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안녕하세요. 지난주 아무 예고도 없이 장아찌 배달을 멈춘 점 죄송합니다.🙏🏻
이유를 물으신다면 직업상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는 제게 3년간 찾아오지 않아 어쩌면 난 슈 퍼항체를 가진 인간? 이라는 망상을 하게 만들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드디어(?) 찾아왔어요. 어딜 가도 안 걸리던 코로나바이러스를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서 얻어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역시 한국의 수도, 서울(아무말)
아무튼 그래서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목이며 머리며 코며 안 아픈 데가 없더라고요. 약 먹고 누워있고 깨면 아파서 약 먹으면 잠 와서 또 누워있고... 이를 며칠간 반복하다 보니까 이상하게 머릿속에 어린 시절 자주 들었던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로 시작되던 비디오테이프 인트로가 생각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요즘 어른인 저는 호환, 마마의 위력은 모르겠고 코로나19 위력은 알겠기에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래서 완쾌하는 대로 겪어보지 않은 호환, 마마의 내적 친밀함을 심어주었던 그때 그 비디오테이프를 주제로 장아찌를 담가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다시 한번 말없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넷플릭스와 유튜브 없던 시절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비디오테이프 이야기 시작해볼게요 :)
😉떡밥은 회수해드려야겠죠?
🚩'호환, 마마'로 대표되는 비디오테이프 인트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헤이 마마가 있기 전 유행(?)했던 문제의 '호환 마마' 영상입니다. 지금이야 추억에 젖어 이야기하지만 전 저기 저 무당이 너무 무서웠어요. 내용은 건전하지 않은 영상 보지 말라는 내용인데 음소거로 그림만 보면 저 영상 자체가 불건전 영상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모든 비디오의 시작에 이 영상을 본 기억이 있어서 전 모-든 비디오엔 필수로 이 영상이 들어가야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예상외로 이 영상은 1991년에서 1994년 사이의 비디오 인트로로만 사용된 영상이었다고 해요.
이 영상 외에도 몇 가지 버전의 불법 비디오 근절 영상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우리 모두의 뇌리에 가장 강력하게 남아 있는 건 역시 이 영상인 것 같네요.
⇣그 시절 영상을 Full로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넷플릭스가 살아 있다 : 비디오대여점📼
아직도 기억 나는 게 하나 있어요. 갑자기 TMI이긴 한데요. 저희 집은 부모님께서 마트를 운영하세요. 어릴 때부터 그랬거든요. 그래서 어지간한 친구들의 부모님을 부러워한 기억이 잘 없어요. (지금도 친구들은 슈퍼마켓 딸인 저를 부러워하니까요.) 근데 제가 딱 한 번 정말 부러워했던 친구가 한 명 있어요.
가족들이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던 오희재. (희재야 잘 지내니? 난 장아찌를 담그며 살고 있어.)
한 번씩 희재네 비디오가게에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여고괴담도 봤고요. 101마리 달마시안도 보고 제가 제일 좋아했던 둘리 얼음별대모험도 보고 그랬답니다.
그땐 동네마다 비디오 대여점이 한두 군데씩은 꼭 있었어요.
비디오 대여점에서 지켜야 했던 몇 가지 국룰, 다들 기억하고 계신가요?
0. 금액은 보통 천원, 나온 지 좀 지난 건 오백 원! 대여 기간은 일주일!
천원, 오백원 주고 비디오를 빌리면 반납 일자를 알려주며 꼭 검은 봉지에 비디오를 넘겨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한 번에 세 개였나..? 빌릴 수 있는 개수도 제한이 있었어요. 비디오 가게가 쉬는 날 반납을 하고 싶다면, 가게 앞에 서 있는 반납기에 넣었답니다. 양심 고백하건대, 전 며칠 연체하면 양심에 찔려서 무인 반납기를 이용하곤 했답니다. (희재네 비디오 가게였을 텐데... 미안하다 친구야. ) 돈 주고 빌리는 것만 제외하면 도서관하고도 비슷하네요!
