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고 싶은 구독자에게
구독자, 칠월은 어떻게 보냈나요?
칠월부턴 스스로 매달 회고하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 이젠 더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주변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는지도 궁금했어요.
그래서 가져왔어요. 다양한 삶에 대한 질문 중에 제 삶과 맞닿아 있는 하나.
"동물은 위기의 순간에 도망친다.
허나 인간은 어쩌다 도망치면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을까. "
두려움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달아날 이유를 주고,
후회할 것 같은 예감은 지나친 위험을 피하게 한다.p.80 / 뉴필로소퍼 Vol.30 내가 한 선택이 내가 된다
🐍 도망...
구독자, 난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굉장히 많았어요. 나에게 주어진 것이 너무 버겁고 못할 것 같아서. 때론 원래는 너무 좋아서 시작했는데, 더 이상 나에게 아무런 의미를 가져다주지 못해서. 그냥 관성처럼 책임감만 남은 일이어서. 내 감정을 감당 못할 때도 있고요. 그게 쉽게 티가 나요. 그러려고 하지 않았는데 티가 난대요. 감정에 압도될 때가 있잖아요. 어떤 방법을 써도 감정을 통제를 못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그런 마음을 들키기 싫었어요.
예전엔 일로, 공부로 도피하는 게 쉬웠는데 이번엔 그게 안 되더라고요.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돈이 드는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마침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딱 좋았는데 말이죠. 그런 일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도망을 못 치고 그냥 직면해야 했어요. 일기 왕창 쓰고 그 마음을 과제로 분석하면서 덕분에 성장했어요. (심리학 아님) 그게 딱 내 상반기.
🔍 도망조차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아무리 도망치려고 해도 갈 곳이 없었어요. 사이렌은 울렸는데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최소한 도망치고 싶은 곳은 있어야 ‘도망’이라는 게 성립되는 것 같아요.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해요. 날 잃어버리면 도망치지도 못하는 것 같아요. 칠월 절반은 계절학기를 보내면서 도서관 열람실에서 ‘어디로’ 가고 싶은가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일단 ‘서울’은 떠나고 싶었거든요. 아니, 계절학기도 도피였어요. 눌러오던 감정과 현실이 있었는데 거기에 압도될 것 같아서 학기를 연장한 거나 다름 없거든요. 물론 졸업하기 위해 꼭 들어야 하는 전필이기도 했지만.
독립변수, 매개변수, 조절변수, 종속변수... 수업에서 수많은 변수들을 접하고 통계 분석 방법을 다시 익혔어요. 지겹도록 배우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외웠던 이론인데, 이번 수업은 다르게 다가왔어요. 내가 어떻게 변수를 설정하냐에 따라 수치들이 달라지고 영향력이 달라지는 게 더 크게 다가왔어요. 그냥 '사람'이 보이지 않는 수치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어요. 삶도 똑같죠. 삶은 수치화하면 너무 단순해서 그건 추천 안 할게요.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변수의 영향력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그냥 외생변수로 통제해버릴 수도 있고, 독립변수와 종속변수가 될 수도 있겠지요.
🌳칠월에 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그냥 변수를 설정하지 않았어요. 인풋-아웃풋처럼 ‘가설설정’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연역법’을 따를 필요가 있을까요? 도망을 제대로 치려면 그냥 느껴야 돼요. “이 정도 쉬면 괜찮아지겠지?” 이런 기대도, “이렇게 해야 해.” 이런 방법론도 필요 없어요.
말 그대로 사회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탐색적 연구’인데.
필요한 건 숙소 정도. 그게 끝이었어요. 내가 쉬고 싶은 곳에서 쉬고 싶었어요.
관성처럼 제주도로 향했어요. 그냥 올레길을 걸었어요. 음악도 소음처럼 들리고 찍고 싶은 것도 없어서 가방은 점점 가벼워졌어요. 물과 선크림만 들고 다녔죠.
그래도 뭔가 정화되지 않아 속초, 청도로도 갔고, 또 어딘가로 떠날 것 같아요.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 낙원은 없지만 도망은 좋다
‘도망친 곳엔 낙원은 없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건 맞는 말이긴 해요. 어디든 ‘낙원’이라는 무릉도원은 없어. 조금 더 나을 뿐이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근데 복숭아는 맛있는 곳은 있어요. 치악산 우리 동네?)
