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7. 전장은 좁게, 목표는 높게

내가 오늘 싸울 곳은 내가 정하자

2026.10.03 | 조회 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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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회사에 합류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일곱 개 서비스를 맡은 작은 팀을 이끌고 있어요. 이번 주에는 서비스가 하나 더 늘어 여덟 개가 됐습니다. 서비스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고, 고객과 사업 담당자들의 문의도 매일 들어옵니다. 팀원들이 묻습니다.

“그래서 우리, 뭐부터 해야 해요?”

일을 하면서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할수록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저도 한때는 회사에서 겸직을 맡으면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글링하듯 두세 개 프로젝트를 아슬아슬하게 관리해낼 때면 효용감도 느꼈고요.

제이크 냅과 존 제라츠키가 쓴 시간 관리 책 《메이크 타임》은 더 많은 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내려는 멀티태스킹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합니다. 두 저자가 제안하는 4단계 기법은 일뿐 아니라 삶에서도 내 시간과 에너지를 주도적으로 쓰는 방법을 일깨워 줬습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돌아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이번 주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지 않나요? 어차피 인생이 전쟁터 같다면, 오늘 어디서 싸울지만큼은 내가 정해 보면 어떨까요. 이리저리 치이는 대신 장판파의 장비처럼 먼저 자리를 잡고 맞서는 겁니다.

 

내가 싸울 곳은 내가 정하기
내가 싸울 곳은 내가 정하기

 

관제탑 모드의 함정


일하다 보면 종종 공항 관제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관제탑에 가본 적은 없지만요. 저년차 시절에는 여러 맥락의 안건과 태스크가 쏟아지면 압도되곤 했습니다. 이제는 들어오는 일을 족족 처리하는 제 모습이 복잡한 항로의 항공기를 관리하는 관제탑 같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들어오는 일을 더 빠르고 많이 처리하는 건 관제탑이나 물류, 제조 공정 같은 시스템에는 중요하겠죠.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니까요. 한때 유행했던 GTD(Get Things Done), 즉 할 일 목록을 더 많이 체크했다고 해서 오늘 더 좋은 하루, 더 멋진 하루를 보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할 일 목록을 처리하는 데 집중하면 먼저 일의 양을 생각하게 됩니다. 더 많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해내는 게 중요해지죠. 그러다 보면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몰입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기도 힘들어집니다. AI로 생산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요즘, 계속 관제탑 모드로 일하다 보면 점점 고갈되고 소진될 수 있습니다.

관제탑보다는 스스로 비행기가 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행기는 오늘 단 하나의 목적지를 바라보고 나아갑니다. 정해진 곳까지 승객을 안전하게 데려가는 것. 비행기와 승무원 모두의 목표는 하나에 집중돼 있습니다.

오늘 하루의 목적지가 될 점 하나를 찍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게 보낸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구글에서 스프린트를 돌리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이크 냅과 존 제라츠키는 시간 관리를 위한 새로운 스프린트 방식을 제안합니다. 스프린트는 총 네 단계롤 운영됩니다.

 

메이크타임 스프린트 4단계
메이크타임 스프린트 4단계

1. 하이라이트 : 60~90분 정도 집중할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정합니다.

2. 초집중 : 하이라이트로 정한 시간에 몰입합니다.

3. 에너지 충전 : 집중하며 소진한 에너지를 잘 채워줍니다.

4. 하루 돌아보기 : 일과를 마무리하며 하루를 돌아봅니다.

 

하이라이트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의도적으로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미리 시간을 정해두지 않으면 어느새 회의와 면접, 1:1 미팅처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일정이 캘린더를 채웁니다. 그러고 나면 정작 내가 원하는 일에 쓸 시간은 남지 않을 때가 많죠. 내가 집중할 일과 그 시간을 미리 확보하는 것, 그게 핵심입니다.

하이라이트가 꼭 업무일 필요는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나의 행복과 회복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도 좋은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습니다. 하이라이트를 생각할 때 인스타그램을 떠올리곤 합니다. 오늘 하루를 기억할 만한 단 하나의 장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면, 무엇이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생깁니다.

스프린트에 에너지를 충전하고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이 포함된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에너지를 쏟아내기만 하고, 채우는 일은 미처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요. 저는 오늘, 입사 한 달 만에 드디어 헬스장에 등록했습니다. 완벽한 스프린트를 도는 것보다 꾸준히 이어가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하이라이트를 정했더라도 외부의 방해나 내면의 흔들림 때문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싸움에서 졌더라도 그 전장은 내가 선택한 곳이니까요. 오늘은 아쉬울 수 있지만, 우리에겐 내일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고, 하루 한 시간이라도 내 의도대로 써보려 했다는 점입니다.

 

하지 않기로 선언하기


팀이 맡은 제품이 일곱 개에서 여덟 개로 늘었을 때,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제품의 맥락을 오가며 팀원들이 지쳐가는 게 느껴졌고, 팀의 목표와 방향도 흐려지고 있었습니다. 한 달 만에 OKR을 수정하며 우리는 “전장은 좁게, 목표는 높게” 잡기로 했습니다.

여덟 개 중 한 분기 동안 두 개의 제품에만 집중해도 괜찮을까, 처음에는 걱정이 됐습니다. 나머지 여섯 개 제품의 매출도 적지 않았고, 조직과 다른 팀원들이 제품들에 기대하는 바도 있었으니까요.

대신 목표를 높게 잡기로 했습니다. 여덟 개를 모두 적당히 챙기기보다 두 개를 멋지게 해내겠다고 말하자,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은 방향의 결정이라며 이해하고 공감해 주셨습니다. 이제는 높게 잡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도 팀이 전보다 더 동기부여된 듯 보였습니다.

인생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을 때면 장판파의 장비를 떠올립니다. 백만 대군을 상대해야 할 것처럼 버거워 보여도, 결국 다리 위에서 하나씩 맞서면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정하고, 대장군의 기세로 이번 주도 다가오는 나날들을 당당하고 평온하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주 일하는 마음 🌿


❶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오늘 집중할 단 하나의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다.

❷ 할 일 목록을 채우는 데 몰두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에 쓸 시간과 에너지를 잃기 쉽다.

❸ 하루의 하이라이트를 정하고, 그 일에 집중할 시간을 미리 확보하자.

❹ 모든 일을 잘해내려 하기보다, 하지 않을 일을 정하고 선택한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나요? 이번 주에 일을 하며 찾은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다음 주에도 새로운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뉴스레터는 매주 토요일 발행됩니다 :)

 

함께 보면 좋아요 📚


  • 제이크 냅, 존 제라츠키 <메이크 타임> : 시간 관리와 생산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일을 잘하는 방법을 넘어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탁월한 실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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