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개인적으로 뉴스레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바로 구독자와의 네트워크 형성입니다. 구독자 수 자체는 많지 않지만, 구독자분들의 퀄리티(ㅎㅎ)가 굉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루는 토픽 특성상 대부분 엔터테크에 종사하시거나, 투자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넓고 다양한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시는 분들과 연결된다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 구독자분들과 이메일 혹은 SNS 등을 통해 월 2~3회 정도씩 가볍게 만나뵙고 있는데요! 커피챗을 통해 버추얼 아이돌, 버튜버, AI 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크에 관하여 가볍게 이야기하고 싶으신 분들은 부담없이 연락해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 같이 이야기 나눠요!
(다시 돌아와서) 이번에 커피챗을 통해 실제로 만나뵙게 된 팬덤 비즈니스 플랫폼을 운영하시는 대표님, 버추얼 IP 기반 콘텐츠 기업의 대표님, 그 밖에 관련 IP 비즈니스를 하시는 구독자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IP 비즈니스에서의 유통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번 콘텐츠에선 IP 비즈니스, 특히 버추얼 IP의 유통과 권리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내용과 구독자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IP 유통의 본질과 권리 배분
전통적인 유통은 생산된 상품이나 서비스가 생산자로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반면 IP 비즈니스에서의 콘텐츠 유통은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유통이란 무형의 가치, 즉 캐릭터와 스토리, 세계관 등이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노출되고, 그 권리를 행사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적 행위를 의미하는데요.
콘텐츠를 시장에 내놓는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IP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팬들과 소통하며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는 지속적인 순환 고리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IP 비즈니스에서의 유통은 권리와 가치의 확장에 집중합니다. 권리의 이동을 통해 사업의 영토를 확장하고, 가치의 이동을 통해 그 영토 안에서 실제적인 수익을 거두는 구조죠. 쉽게 말하면, 누가 어떤 권리를 갖고 어떻게 수익을 나눌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IP 유통 설계의 핵심입니다.
결국 IP 비즈니스 확장의 핵심은 권리가 적절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적절한 배분'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입니다. 특히 아티스트나 크리에이터 기반 IP 비즈니스의 경우, 권리 배분의 난이도가 급상승하는데요.
아티스트나 크리에이터의 협상력이 굉장히 강한 경우, 적절한 권리 배분이 굉장히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특히나 같은 회사 안에서도 이러한 권리 배분 조율이 쉽지 않죠. 정치적 갈등, 내부 조율의 어려움, 팬덤의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업부와 제작부 간의 권리 행사 우선순위가 충돌할 수 있습니다. 사업부는 IP 확장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싶어하고, 제작부는 크리에이터의 창작 자유를 보장하고 싶어하죠. 여기에 크리에이터나 아티스트 본인의 의견도 있습니다.
자신의 IP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어떤 협업은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거부할 것인지에 대한 강한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IP 확장 과정에서 팬덤이 반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상업적으로 착취한다"는 인식이 생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크리에이터의 경우, 창의성이 제한되거나 회사가 원하는 방향성에만 맞추게 되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영속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죠.
완벽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으며 원론적으로 지속적인 케어를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팬덤의 반발은 대개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가급적 투명하게 공개를 한다든지, 창작과 비즈니스를 분리한 거버넌스를 잘 구축한다든지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 버추얼 IP의 특수성, 하이브리드 구조
버추얼 유튜버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데 가장 큰 오해는 이들을 단순히 '캐릭터 비즈니스' 혹은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로 보는 시각입니다. 본질은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버튜버는 기술적 에셋(아바타)과 인격적 매력(페르소나)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IP입니다. 캐릭터 디자인과 3D 모델링이라는 물리적 자산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죠. 그 껍데기 안에 사람이 들어가 목소리를 내고, 말투를 만들고, 팬들과 소통하며 관계를 쌓아야 비로소 IP로서 작동합니다.
포켓몬이나 디즈니의 경우, 캐릭터가 일단 만들어지면 그 자체로 존재합니다. 캐릭터의 디자인과 스토리가 확정되면, 누가 목소리를 내든 그 캐릭터는 여전히 같은 캐릭터로 인식되죠. 하지만 버튜버는 다릅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진 3D 모델이라도, 안에 사람이 없으면 그저 빈 껍데기일 뿐입니다.