그렇지만 ‘도망’은 참 좋아요. 떠나세요. 무거워진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으니까. 머물러야 할 때와 떠날 때를 아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도망도 ‘자유’라는 감각이 있어야 가능해요. ‘자유’가 없으면 어디로 가든 감시하는 느낌이거든요. 어딘가 연락 해야 하고, 스스로 증명해야 하고요. 그때 ‘연결’이 오히려 독이 돼요. 어딘가 얽매여 있으면 ‘도망’은 실천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스위치를 다 끄고요. 가끔 선택적으로 연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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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모든 스트레스는 그런 ‘연결 의무’에서 오는 것 같아요. 근데 8월엔 ‘연결’을 하고 싶어지면 좋겠어요. 도망은 ‘연결을 끊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시 연결하고 싶어지는 상태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니까요. 귀찮다고, 때로는 버겁다고 느껴지는 연결을 스스로 너무너무 하고 싶어서 기꺼이 연결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사람이 생기면 ET처럼 손을 내밀게요.
구독자도 저랑 연결해주기! 뾰로롱~ 🧲
🧲~뾰로롱
🧳 구독자, 도망에는 ‘용기’가 필요해요.
- 휴대폰을 끌 용기.
- 카메라를 두고 올 용기.
- 가방을 가볍게 할 용기.
- 그냥 올레길 표지에 의지해 걸을 용기.
- 음악이 아니라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용기.
- 제대로 쉴 용기.
- 의미를 찾지 않는 용기.
- 그냥 그대로 느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여름’은 도망치기 좋은 계절이에요. 훌쩍 어디로 떠날 수 있잖아요. 저에게 칠월은 ‘도망의 연속’이었어요. 너무 더워서 빠르게는 못 가고 느리게 천천히. 계절을 느끼면서 갈 수 있어요. 무언가를 걸치기보다는 벗어던지고, 내려놓고, 비울 수 있고요.
땀에 젖은 찐득함도 "내가 버리고 싶은 찌꺼기야"라고 생각하면 더 이상 불쾌하지 않겠죠. 감각을 느끼는 순간, 감정과 분리되니까요.
🛟'도망'도 나를 지키는 행위🦺
인간도 동물이고, 본능에 충실해서 도망쳐도 돼요. 다만 남겨진 사람을 조금 생각해주기. 그거면 충분해요. 모두에게 알릴 수는 없어서 일부에게만 알리고 도망친 적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오해도 생겼어요. (아직도 제대로 안 말한 사람도 있는데 기회 되면 말할게요.) 근데 그게 두려웠다면 안 도망쳤겠죠. 나중에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설명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두는 거죠. 만약 소중한 관계면 “다시 제자리로 꼭 돌아올게. 기다려줘.” 말했던 것 같아요. 그럴 시간이 없었던 적도 있지만.
그렇게 말해도 떠날 사람은 떠나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기다리더라고요. 그거에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도망’은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니까.
구독자, 지금 당장 너무 도망치고 싶다?
‘조그마한 신뢰 쪽지’만 남기고 떠나보세요.
그리고
꼭, 다시 돌아와 주세요.
기다리는 사람은 언제나 있으니까요. (일단 저요🙆♀️)
🎈 그리고 돌아와선 힘 빼고 덜 열심히 삐뚤빼뚤 치앙마이 정신으로 ~ 살아가기 ~
제자리
언젠가 머리칼과 이가 피처럼 떨어지고
더는 일어서지 못하더라도
지금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잊지 말자
그 무엇도 되지 않겠다 흘러내리는 것을 옷소매로 닦으며
절룩 거리지 말자
절룩 거리지 말자최백규, 여름의 천사
2025년 7월 예빈씀.
ps. 도망가고 싶을 만큼 극단적으로 가기 전에 평소에 적당히 사는 것도 중요해요! 관련 콘텐츠 보면서 미리 예방 주사 맞기 💉 (근데 그게 어렵죠.)
나의 마음속에 항상 숨겨두었던
알 수 없는 의문 불길한 느낌 눈을 떠
너의 가면 속에 항상 감춰두었던
알 수 없는 표정 내게 보여줘 오늘 밤
자, 나의 손을 잡아 이곳을 떠나자
멈추지 말고 달려 이 밤의 끝까지
매일 반복되는 결말 깰 수 없는 꿈
아냐, 꿈이 아닌 거야, 금지된 그 말 (쉿 조심)
다가오는 사이렌 막다른 골목
우린 여기까지인가 봐 되돌릴 수 없는 걸
어둠 속 숨을 삼켜 우릴 쫓는 서치라이트
내 마지막 부탁은 가면을 벗어줘
아, 믿을 수가 없어 웃고 있는 너를
매일 밤 꿈속의 얼굴 바로 너였다니
겁에 질린 외침 여기 날 구해줘페퍼톤스 - 도망자
선우정아 - 도망가자
한로로 - 도망
영화 <안경>
(사진을 클릭하면 영화 소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어요)
[010dandan]의 2025년 7월 편지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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