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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미워한다는 건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2024.10.30 | 조회 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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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이야기

매주 평일 아침 찾아오는 우럭의 이야기

이 집은 원래 급커브 맛집입니다.

 

1.

최근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었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노랫말이면서도 꽤나 복잡한 제목에 웃음이 나더라. 죽도록 미운데 미워하고 싶지는 않았나 보지. 꽤나 힘든 짓을 했네 싶지만 지금도 마음가짐은 그때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의식의 영역에서 몰아냈을 뿐이지.

 

2.

사람을 싫어하고 싶지 않다. 미워하는 건 더더욱 하고 싶지 않고. 둘 다 기운 빠지는 일이다. 부정적 감정에 몰두하기에는 이미 많은 것들이 벅차서. 지금보다 체력도 마음의 여유도 있을 때는 누군가를 제법 싫어하기도 했던 것 같은데 말야. 하긴 그때도 죽도록 싫어하지는 못했어. 착한 천성이라기에는 스스로의 인성이 그다지 훌륭한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그런 감정은 나를 갉아먹는다는 걸 일찍이 깨달았을 뿐이다. 최근에는 더더욱 확실한 방법으로 깨우쳤고. 그래서 차라리 잊는 걸 택했다. 물론 완전히 잊지는 못해서 기분이 가라앉을 때나 사람이 무너질 때 어디 한구석 숨어 있던 것들이 몰려나와 아주 난장판을 벌이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방법이다.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았다. 겨우 미움 하나 잘라냈을 뿐인데도.

시간은 꽤나 자비로워서 얼마간이 흐르면 나쁜 기억들이 희미해지기도 해. 물을 타 희석시키는 것마냥 미움도 옅어지기 마련이지. 마치 얼룩 같은 거라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도 그래, 뭐 이 정도면- 싶게 만드는 거다. 이번에 방을 대청소하면서 쓰레기를 정리하는데 마냥 반갑지는 않은 추억의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야. 예전이었으면 미우면서도 정을 잊지 못해서 차마 못 버렸을 물건들이었는데 드디어 전부 치웠는걸. 싫어하는 것보다 미워하는 게 지독한 이유는 바로 이런 거다. 싫어하는 건 눈을 돌리면 그만이지만 미워하는 건 자꾸 돌아보게 만드니까. 그간 정이 들었던 것을 외면하지 못하게 끊임없이 시선을 잡아끄니까. 그래도 뭐, 전부 버려버렸으니 이제 됐지.

 

3.

사실 말만 그렇지 나는 아직 어른스럽지 못해서 확실한 대처법은 찾아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얼굴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들이닥칠 때면 아무렇지 않은 체 해도 속으로는 미친년이라 염불을 외우고 있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손이 떨리는걸. 사람을 미워하는 일은 이렇게나 힘들고 그런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그 두 배로 힘들다. 인두겁을 쓰고 어찌 저러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 그러니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대단한 사람이겠지. 나는 죽어서도 용서 안 되는 사람을 이미 여럿 품고 있는데 말야. 안 된다기보다는 하고 싶지 않은 쪽에 더더욱 가깝겠지만.

 

4.

그러니 누구든 쁘띠빠띠한 우럭을 건드리면 죽여버릴 거다. 조심해, 나는 개미친레전드 예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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