동시에 버튜버는 일반 크리에이터와도 다릅니다. 유튜버나 스트리머는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 개성으로 팬들과 소통합니다. 본인이 곧 IP죠. 하지만 버튜버는 회사가 만든 캐릭터라는 기술적 에셋을 통해서만 자신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실제 얼굴이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오직 아바타를 통해서만 존재합니다.
결국 버튜버는 기술 기반 캐릭터인 동시에 인격 기반 크리에이터이며, 어느 한쪽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 독특한 구조가 버추얼 IP 비즈니스의 가능성과 동시에 복잡성을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버튜버는 전통적인 캐릭터 IP의 법적 프레임워크로는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데요. 캐릭터는 회사 소유이지만, 그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은 사람입니다.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의 계약 구조로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크리에이터 본인의 개성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제공한 캐릭터를 통해서만 활동하기 때문이죠.
버튜버 회사 형태를 보면 대부분 MCN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일본의 경우는 거의 전속 계약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유사한 구조죠. 하지만 K-POP 아이돌처럼 완전히 통제할 수도 없고, MCN 크리에이터처럼 자유롭게 놔둘 수도 없는 애매한 지점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튜버는 캐릭터 IP처럼 회사가 완전히 소유할 수도 없고, 일반 크리에이터처럼 개인이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도 없습니다(물론 법적으로는 회사의 소유입니다).
버추얼 IP가 이 권리 배분 과정이 극단적인으로 어려운 이유는 명확합니다. 캐릭터 디자인과 3D 모델링, 이름에 대한 법적 소유권은 기업이 가지는 경우가 많으나, 그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하고 팬덤을 모은 가치의 원천은 버튜버 안의 '사람'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회사는 껍데기를 소유하지만, 영혼은 소유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아무리 정교한 3D 모델을 만들고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을 구축해도,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팬들은 모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이라도, 회사가 만든 캐릭터 없이는 버튜버로서 활동할 수 없죠.

전속 계약으로 묶여 있어도 본질적으로는 MCN에 가까운 이 애매한 구조가 최근 1~2년간 급증한 졸업 사태의 근본 원인입니다. 졸업이란 기업 기반으로 프로듀싱하는 그룹에서 소속 멤버가 나가는 것을 뜻하는 말인데요.
전 세계 버튜버 중 구독자 수 1위였던 가우르 구라를 포함해 인기를 끌던 핵심 멤버들이 최근에 많이 졸업했습니다. 일본의 두 버추얼 유튜버 회사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팬덤 사이에서도 굉장한 반발과 우려가 나왔죠. 잇따른 버튜버의 졸업은 단순한 인력 이탈이나 개인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원하는 '확장 가능한 IP'와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자유로운 창작'이 근본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버튜버 중에서도 무도관이나 도쿄돔을 꿈꾸며 노래와 춤에 능한 아이돌형 버튜버가 있는 반면, 순수 개인 방송을 좋아해 팬들과의 잡담이나 게임만 하는 스트리머형 버튜버도 있습니다. 후자의 버튜버에게 노래나 공연, 콘서트에 대해 압박을 한다면 당연히 힘들어할 수밖에 없죠. 졸업한 버튜버들은 대부분 회사와의 방향성 차이로 인해 졸업했다고 하는데, 아마 이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K-POP 아이돌은 그나마 이러한 통제에 익숙합니다. 연습생 시절부터 회사의 시스템 안에서 훈련받고, 데뷔 후에도 회사가 정한 방향성에 맞춰 활동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죠. 하지만 버튜버들은 태생이 자유로운 영혼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치명적입니다. 많은 버튜버들이 개인 방송으로 시작했거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원해서 이 업계에 들어왔기 때문에 회사의 통제나 방향성 강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따라서 권리 상으로는 전속이 맞으나 실질적으로는 MCN과도 유사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법적으로는 회사가 캐릭터를 소유하지만, 실제로는 그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은 사람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으면 IP 자체가 무너지는 구조죠.
