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예또

쉽게 씌여진 편지.

[순간예또] 열세 번째 편지. '열정'에 대한 이야기.

2024.05.09 | 조회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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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예또

꿈과 사랑, 희망을 노래하는 행운의 편지.

우와! 드디어 꿈과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때가 되어서 조금 들떠있는 예또야. 그동안 잘 지냈어?

 

사실 지난 편지를 보낼 때까지만 해도 난 이미 중국에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잖아. 역시 현실은 꼭 계획처럼 흘러가지가 않아. 갑자기 한국에 백상예술대상을 보러 온 중국 친구가 연락이 와서 중국으로 돌아가는 출국 날짜를 맞춰 같이 가게 됐어. 덕분에 난 이번 편지까지 내 방 컴퓨터로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편하게 쓰고 있네. 나는 이따가 저녁 비행기로 출국할 예정이라 방금까지 바지런히 짐 싸기를 마쳐놓고 새벽 두 시 반에 이렇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아, 드디어 진짜 출국이네!

 

손가락을 꼽아보니까 중국에 꼭 5년 만에 다시 가는 거더라. (아, 물론 전에 환승하면서 잠깐 들렸던 걸 빼면.) 어딜 가야 재밌는 영상을 많이 남길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는데 결국 첫 목적지는 내 제2의 고향이자 즐거운 대학시절 추억이 너무나도 많이 묻어있는 우한으로 정했어. 원래는 한국에서 가깝고 (저렴한) 목적지로 가서 천천히 육로 이동을 하려고 했는데, 아니 세상에 우한으로 가는 비행깃값이 싸도 너무 싸지 뭐야? 물론 직항은 아니지만 기간을 넉넉히 두고 산 것도 아니고 고작 며칠 전에 예약한 건데도 10만 원밖에 안 하더라고. 게다가 수화물은 23킬로나 주고 경유지에서 무료로 호텔까지 제공해 줘... 도대체 이렇게까지 해서 남는 게 있을까 정말 의문일 정도. 나 원래 남 걱정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중국 항공사들은 제발 안 망했으면 좋겠다. 나 같은 예산에 쪼들리는 배낭여행자들에게 중국 항공사는 정말 단비 같은 존재거든. 서비스 개판이고 기내식 맛없어도 괜찮으니까 제발 오래오래 있어주세요, 부디!

 

여기까지 읽었을 때 느꼈을지는 모르겠지만 편지를 구성하는 방식을 조금 바꿔봤어. 원랜 문장단위로 줄을 바꿔 썼는데 조금 산문 같은 형식을 추구하고 싶어져서 굵직한 단락별로 띄어 쓰려고 해. 아무래도 메일을 통해 읽히는 글이다 보니까 글이 너무 뭉텅이로 있으면 읽기 부담스러울까 봐 자주 띄워서 쓴 건데 그러니까 글이 너무 장난 같아지나 싶은 생각이 괜히 들었달까. 아님 편지를 조금 더 진지한 마음으로 쓰고 싶어서 핑계를 대는 걸 수도 있달까. 음... 가독성이 전보다 떨어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면 피드백 부탁해! 난 항상 열린 마음으로 모두의 의견을 소중히 듣고 있다고.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 하고 싶은 얘기를 계속해볼게. 오늘 글이 조금 정신이 없나? 뭔가 지금 내가 들떠있는 게 글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는 거 같아서 조금 부끄럽네.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걸 어떡해. 오랜만에 다시 중국을 가는 게 너무 기대되기도 하고, 다시 유튜브를 열심히 해 볼 생각에 설레기도 해. 예전의 열정을 조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더 그런가 봐. 생각보다 너무 오래 잊고 살았더라고. 좋아하는 일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그 기분 말이야. 정말 오랜만에 내 심장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향해 다시 힘차게 뛰고 있어. 아무래도 설레고 있는 게 맞는 거 같아, 난.

