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써야겠는데 막상 쓰려니 또 뭘 써야 할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노트북 화면을 켠 채로 한 3분 미적거리다가 네이버에 글감을 검색하고 옴. 소득은 없었다. 우리 아이 일기 숙제를 위한 글감 찾는 법- 이딴 것만 뜬다. 사실 성인이나 학생이나 일상이 반복적으로 굴러가는 건 같지 않나. 성인이 회사 갈 때 애들은 학교를 가고 우리가 퇴근 후에 별거 안 하듯이 애들도 하교 후에는 학원을 가거나 별거 안 하겠지. 학생 시절에는 어떻게 방학마다 매일 일기를 썼던 걸까. 돌이켜보면 난 그때도 맨날은 안 썼다. 방학 끝나기 이틀 사흘 전부터 있는 일 없는 일을 끌어모아 겨우 몇 줄 적어냈지. 그러게, 사실 애들한테 매일 일기를 쓰란 건 거의 고문에 가깝지 않나. 그때라고 뭐 매일매일 이벤트가 있었겠냐고. 방학이 경험치 두 배 이벤트도 아니고 그냥 학교를 안 가는 것뿐인데. 생각하니 일기란 악랄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다행히 콘텐츠가 조금 넉넉한 편이다. 우선 아끼고 있는 필라테스 후기를 슬슬 풀어도 될 것 같다. 솔직히 자신 없었는데 작심삼일을 넘어 이 주를 버티고 나니 큰소리 좀 뻥뻥 쳐도 되겠다는 판단이 섰다. 또 오늘 독서모임을 위해 책 한 권을 완독해서 서평도 좀 남겨야 하고. 수요일에는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옛날사람입니다.) 도서전 첫날이라 기대감과 함께 계획을 짜 볼 생각이다. 토요일에는 직접 도서전을 다녀와서 후기를 써야겠지. 아, 쉽네. 이렇게까지 투명한 스포 어떤데. 그다음 주에는 다시 글감이 없다는 게 문제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숨기는 게 많아지는 걸까. 인턴 때와는 달리 회사에서 사회생활하는 자아와 실제 나의 자아는 철저히 분리하고 싶다. 하루 반 이상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의식적으로 노출을 피하다 보니 할 말은 적어지고. 우울하거나 우중충한 얘기는 공개적으로 하고 싶지 않고. 설상가상 요즈음 인간관계에 회의가 오는 시기라 약속까지 줄이니 정말 쓸 말이 없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혹시 난가 싶다면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네, 님입니다. 저를 조금 더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농담이다. 농담은 농도 짙은 진담의 준말이다. (아님)
어쨌든 결론은 쓸 말이 없다는 거다. 그러니 책이라도 열심히 읽고 전시라도 열심히 다녀야지. 뭐라도 생각하고 뭐라도 끄집어내고 뭐라도 적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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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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