1. 주의! 케이스가 뒤집혀 꽂힌 건 누군가 빌려 갔다는 뜻!
야심 차게 들어왔지만 내가 빌리고 싶은 걸 다 빌릴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케이스가 뒤집혀 있다는 건 누군가 영화를 빌려 갔다는 뜻이거든요. 아쉬워하고 있으면 사장님이 며칠 뒤에 오면 찾을 수 있다고 알려주신답니다. 그치만 그것도... 0번의 저처럼 연체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장담할 수 없었어요. 니모를 찾아서였나... 암튼 어릴 때 케이스 뒤집혀 있어서 몇번 좌절한 기억이 있습니다.
2. 주인공과 줄거리만 기억나도 OK! 비디오 대여점 지기 = 흡사 이동진 평론가
요즘은 유튜브 클립이나 이동진 평론가 같은 유명한 분들의 입김이 영화 선택을 좌우하는 힘이라면요. 그때 당시엔 비디오 가게 주인분의 입김이 오늘 우리가 볼 영화의 8할을 책임지곤 했습니다. 그 많은 영화를 어떻게 그렇게 다 아시는지, 주인공만 말해도 영화를 척척 찾아주시곤 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도 뭐든 손에 쥐고 나올 수 있었던 곳이 비디오 가게였답니다.
3. 비디오 빌려보는 것만큼이나 시간이 잘 가던 비디오대여점 구경하기
그 왜 있잖아요. 친구랑 만나기로 했는데 친구 늦으면 자연스럽게 올리브영 들어가게 되잖아요. 그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비디오 가게라고 생각합니다. 별생각 없이 들어가도 포스터며 제목이며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가끔 잘못 들어간 척하고 성인영화 코너도 빠르지만, 유심히 지켜보곤 했는데 검색하다 보니 저만 그랬던 건 아닌 거 같더라고요. 신박한 제목의 영화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찾아보니, 넷플릭스 역시 처음엔 비디오 대여 업체 운영에서부터 시작된 기업이더라고요. 물론 집에서, 편하게, 누가 빌려 갔는지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혁신입니다. 그렇지만, 사람과 공간에서 원하던 영상을 찾아내던 그 시절의 비디오 가게는 제법 낭만적인 취미생활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22년 전 비디오 대여점을 뜨겁게 달군 영화 top15
여러분께 '비디오테이프'를 낭만의 조각으로 보내 드리는 날은 2022년 8월 15일이에요.
우연히 검색하다가 22년 전인 2000년 8월 15일 전국 비디오 대여점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다는 영화를 찾게 되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드릴게요!
<2000년 8월 15일 전국 비디오 대여점 인기 영화 top 15>
1 | 쓰리킹즈 | 조지클루니, 마크왈버그 |
2 | 헌티드 힐 | 제프리 러쉬, 팜케 얀센 |
3 | 007언리미티드 | 피어스 브로스넌 |
4 | 아메리칸 뷰티 | 케빈 스페이시, 아네트 베닝 |
5 | 동감 | 유지태, 김하늘 |
6 | 잔다르크 | 밀라 요보비치, 존 말코비치 |
7 | 쉘 위 댄스 | 아쿠쇼 코우지 |
8 | 데스티네이션 | 데본 사와 |
9 | 슬리피 할로우 | 조니 뎁, 크리스티나 리치 |
10 | 본 콜렉터 | 덴젤 워싱턴, 안젤리나 졸리 |
11 | 반칙왕 | 송강호, 박상면, 정웅인 |
12 | 인사이더 | 알 파치노, 러셀 크로우 |
13 | 스크림3 | 니브 캠벨 |
14 | 도그마 | 밴 애플렉, 맷 데이먼 |
15 | 엔드 오브 데이즈 | 아놀드 슈워제네거 |
기사에 따르면 이 전까지 3위에 랭크된 '007언리미티드'는 몇 주간 1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쓰리킹즈'가 비디오 대여점에 풀리면서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동감'이 랭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재밌게 봤어요! 시간이동물 너무 좋아요!) 동감 역시 풀리자마자 랭킹에 든 것으로 보이네요. 11위를 차지한 반칙왕은 스테디셀러였던 것으로 보이네요. 2000년 상반기부터 꾸준히 순위권 안에 들었다고 하네요.
