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판은 추억을 싣고

은밀한 보물창고였던 세운상가와 빽판

2022.08.22 | 조회 7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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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장아찌 주문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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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name&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입추가 지나면서 이제 좀 선선해지나 싶었는데 더위가 마지막 남은 끗빨로 기를 쓰고 있는 요즘입니다. 어서 빨리 가을이 오면 좋겠네요! 

 

장아찌에 적는 것은 처음인데 전 음악감상실에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음악감상실에 꽂힌 셀 수 없이 많은 바이닐 중에 제 신청 곡이 나오는 경험은 언제든 좋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여행지에 가면 빼놓지 않고 그 지역의 음악감상실을 여행코스에 포함 시키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오늘 주제는 음악감상실이냐고요?

아뇨 😉그것보다 좀 더 날 것에 가까운 해적판 lp, 빽판이 오늘 담는 장아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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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악감상실 창업주들의 시작은 세운상가에서 보물찾기하듯 모은 빽판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럼, 불법 다운로드의 시작이자 그 시절 청춘들의 소확행이었던 빽판을 만나러 가볼까요?

빽판의 유래💽

빽판은 불법 다운로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반 판권 소유자와 라이선스 계약 없이 불법으로 제작해 유통된 해적 음반을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인데요. 그 형태는 '판'이라는 말을 통해 유추할 수 있듯 '레코드판'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빽판이 유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식 음반을 취급하는 공간도 한정적이었고 가짓수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도 찾아보면서 알았는데, 1960년대엔 라디오에서도 빽판 음악을 틀었다고 하네요!)

음반 수입이 흔치 않던 그 시절,

빽판은 정품에 비해 음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아이템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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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빽판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뒤(back)에서 몰래 판다고 해서 빽판으로 불렸다는 설

두 번째는 흰 배경에 조잡하게 적힌 글자로 이루어진 라벨로 인해 빽판이라고 불렸다는 설입니다. (두 번째 이유를 요인으로 보는 분들이 특히 많으시더라고요!)

⚓️해적들의 보물창고, 세운상가

빽판, 금서, 음란잡지까지....

들끓는 호기심과 은밀한 즐거움을 저렴하게 책임지던 곳은 세운상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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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는 1968년 '세상의 기운이 모인다.'라는 큰 의미를 담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운상가는 상가와 주택이 한 건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상가'였습니다. 그 당시 세운상가의 인기와 위상은 어마어마했습니다. 

1층부터 4층까지 이루어진 상가엔 없는 게 없었고요. (오죽하면 그 당시 세운상가에서는 미사일과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고 합니다.)5층부터 시작되는 주택엔 연예인 등 당대에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앞다투어 거주를 희망하는 장소였거든요. 

원하는 것을 찾으러 온 수많은 사람 사이엔 빽판과 금지 서적을 손에 넣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는 청년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합니다.  '라디오'를 통해 여러 음악을 접한 청년들은 어제 자신들을 잠 못 들게 했던 '그 노래'를 듣기 위해 세운상가 빽판 가게를 이 잡듯 뒤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는 음반을 손에 넣었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합니다. 300원에서 600원 사이의 가격으로 누리던 그 시절의 소확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빽판 사러 갈래? " / 품행제로(2002)

시간은 흐르고 음반 수입은 활성화되고 저작권 의식은 높아지고 전자기기는 발달하고...

그에 따라 무수하게 나오던 빽판, 빽판을 취급하던 세운상가 등의 청계천 일대 상가, 그리고 빽판을 사 모으던 빽판 키즈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요즘은 빽판을 구하는 게 정식 라이센스가 있는 음반을 구하는 것보다 더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는데요.

그 시절 빽판 키즈들의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는 영화가 있어 유쾌하게 소개합니다.

2002년 개봉한 '품행제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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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짱 중필이와 친구들의 일상이 유쾌하게 펼쳐지는 이 영화는 1980년대 청춘들의 여가생활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품행제로' 속에서는 중필(류승범)과 민희(임은경)이 함께 빽판을 사러 가는 모습이 담겨있는데요. 그 시절 빽판 키즈들의 소소한 즐거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트렌드의 중심에서 오래가게로 : 돌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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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추억의 향기를 간직한 장소를 담아드립니다. 

동묘에 있는 '돌레코드'인데요. 

이곳은 40여 년간 한자리를 지키며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의 감성을 책임지고 있어요.

처음엔 빽판의 성지로 알려졌던 이곳은,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몇 차례 벌금을 물기도 했다고 합니다. 흑역사를 뒤로 하고 정정당당하게 장사하고자 정품을 판매하며 그 역사를 이어가고 계신다고 하네요. 

저렴하게 팔던 음반들의 가격이 갑자기 뛰자, 처음엔 인기가 주춤하는가 싶었다고 하는데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요인은 값 싼 빽판이 전부가 아니더랍니다.

돌레코드는 주변 다른 상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은 음반을 가져다 파는 '뭘 좀 아는 레코드가게'였대요. 믿고 듣는 음악을 취급하다 보니 정품을 판매하면서도 그 맥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서사도 멋진 것 같아요!)

그 시절의 빽판은 만나볼 수 없지만, 켜켜이 쌓인 바이닐들 사이에 원하는 음반을 찾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아직 있습니다.

다가오는 가을,

저곳에서,

먼지 폴폴 풍기는 lp들 사이,

제가 원하는 음반 하나를 건져오고 싶은 마음이 마구 드네요!

 

오늘 준비한 '빽판'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 또 오래된 이야기 먼지 '후-' 걷어내고 가져오도록 할게요 :)

다음 주에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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