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과 여행을

겨울 춘천 2박 3일 여행기

2023.01.07 | 조회 6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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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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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의암호
삼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의암호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다른 가족은 제제를 때리고 학대했지만, 큰누나 글로리아와 뽀르뚜가 아저씨는 제제를 믿고 따뜻하게 대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최소한 한 명이라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어요. 삶을 영위하는 이유가 되니까요. 제제가 성장하여 사람들에게 구슬과 딱지를 나눠주는 작가가 되었듯이 말이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한 사람, 망설임 없이 딸을 선택하겠어요. 짝사랑하는 연인처럼 애지중지 키우다 4년 전에 독립시켰어요. 집을 마련하고 살림살이도 장만해주고, 간간이 잘 사는지 확인하러 남편과 다녀오긴 했는데요. 딸 집에서 자고 온 적은 없어요. 고양이를 키워 같이 자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문득 2022년 마지막 날은 가장 소중한 사람과 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2박 3일 동안 딸이 있는 춘천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첫날은 한옥으로 장식한 나무향기 한증막에서 7시간을 보냈어요. 지난 부산 가족 여행 때 센텀 스파랜드에 갔는데요. 그때도 7시간을 온전한 휴식으로 보냈기에 이번에도 7시간으로 신청했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 다녔던 찜질방을 어른이 되어서도 함께하니 신기합니다. 함께 한증막에 들어가기도 하고, 계란과 식혜도 먹고, 점심도 먹고, 잠도 자고, 책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어요. 추운 날씨에 딱 좋은 휴식이어요. 다음엔 아쿠아필드 하남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어요. 저녁은 딸이 추천한 파스타집에서 파이타를 먹었어요. 2022년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 티라미수 케이크와 디카페인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집에서 조촐한 파티를 했어요.

나무향기 한증막 (아침부터 저녁까지), 파스타더하기 파이타
나무향기 한증막 (아침부터 저녁까지), 파스타더하기 파이타

딸이 장만한 난방 텐트 덕분에 고양이 라떼가 덮칠(?) 걱정 없이 잘 잤습니다. 셋째 대신으로 자식처럼 키운 라떼는 이제 딸아이의 딸이 되었습니다. 13살의 나이에도 건강하게 자라는 라떼를 보며 딸은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합니다.

둘째 날은 제가 제안한 감자밭 카페에 가기로 했어요.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를 읽고 알게 되었는데 딸은 이미 알고 있더군요. 카카오 선물하기에서도 감자빵을 팔 정도로 성공한 카페입니다. 지인에게 감자밭 카페에 간다고 하니 샘밭 막국수를 세트로 먹어야 한다고 해서 두 곳을 들르기로 했어요.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막국수를 흡입하고 감자밭 카페로 갔어요. 정말 감자빵은 얼마나 귀여운지. 생긴 게 진짜 감자 같고 맛은 감자떡에 감자 앙꼬가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감자 라떼는 아인슈페너같이 달콤하게 넘어갔어요. 기념으로 감자빵을 한 상자 사서 종일 들고 다녔네요. 집에 와서 에어프라이어로 돌려 먹으니 더 맛나요.

디저트까지 먹었는데도 시간이 남아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를 타기로 했어요. 소요시간이 왕복 30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라고 합니다. 2022년 4월에 개장한 비교적 최신 시설이었어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을 선택했어요. 케이블카 캐빈마다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어 음악도 들을 수 있고 각기 다른 문장이 새겨져 더 낭만적이었어요. 올라갈 땐 "순간아 멈추어라", 내려올 땐 "넌 예쁘니까 예쁜 것만 봐"라는 문장이었는데요. 딱 제 마음이었어요.

샘밭 막국수, 감자빵,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샘밭 막국수, 감자빵,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케이블카는 의암호를 거쳐 삼악산 정상까지 가는데요. 중간에 붕어섬이 보였어요. 섬모양이 붕어처럼 생겨 붕어섬이라 부르는 것 같았는데 섬 전체 10만 평 터에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단지가 있어요. 섬 모양보다 태양광 패널이 더 붕어처럼 설치되어 한참 웃었어요. 지느러미까지 표현한 디테일에 놀랐어요. 요즘 붕어빵 먹기 힘들어 붕세권이라는 말도 유행한다고 딸에게 알려줬어요. 

삼악산에 가면 스카이워크와 산책길을 둘러볼 수 있는데 동계 시즌에는 안전의 문제로 운영하지 않아요. 정상은 너무 추워 마땅히 할 게 없더라고요. 따뜻한 이디야 커피에서는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는데요. 다행히 창가 자리를 확보해서 잠시 쌍화차로 몸을 녹였습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다이소 쇼핑을 짧게 하고 권상우, 이민정이 나오는 영화 '스위치' 유료 시사회를 봤어요. 하루가 정말 길었네요.

븡어섬, 삼악산 정상 이디야 커피,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븡어섬, 삼악산 정상 이디야 커피,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마지막 날은 KT&G 상상마당 구경도 하고 굿즈도 보려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어요. 월요일은 휴관이라는 걸 네이버 지도가 알려주지 않았어요. 식사만 하고 조금 둘러보고 공지천 산책로와 연결된 길로 나왔네요. 멀리 말도 많던 레고랜드가 보였어요. 

KT&G 상상마당 안 세인트콕스 레스토랑, KT&G 상상마당, 공지천에서 보이는 레고랜드
KT&G 상상마당 안 세인트콕스 레스토랑, KT&G 상상마당, 공지천에서 보이는 레고랜드

알차게 춘천 여행을 마치고 itx 청춘 열차를 타고 왔어요. 이번에 itx를 처음 이용했는데 테이블과 조명이 있어 얼마나 좋던지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울에 왔어요. 그동안 딸이 주로 저에게 왔지, 제가 자주 방문하지 못해 미안하고 아쉬웠는데 정말 오랜만에 함께 맛난 음식 먹고, 예쁜 장소를 방문하고, 같이 잠도 자니, 행복이 별건가 싶어요. 

손님으로 음식을 먹고 서빙하는 사람을 배려해서 그릇을 정리하는 딸의 아름다운 마음을 보며 역시 소중하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를 보내고 엄마와 추억을 많이 쌓지 못해 후회했는데, 앞으로는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어야겠습니다. 올 연말에는 어디로 떠날지 벌써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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