22년의 세월을 건너온 이 기록의 출처, 궁금하시지요?
'으뜸과 버금'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동명의 비디오 대여점이 체인으로 있어서 업체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서울YMCA 좋은 비디오숍 경영자모임이 '으뜸과 버금'이었다고 해요. 이 단체는 서울.대구.인천.이리.충주 등지 전국 회원가게 41개소를 중심으로 매주 인기 있는 비디오 대여 순위를 정리했습니다. 위의 22년 전 기록 역시, 그 당시 회원들이 남긴 기록이 기사로 남아 있는 것을 발췌해왔답니다! 새삼 느끼는 기록의 힘!
갈 순 없지만 볼 수 있어요 | '은하비디오' (2015)
DVD, 동영상 플레이어, 넷플릭스, 유튜브... 영상의 발전으로 아스라이 사라진 비디오테이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는 해도 누구 하나는 비디오 가게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실 줄 알았어요. 이 마지막 장아찌에 그걸 싣고 싶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찾아봤는데, 제 검색력의 한계인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갈 순 없지만 볼 수 있게 해드리려고 영화 한 편을 골라왔어요.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는 주인공이 가게를 폐업하려고 합니다. 문을 닫기 위해서 비디오를 연체하는 손님들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요. 그들 중, 주인공이 마음에 품은 누군가의 이름이 있습니다. 연체를 핑계로 오래 참아온 연락을 하려는 주인공의 에피소드가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어지는 단편영화, <은하비디오>입니다.
영화의 스토리부터 동글동글 귀여운 폴더폰, 벽에 붙은 그 시절 영화 포스터와 영화를 되감아 주는 리와이너까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시절 특유의 느낌이 그야말로 낭만과 향수 그 자체입니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분들 후기도 '이 영화가 2015년 영화라니! 믿을 수 없어요!' 하시더라구요😁시간 나실 때 한번 꼭 관람해보세요 :)
오늘 준비한 천원의 행복! 살아있는 넷플릭스, 비디오테이프와 비디오 대여점은 여기까지입니다. 읽으면서 떠오른 비디오 가게 일화가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요. 요즘 많은 분들의 뉴스레터를 살펴봅니다. 다들 알차고 실용적인 내용들로 가득-한 뉴스레터를 적어 나르시더라고요. 너무 멋지고 대단한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하면, 제가 퍼오는 이 숱한 '그땐 그랬지'들은 참 무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덧없이 지나가 버렸고 내일을 준비하는 데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이 모든 기억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낭만의 한가운데를 고스란히 느끼며 살아낸 연륜을 가진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멈춘다는 건 아니구요. 무용한 것을 받아주는 분들께 감사하며 계속해보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때 그랬던 것'들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분들도 계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꼭 그게 아니더라도 뭐... 새로운 방식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고 그렇지 않으신가요? (아니라면 더 노력하겠습니다.) 하핫!
감칠맛을 내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아직 오래되지 않아 시행착오가 많습니다:)
그래도 여러분이 이 낡은 편지를 받아주시는 덕분에 누군가의 말처럼 제 일상은 별게 다 영감입니다. 어떤 얘기를 해야 흥미로울까, 공감할까. 평소에 하지 않던 고민을 하며 일상이 알차졌어요. 알차진 저의 일상만큼이나 여러분께도 알찬 낭만, 독특한 영감을 드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구구절절한 이야기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다음 주에 또 만나요!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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