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생 K장녀의 힘 빼기 연습

에필로그 : 너는, 할 수 있다

[87년생 K장녀의 힘 빼기 연습] by 따티제

2024.02.21 | 조회 3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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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당신의 존재의 온도를 딱 1도 높여주는 그런 글 한잔이 되길 바라며 -

Image by Pexel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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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정리하다 제목이 없는 문서 파일을 하나 발견했다. 내가 쓴 글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어찌할 바 모르는 마음을 겨우 부여잡고 꾹꾹 써 내려갔던 그날의 감정이 되살아나 마음이 먹먹해졌다. 공백 포함 글자 수 5,600자. 마지막 문장들은 이랬다. 허상에 나를 내어주지 말자. 거짓에 나를 내어주지 말자. 너는, 할 수 있다.

   맞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여러 모양의 책임감과 대안이 없는 막막함, 그리고 그보다 더 무서운 관성으로 그 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 문장들에 한참이나 지나 답을 한 건 어쩔 수 없어졌을 때가 되어서였다. 도망치며 답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여전히 그 문장들에 답하고 있다.

   퇴사한 지 일 년 정도 지나면 회사에 다닐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하면서 쌓인 독기도 빠지고 여유롭고 너그러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일을 시작하더라도 이전과는 같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사람에 대해서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바짝 날이 선 내가 불쑥 튀어나온다. 그럴 때마다 영영 이럴까 봐 덜컥 겁이 난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계속해서 성숙해지는 중이니까. 너는, 할 수 있다.

   글을 쓰며 가까운 이들에게 글을 조심스레 건넸다. 글을 보내자마자 몰려오는 부끄러운 민낯을 보이고야 말았다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잠시,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 힘들 때면 글을 보내달라고 하는 이가 있었다. 눈물이 고였다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 그래서 계속 쓸 수 있었다. 그래서 쓰고 싶었다.

   글쓰기 모임 <쓰고뱉다>에서 뉴스레터로 글을 발행하게 되었을 때 결혼식 청첩장을 돌리듯 더 많은 사람에게 ‘나 글 쓰고 있다’고 알렸다. <쓰고뱉다는> 그렇게 알릴 수 있는 용기를 줬다. 정성스럽게 글을 읽은 뒤 담아 보내준 메시지와 댓글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줬다. 울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났다는 말에는 마음이 닿은 것 같아 특히나 고마웠다.

   수요일 오전을 무거운 이야기로 무겁게 만든 건 아닐지 걱정이다. 더 재밌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 더 재밌는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 조금 더 웃기고 엉뚱하고 어이없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숏폼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짧지 않은 열 문단의 글을 진득하게 읽어준 모든 독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나도 3초만 넘어가도 지루해지면 그냥 넘겨버리는 사람이라 잘 안다. 글을 끝까지 읽어주었다는 것은 일종의 희생이고 무언의 응원임이 분명하다.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저자소개]

필명 따티제. 풀어서 말하면 따뜻한 인티제(MBTI 성향 중 INTJ의 별칭). 서울 올림픽 기억 안나는 87년생. 흔한 K장녀. 혼자 다 해야 하는 작은 외국계 기업 1인 마케터로 본능을 거스르고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강제장착. 아무거나 안 하는 고집쟁이 프리랜서 도전 중. 밥먹듯이 밤새는 수학강사의 아내. 쓰고뱉다 21기(대한민국 No.1 글쓰기 강좌)에서 글 배우는 중. 정리되지 않은 누군가의 마음 속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듯, 읽으면서 시원해지는 글을 쓰려는 중. 오후 늦게 일을 시작한 포도원 일꾼들에게도 일찍 일을 시작한 이들에게와 같은 품삯을 주는 사회적기업 대표가 되는 꿈 꾸는 중.

글쓰기 모임 <쓰고뱉다>는 함께 모여 쓰는, 같이의 가치를 추구하는 글쓰기 공동체입니다. 개인의 존재를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닉네임을 정하고, 거기서 나오는 존재의 언어로 소통하는 글쓰기를 하다 보면 누구나 글쓰기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로 발송되는 글은 <쓰고뱉다> 숙성반 분들의 글입니다. 오늘 읽으신 글 한잔이 마음의 온도를 1도 정도 높여주는 데 도움이 되셨다면 아래 댓글 보러 가기를 통해 본문 링크에 접속하여 커피 보내기 기능으로 구독료를 지불해 주신다면 더욱더 좋은 뉴스레터를 만드는 데 활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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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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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니신나

    0
    7 months 전

    전혀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어요~^♡^ 오히려 수욜 오전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그간 좋은 글 뱉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 묘로리

    0
    7 months 전

    가지마요🥹 너의 재능은 어려서부터 익히봐와서 알고 있지만 작가로 널 마주하니 더욱 감회가 새로운 시간들이였어!!! 세상은 사진과 영상으로 흔적을 남겨가는 시대에 진한 감동의 글로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내게도 행복했던 시간이였어! 너무 수고 많았어!!! 오늘의 성숙, 내게도 있으이라 믿으며 우리는 할 수 있다! 따티제 러뷰!🩷

    ㄴ 답글 (1)
  • yunL

    0
    7 months 전

    따티제님의 글은 청첩장과 같은 좋은 소식입니다 벌써 마지막이라니요😭 다른 플랫폼에서라도 좋은 위로의 글 기다릴게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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