 

생각해 보면 세계여행 중이었던 1년보다 확실히 하는 것 없이 이래저래 시간을 보냈던 세계여행 후의 1년이 체감상 훨씬 더 빨랐던 것 같아. 세계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던 게 꼭 1년 전의 일이었단 게 믿기지가 않아. 처음으로 성수기 해변 유흥가에서 술 파는 일을 했던 게 세 달, 꼰대들한테 질려서 일 관두고 아버지 집 짓는 일에 전적으로 투입된 노가다 공주 생활이 한 달, 지난 1년간의 여행기를 글로 엮는 일을 했던 게 한 달, 런던에서 친구 일을 도와주었던 게 두 달 반, 다합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게 2주, 한국에서 한 달 쉬고, 태국에서 한 달 놀고, 마꼬 찾으러 급히 귀국해서 한국에 있었던 게 벌써 두 달. 나는 나름대로 매 순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정말 별거 없었네. 그런데도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느껴지는 걸 보면 내가 지난 1년을 꽤나 좋아했었었나 봐. 하긴, 거진 절반을 노는데 썼으니 뭐.

 

나는 (반)백수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가 불안해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통장 잔고 줄어드는 일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예전과 비교해 보면 오히려 지금이 씀씀이가 더 커진 느낌이야. 세계여행 1년, (반)백수생활 1년을 하고 나니 느낀 게 뭔 줄 알아? 생각보다 나처럼 쓰면 돈이 막 팍팍 줄진 않더라. 그냥 겉치장하는 데에 큰돈 안 쓰고, 웬만하면 사 먹기보다 만들어 먹고, 사람들 만나는 시간을 줄이니까 생각보다 돈이 들어갈 데가 없어. 한 달에 생활비로 쓰는 게 적으면 60만 원, 많으면 100만 원 정도? 돈 안 벌어도 1년에 천만 원만 있으면 살 수는 있겠더라고.

 

그걸 깨닫고 나니까 조급함이 사라졌어. 서울 살 때는 월세, 식비, 교통비 등등 고정적인 지출 금액이 있으니 숨만 쉬고 있어도 빚을 지는 느낌이었는데 양양에 오고 나서는 마음에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아. 굳이 내가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꾸역꾸역 돈을 벌 필요도 없고, 만약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2년은 버틸 수 있는 상황이니까. 물론 30대를 모아놓은 돈 다 써버리고 땡전 한 푼 없이 시작한다는 건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난 자신이 있어. 수중에 목돈은 없을지라도 그보다 더 가치 있는 다양한 경험이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지금 당장은 남들보다 뒤처져도 내가 가진 특별함으로 언제든 그들을 추월할 수 있을 테니까. 그냥, 나는 그런 자신감이 있어.

 

나는 돈보다 청춘을 소중하게 쓰고 싶어. 돈이란 건 언제든지 벌고 쓸 수 있는 거지만 청춘이란 거, 젊음이란 건 절대 그렇지가 않거든. 젊음은 유한하고 굉장히 제한적인 가치야. 그래서 너무 소중한 거야. 돈이랑은 비교할 수도 없지. 나는 청춘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는 일에 적극적이었으면 좋겠어. 언제든지 살 수 있는 것을 사보려고 애쓰지 말고, 지금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려고 애썼으면 좋겠어. 그게 나처럼 여행이어도 좋고, 사랑이어도 좋고, 취미여도 좋고, 공부여도 좋겠지. 젊었을 때의 시간을 나를 더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경험에 투자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격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을 거야. 절대 잊지 마. 기회는 준비된 사람만 잡을 수 있다는 거.

 

물론 이렇게 호언장담하는 나이지만 또 모르지. 정말 보기 좋게 나자빠지고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 될지도. 그래도 중요한 건, 난 언제나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거야. 나의 자신감은 꼭 ‘성공’에 있진 않아. 성공이란 건 엄청난 노력과 기가 막힌 운이 딱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거거든. 그래서 난 성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어. 하지만 딱 하나, 실패해도 엉덩이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걸을 거란 건 확실해. 끝없는 실패? 오히려 좋아. 독기 가득 품고 악으로 깡으로 더 덤빌 거야. 언제까지? 내가 만족할 때까지. 그리고 남들에게 인정받을 때까지. 난 문이 열릴 때까지 두드릴 거야. 막상 내가 두드린 문은 평생 열리지 않을지라도 내 똥꼬쇼에 감복한 누군가가 내게 다른 문을 열어줄 수도 있는 거니까. 인생이란 게 그렇거든. 확신했던 곳에서 일이 막히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일이 풀리기도 하는 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거. 그래서 더 재밌는 거.

