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게 나이들어요, 우리

나이 듦이 선물이 되는 일-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귀엽게 나이들어요, 우리] by 박나긋

2024.02.06 | 조회 307 |
0
|

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당신의 존재의 온도를 딱 1도 높여주는 그런 글 한잔이 되길 바라며 -

당신을 위해 마주잡은 두 손 | 이미지출처: Freepik
당신을 위해 마주잡은 두 손 | 이미지출처: Freepik

아이고아이고. 하는 곡소리가 늘었다. 이것은 분명 내 육체가 영원의 세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신호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 찌뿌둥한 몸을 틀며 한번. 계단을 오를 때 뻑뻑한 무릎을 짚고 또 한 번. 딱딱하게 굳어버린 승모근과 목덜미를 괄사로 문지르며 한 번 더 아이고 소리를 낸다. 

   곡소리가 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 하지만 반짝이던 2-30대는 눈 깜짝할 새 지났다. 요 근래 가장 기뻤던 뉴스가 만 나이 통일이었으니 숫자일 뿐이지만 나이의 위력은 대단하다. 나이 탓을 하며 할 수 없는 일이 늘어간다. 새로운 시작도, 도전도, 만남도 부담이고 두려움이다. 

   이렇게 보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여러모로 인간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쓸쓸함인 듯하다. 몸이 늙으니 마음이 그에 따라가고, 마음이 늙으니 몸으로 할 일에 한계가 생긴다. 이것저것 꽉 움켜쥐고 있던 두 주먹 사이로 희망이 빠져나가고, 기대가 흘러버리고, 호기심과 재미도 점점 바스러진다. 두 손에 무엇이 남았나 살펴보니 이제는 아무 쥘 것 없는 빈손만 눈에 들어온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절망 속에서도 소망이 있다. 빈 두 손을 가졌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남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기도. 움켜쥘 때의 긴장을 풀고 그저 빈 두 손을 가지런히 가슴께로 가져가면 기도는 시작된다. 두 눈을 감은 채 숨을 깊이 들이마실 때 지금의 순간은 영원과 연결된다. 그 순간 나이가 드는 쓸쓸함은 선물 같은 설렘으로 변한다. 

   무엇을 위해 기도하면 좋을까. 우리가 차별하지 않도록 기도하자. 
“내가 오롯이 소중한 한 존재임을 알게 하소서. 이 땅에서 작은 모퉁이나마 나만의 역할이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많이 가지면 많은대로, 적게 가지면 적은 대로 그 할 일 행복하게 이뤄가게 하소서. 내가 소중한 만큼, 타인도 그러함을 기억하며 우리가 차별하지 않게 하소서.”

   또 무엇을 위해 기도하면 좋을까. 우리가 넉넉한 마음을 갖도록 기도하자. 
“내 발 디딜 곳만 넓어지기 원하기 보다 내 마음이 넉넉한 품을 갖게 하소서. 인생 살면 살수록 아픔과 눈물, 상처와 절망으로 이뤄진 우리들입니다. 서로의 형편을 헤아리며 슬퍼할 일에 함께 울어주고 기뻐할 일에 온몸으로 웃어주는 넉넉한 품의 사람 되게 하소서.”

   그리고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면 좋겠다.
“어린이들이 웃는 세상이 평화의 세상임을 기억합니다. 온 세상의 어린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분량만큼 충분히 웃고 넘치도록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되게 하소서. 이를 위해 어른들이 서로 손을 잡고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게 하소서. 손잡고 보니 고단한 땀도 느끼고 따뜻한 온기도 느끼면서 사람과 사람 의지하며 이어지는 세상 되게 하소서.”

   귀엽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내 손안의 것을 내려놓을 줄 안다는 것이다. 내려놓은 두 손을 모아 아직 움켜쥐고 있는 삶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다. 그 움켜쥐던 삶들이 다시 기도하는 삶이 되는 순환을 통해 세상은 따뜻한 색깔로 물들어간다. 

   아이고아이고. 다른 이의 곡소리를 들어본다. 저마다 손에 가득 무게로 버거운 듯하다. 어떤 도움을 있을까. 기도하는 손이 잠시 때면 가만히 곁으로 당신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자소개]

평생동안 귀여운 것을 수집하며 살았다. 그러다보니 좁은 집이 귀여운 잡동사니들로 가득해졌다. 더 이상 귀여운 것들을 들일 곳이 없자 스스로 귀여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말랑한 마음가짐과 둥글한 삶의 태도면 충분할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는 진리를 믿는 중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매일 글을 쓰고 마음을 뱉으며 한뼘씩 자라는 중이다. 언젠가 작은 그늘이라도 생긴다면, 지친 누군가에게 한자리 내어주고 싶다. 

[쓰고뱉다]

글쓰기 모임 <쓰고뱉다> 함께 모여 쓰는, 같이의 가치를 추구하는 글쓰기입니다. 개인의 존재를 가장 표현해줄 있는 닉네임을 정하고, 거기서 나오는 존재의 언어로 소통하는 글쓰기를 하다보면 누구나 글쓰기를 할수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로 발송되는 글은 <쓰고뱉다> 숙성반 분들의 글입니다. 오늘 읽으신 한잔이 마음의 온도를 1 정도 높여주는데 도움이 되셨다면 아래댓글보러가기 통해 본문 링크에 접속하여커피 보내기기능으로 구독료를 지불해주신다면 더욱더 좋은 뉴스레터를 만드는데 활용하겠습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당신의 존재의 온도를 딱 1도 높여주는 그런 글 한잔이 되길 바라며 -

뉴스레터 문의 : danmoo777@naver.com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