 향하는 비극은 마치 "땅따먹기"와 같은 두 자매간의 살아남으려는 열망을 보여주는 데 의의가 있다. 횡축으로 진행되는 경쟁의 형태는 비좁고 한정적인 자원을 뺏기지 않으려는 피해자들의 몸부림이자 그로 말미암은 피해자 간의 적대적 관계를 심화시킨다. 또한 해당 투쟁은 한 개인을 가장 보호적으로-그리하여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감싸는 공간인 '가정'내에서 벌어진다. 이는 작품의 '집'이라는 배경이 경쟁의 구도에서 유일하게 제외되는 일종의 휴식, 안식의 클리셰를 깨부수고 외려 목숨을 걸고 살아남고자 하는 가장 잔혹하고 살벌한 배경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2월 24일

씨발 내가 먼저 태어났더라면

- 「마이 리틀 다이어리 - 시진이네」 부분

 

나는 엄마 입안에 밤을 송이째 물리고 아빠의 갈비뼈를 고아 재웠다 알지? 다 엄마를 위해 그런 거야 그러니까 찍소리도 내지 마 우린 아빠 갈비에서 태어났잖아 일요일에 조느라 또 못 들었지? 아빠는 하늘 우리는 땅 하늘 땅 별 땅

- 「엄마를 가랑이 사이에 달고」 부분

 

아무리 발라내도 복어에는 독이 있을 것 같아. 우린 죽을지도 몰라. …똑똑히 들어. 내가 꼭 너보다 먼저 죽을 거야. 구더기를 씹던 동생이 말했다.

…너 사람 죽여봤어?

성녀인 척하지 마 너 같은 게 제일 더러워

- 「복어국」 부분

 

외부의 억압과 폭력이 가정 내부로 들이닥친 현실에서 자매는 자원을 뺏고 뺏으며 서로-심지어는 그들의 모친까지-를 착취하고 살기를 겨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들의 비극을 낳은 '남성'이 그들이 갈망하는 자원의 일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자매는 남자를 '비좁은 유모차, 같은 교복, 방- 「동거」 부분 -'과 같이 공유하는데 이러한 사실은 기존 전복의 대상으로 군림하던 남성이 기실 하나의 사물과도 같은 존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역설한다. 즉, 그녀의 시는 여성의 우위에 서던 남성의 허상을 고발하는 동시에 그로 인한 폭력의 재생산이라는 필연적 실상을 낱낱이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폭력 상황에서 화자는 살아남고자 할 뿐 살고자 하는 의지보다 절망적인 태도를 고수한다. 유아기부터 청년기까지 한정된 자원을 갉아먹으며 폭력에 노출된 자매는 비극적이고 폭력적인 현실 앞에 일종의 무력감을 느낀다. 그리하여 무력감으로 점철된 두 자매에게 가정과 경쟁 상대였던 서로는 증오하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모순적인 의미를 지닌다. 둘은 '지긋지긋하게 우리로 묶이- 「마이 리틀 다이어리」 부분'면서도 '이제 가족을 말하지 않고 나를 말하는 방법은 핑계뿐- 「경진이네 - 거미집」 부분'인 좌절을 경험한다. 이러한 현실은 칼을 쥐고 살의를 품는 이면에 들끓는 그들의 애증 어린 관계의 진실을 함의하는 것이다.

 

이제 우린

인사는 가끔 하고 안부는 영영 모르는 세계로 간다

이 빼기 일은 영

아무것도 아닌 채로

- 「사라진 사람과 사라지지 않은 숲 혹은 그 반대」 부분

 

해변이란 모래알들이 알알이 모여 영원히 하나가 되지 못하는 곳. 손에 손잡고 아이엠그라운드를 외치면서도 이름은 끝까지 모르는 곳. 나는 망상이 신다 버린 슬리퍼 한 짝과 다정히 걸었다. 방파제 우뚝 솟은 자리부터 모래가 한 움큼 씹히는 비닐 돗자리까지 서로를 나누어 먹으며.

- 「망상 해수욕장」 부분

 

다시 말해 두 자매는 폭력적인 현실이 두 자매의 잘못이나 운명으로 빚어진 것이 아닌 그들이 경쟁하는 '남성'에게서 비롯되고 있음을 정확히 인지하면서도, 몸부림쳐도 바뀌지 않는 상황에 피어오르는 적대감을 가장 나약한 서로에게로 돌릴 수밖에 없는 비극의 모순 아래 놓여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캣콜링」은 여성이 고통받는 현장을 극적으로 묘사하여 그들이 고통받고 있는 성적 착취와 자리 경쟁의 진실을 고발하고, 허울뿐인 남성의 우위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여성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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