 

나 오늘 너무 애늙은이처럼 말했나? 오늘따라 이상하게 엄청 조잘거리고 싶네. 연애를 안 하니까 같이 떠들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봐. 아, 맞아. 그리고 나 또 하나 다짐했어. 적어도 내년까진 남자 안 만나기로. 사람들이 일 때문에 연애를 못 한다는 말을 하는 게 나는 다 핑계인 줄 알았는데 진짜 일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새로운 도전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정말로 연애가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더라고. 어떡해. 나 이제 진짜 빼박 아줌마야? 아줌마도 결혼을 해야 될 수가 있는 건데, 나 미혼이고 남친도 없는데 벌써 애정이 말라버려서 어떡해? 매달 사랑 얘기 쓰는 날엔 이제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하나 벌써부터 고민인 나. 꽤나 MZ 일지도?

 

요 근래 나는 작가라는 꿈을 꾸면서도 글에 대한 애정이나 갈증이 적은 편인 것 같아서 조금 고민이었었어. 가끔 어떤 장면이나 무언가를 회상할 때 ‘아!’하면서 문장들이 떠오를 때가 있거든? 그런데 그게 다야. 진정한 작가라면 얻은 영감으로부터 살을 붙여서 자식같이 작품을 빚어야 할 텐데, 나는 항상 일상 속의 영감을 별생각 없이 그냥 흘려보냈었거든. 그래서 그런 생활을 조금 반성해 보기로 했어. 나는 컴퓨터를 켜서 반성문을 쓰는 기분으로 영감에 살붙이는 작업을 바로 시작했어.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정해놓지도 않고 정말 머리에서 나오는 대로 적어나가는 ‘날 것 그 자체’의 무언가를 줄줄 적었어. 막연한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생각의 일환으로.

 

내가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는 결국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인 것 같아. 나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 힘든 사람, 행복한 사람, 화난 사람, 슬픈 사람, 심심한 사람 아무나 다 홀린 듯이 듣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 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동기부여가 되는 그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 그것도 아니면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이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

 

나는 가끔 다합에서 만났던 영화 만드는 오빠가 생각나. 독창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자기주장이 강했던 그에게 술에 진탕 취했던 어느 날 내가 물었어.

 

“오빤 그래서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가 뭐야?”

큰 고민 없이 그가 바로 답했지.

“우리는 모두 하나다.”

나는 빙긋 웃으며 대꾸했어.

“응, 맞네. 좋은 메시지다.”

 

그의 주장이 나랑도 어느 정도 일치했거든.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분란과 갈등과 대립은 ‘나’와 ‘남’을 구분하는 데에서 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 ‘나’와 ‘남’이 같은 대상이 되면 절대 남을 해할 수가 없거든. 거기서 더 나아가 ‘나’와 ‘세상’이 동일시되면 무생물을 포함한 모든 대상에 절대 나쁘게 대할 수가 없겠지. 그게 어떻게 보면 세계 평화이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사이비 교주가 된 거 같아서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져. 뭔가 너무 자꾸 거창하게 말하려는 거 같아서 스스로 창피하기도 하고. 사실은 그냥 다 별거 아니야. 글도, 이야기도, 돈도, 인생도, 세계 평화도.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사실, 이런저런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원래는 [순간예또]에 내가 쓴 이야기를 넣고 싶었어. 그런데 확실히 그냥 내 이야기를 적는 편지가 아니라 시작과 끝이 있는 이야기를 쓰려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 그래서 창피한 이야기지만 2000 자짜리 단편으로 쓰려던 것도 아직 반 밖에 못 썼어. 어차피 이렇게 된 김에 이번 달부터 천천히 글을 쓰기 시작해서 다음 달부터 [순간예또]에 실어볼까 해. 창간 반 년 기념 약간의 리뉴얼을 하는 겸 해서 말이야. 내 이야기, 남 이야기, 혹은 아무에게도 없었던 이야기들을 적어보는 노력을 시작해 보려고. 부디 구독자가 재밌게 읽어준다면 좋겠다.

 

오늘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역대급으로 편지가 술술 쉽게 쓰였어. 불타는 창작욕구를 이렇게라도 해소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다음 편지는 진짜로 해외에서 보낼 수 있겠네. 그럼 나는 내일 출국 전 컨디션 관리를 위해 슬슬 자러 가볼게. 구독자도 좋은 꿈 꾸고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가 되길 바라. 다음 편지에서 만나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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