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배려가 난무하는 오감여행

국립횡성숲체원과 뮤지엄산에서의 휴식

2022.07.30 | 조회 6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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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일하고 배우고 느낀 성찰을 나눕니다

마크 디 수베로의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
마크 디 수베로의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

디자이너 출신으로 다음 사업을 모색 중인 사업가, 초등학교 1학년 전문 선생님, 두 자녀를 잘 돌봐 모두 공기업에 취업시킨 가정주부, 그리고 외국계 기업 직장인인 저까지 공통분모가 보이지 않는 이 조합은 딸 아이가 중학교 때 알게 된 친구들의 엄마 모임입니다. 아이들은 같은 여고에 갔지만 반이 달라 조금씩 소원해 졌는데, 엄마들은 정보도 주고 받을 겸 계속 만남을 지속했어요. 아이들의 수능이 끝나는 시점을 목표로 고생한 엄마들을 위한 해외 여행계를 운영했습니다.

동유럽 패키지 투어를 예약하고, 여행예비 연습으로 호강스를 함께 보내기도 했지요. 해외여행은 인원미달로 가지 못했지만 소소하게 함께 맛난 식사도 하고 1박 2일 국내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훌쩍 커서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기도 하고, 아직 학생인 아이도 있지요. 아이들은 서로 연락을 안하기도 하는데 엄마들은 꾸준히 만납니다. 딸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요. 저희도 참 신기하다며 만나요.

코로나로 주춤했다가 2년 만에 만나 식사를 하며 해외는 나중에 가더라도 국내 여행을 짧게 다녀오자며 날을 잡았어요. 그날이 순식간에 다가와서 바쁜 와중에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어요. 국립횡성숲체원에서 1박을 했습니다. 자연휴양림은 처음 방문했는데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온전히 휴식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녁 식사후 가볍게 산책하며 주변을 둘러봤고, 2일차 아침에 새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우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국립횡성숲체원 정원에 핀 도라지꽃(좌)과 데크로 연결된 편안한 산책길(우)
국립횡성숲체원 정원에 핀 도라지꽃(좌)과 데크로 연결된 편안한 산책길(우)

횡성에서 맛난 한우를 먹고 그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뮤지엄 산으로 넘어갔습니다. 누군가의 SNS에서 얼핏 보고 언젠가 가봐야지 마음만 먹었던 그곳을 아무런 정보없이 방문했습니다. '막연히 좋구나, 가고 싶구나'와 실제로 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보통 혼자 미술관에 가면 넉넉히 시간을 두고 도슨트 투어에 다 참여합니다. 이번엔 그냥 가볍게 훑어보는 기분으로 2시간 정도 돌아봤습니다. 운좋게 미술관 전시해설 그룹을 만나 미술관 설명을 들었고, 건축 전시해설 그룹을 만나 안도 타다오가 어떤 의도로 뮤지엄 산을 건축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안도 타다오의 작품인지도 모르고 갔거든요. 

입구의 플라워 가든부터 감탄했어요. 초록의 잔디에 대비되는 빨간색 작품(대문사진, 마크 디 수베로의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더군요. 패랭이꽃의 달달한 향이 오감을 자극했어요. 워터가든의 물과 파주석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청량감을 줬습니다. 네 개의 윙 구조물에 사각(파피루스 온실), 삼각(삼각코트), 원형(백남준 홀)의 공간과 하늘을 봤으니 이번엔 그 정도로 만족해야 겠습니다. 카페테라스에서 팥빙수와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연을 즐겼고요. 종이박물관, 스톤가든, 빛과 공간의 예술가인 제임스터렐의 작품은 다음을 위해 남겨뒀습니다.

다음엔 혼자 여유롭게 다녀오고 싶은데요. 뚜벅이로 가는 방법도 있네요. 원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원주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입장권 20%할인까지 된다니 아침부터까지 찬찬히 둘려봐야 겠습니다. 내년이 뮤지엄 산 10주년이라 다양한 행사도 할 예정이랍니다. 올해 한 번 더 갈지, 내년에 갈지 아님 둘 다 갈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봅니다.

뮤지엄 산
뮤지엄 산

무엇보다 이 여행의 백미는 배려였습니다. 모두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는지 제 손이 부끄러웠어요. 필요하면 언제든 사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빈손으로 갔는데, 와인, 치즈케잌, 영양제, 간식, 물, 컵라면, 일회용 접시, 컵 등을 각자 준비해와서 부족함이 없는 여행이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카드결제와 회비 관리, 사후 정산의 총무 역할이었는데요. 그거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다음엔 저도 뭔가 준비해야 겠더라고요.

다른 모임에서는 이런 배려를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모두 챙겨받기만 원하고 베푸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마음을 다해 챙겨줬는데 돌아온 건 무관심과 불친절이었어요. 진심이 짓밟힌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우정은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한 방향으로 흐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사람인지라 이런 관계를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 듭니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10명의 사람 중 한 사람은 반드시 나를 비판하고, 두 사람은 모든 것을 받아주는 더없는 벗이 되며, 남은 일곱 명은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누구에게 주목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지요. 배려와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여 관계를 더 발전 시키고, 이기심과 푸대접이 팽배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멀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주가 여름휴가 피크인데요. 여러분도 배려가 난무하는 오감여행으로 힐링하고 리프레쉬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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