이는 단순히 계약서 몇 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회사가 IP 확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도, 버튜버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버튜버가 하고 싶은 활동이 있어도, 회사가 IP 브랜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거부할 수 있죠.
3️⃣ 버추얼 IP 페르소나의 자산화
그렇다면 이 복잡한 권리 구조가 만들어내는 것은 문제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버추얼 IP는 전통적인 IP가 가질 수 없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IP 유통이 아티스트의 유한한 시간과 물리적인 노동력을 배분하는 시간 관리 비즈니스라면, 버튜버 IP는 아티스트의 인격적 매력을 기술로 규격화하여 확장성을 부여하는 페르소나 자산화 비즈니스입니다.
무슨 말일까요? 일반 아티스트나 아이돌은 하루 24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콘서트를 하면 그 시간 동안 방송을 할 수 없고, 드라마를 찍으면 그 기간 동안 앨범 작업을 하기 어렵죠. 아티스트의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가 매니지먼트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버튜버는 다릅니다. 잘 만들어진 에셋(캐릭터)과 연기자라는 인격(페르소나)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합하거나 분리 활용한다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물론 팬덤의 반발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버추얼 IP가 가진 압도적인 '유연성'입니다. 진짜 인간은 외모나 신체적 조건을 급격하게 바꾸어 유통하기 어렵습니다. 팬덤은 이들에게 시각적 일관성을 기대하며, 이를 변형하는 데는 분장이나 편집 등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죠.
예를 들어 아이돌이 SF 영화에 출연하려면 분장에 몇 시간이 걸리고, CG 작업에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게임 캐릭터로 만들려면 별도의 모델링 작업이 필요하고, 메타버스에서 팬들과 만나려면 또 다른 형태의 아바타가 필요합니다. 각각의 플랫폼과 매체에 맞춰 새로운 작업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버튜버는 모바일 게임에서는 가벼운 사양의 캐릭터로, 고사양 영화에서는 실사급 렌더링 모델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유저 상호작용이 가능한 아바타 에셋으로 즉각 변환되어 유통이 가능합니다.
같은 캐릭터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되,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형태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죠. 이러한 유연성은 하나의 IP가 서로 다른 성격의 산업군, 즉 게임, 패션, 미디어 등으로 전이되는 속도를 실물 IP보다 훨씬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권리만 잘 해결한다면 말이죠.
4️⃣ 버추얼 IP 유통의 치명적 병목
하지만 권리 배분보다 더 치명적인 병목이 존재합니다. 버추얼 IP는 유통의 전 과정이 기술적 인프라에 강력하게 귀속된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버튜버는 용어의 어원답게 유튜브에서 기본적으로 활동하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 유튜브 라이브보다는 숲과 치지직이라는 폐쇄된 생태계 안에서만 활동합니다. 문제는 트위치 이후 숲과 치지직 모두 국내 사용자에게만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인구 대비 국내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이 크긴 하지만, 풀이 굉장히 작죠.
이는 버튜버 IP가 갇힐 수 있는 가장 큰 병목입니다. 유통 과정이 아바타에 기반한 기술적 인프라에 귀속되기 때문에, 메이저 유통망을 뚫지 못한다면 그 안에서만 놀아야 합니다. 물론 그 안에서의 팬덤의 파워가 강력하다면 생존은 가능하나 확장이 쉽지 않죠.
앞서 언급한 유연성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버튜버가 게임, 패션, 미디어 등으로 확장하려면 결국 '인지도'라는 벽을 넘어야 합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어도, 사람들이 그 아바타를 모른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폐쇄된 플랫폼 안에서만 활동하면 인지도 확장에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병목을 뚫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현재로서는 단 하나의 요소만이 유통 과정에서 메이저 유통망을 탈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음악입니다.

플레이브와 이세계아이돌의 사례를 보면 명확합니다. 완전한 대중픽은 아닐 수 있지만, 음악의 퀄리티가 이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음악은 폐쇄된 화면 안에 갇혀 있던 버추얼 IP를 메이저 유통망에 진입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사다리입니다. 버튜버를 '아는 사람만 아는 존재'에서 '들어본 적 있는 존재'로 격상시키죠.
하지만 음악이 만능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음악은 플랫폼 병목을 뚫는 통로일 뿐입니다. 음악은 메이저 유통망에 진입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사다리일 뿐, 버튜버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성공을 결정짓는 유일한 열쇠는 아닙니다.

실제 버튜버 비즈니스의 수익 구조를 보면 음악이나 콘서트는 '상징성'과 '브랜딩'을 담당하고, 실제 '돈'은 MD(기획 상품)에서 창출되는 구조입니다. 수익의 실체는 MD에 있고, 콘서트와 음악은 그 MD를 비싸게 팔 수 있게 만드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버튜버가 노래를 다 잘할 수는 없고, 음악을 잘한다는 것이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성공의 충분 조건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일본처럼 내수 시장이 굉장히 클 경우는 음악이 아닌 다른 형태의 바이럴 요소를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합니다. 팬 미팅, 굿즈 판매,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플랫폼 내부에서만으로도 충분한 팬덤 밀도를 구축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죠.
하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습니다. 음악에 목매지 않고도 강력한 IP를 구축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로는 존재할 수 있겠으나, 플랫폼 내부의 인기가 정체될 경우 새로운 유입을 만들어낼 동력이 부족합니다. 음악이 아닌 다른 형태의 바이럴 요소를 반드시 확보해야만 유통의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는 그 선택지가 제한적입니다. 웹툰? 웹소설? 모바일 게임? 또 무엇이 있을까요?
결국 팬덤 밀도만으로는 정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내부에서 아무리 강력한 팬덤을 구축해도, 외부로부터의 새로운 유입이 없으면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유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음악이라는 것이 국내 버추얼 IP의 현실입니다.
5️⃣ 버추얼 IP 비즈니스가 직면한 본질적 질문
버추얼 IP가 플랫폼의 벽을 넘어 현실 세계로 나아가고자 할 때, 또 다른 장벽이 등장합니다. 바로 접점을 만드는 데 드는 막대한 통행료(비용)입니다.

버추얼 아이돌이 쇼미더머니 오디션을 보기 위해서는 홀로박스 같은 고가의 장비와 스튜디오 모션캡처 시스템을 동원해야 합니다. 현실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여전히 비싼 통행료를 내야 하는 것이 이 산업의 현주소입니다.

일반 아티스트나 아이돌이라면 그냥 현장에 가서 오디션을 보면 됩니다. 카메라 앞에 서서 노래하고 춤추면 그만이죠. 하지만 버튜버는 그럴 수 없습니다. 화면 밖으로 나가려면 특수한 기술적 인프라가 필요하고, 그 인프라는 비싸고 복잡합니다.
콘서트를 하려면 대형 LED 스크린과 실시간 렌더링 시스템이 필요하고,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방송국의 기술 시스템과 호환되는 장비를 세팅해야 합니다. 팬 미팅을 열려고 해도 팬들이 실물로 만날 수 있는 것은 스크린 속 아바타뿐이죠. 이 모든 것이 추가 비용으로 작용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기술적 장벽이 버추얼 IP의 유통 범위를 제한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유연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형태로 변환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로 그것을 구현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면 확장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화면에 갇혀 있는 IP라는 한계는 여전히 명확합니다. 버튜버는 스트리밍 플랫폼 안에서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지만, 그 밖으로 나가는 순간 막대한 기술적, 경제적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는 버추얼 IP의 확장 속도를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요소입니다.


결국 버추얼 IP 비즈니스가 직면한 본질적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무한한 유연성을 가진 IP를 어떻게 폐쇄된 플랫폼 밖으로 꺼낼 것인가. 화면 안에 갇혀 있는 존재를 어떻게 현실 세계와 연결할 것인가. 내수 시장에 고립된 라이브 스트리밍 생태계를 어떻게 글로벌 유통망으로 확장할 것인가.
음악은 그 돌파구 중 하나를 증명했지만, 모든 버튜버가 음악으로 승부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처럼 내수만으로 다양한 바이럴 경로를 확보할 수 있는 시장도 아닙니다. 권리 배분의 복잡성은 IP 확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현실 세계로 나아가는 비용은 여전히 비쌉니다.
이 유통의 병목을 해결하지 않는 한, 버추얼 IP는 아무리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더라도, 아무리 뛰어난 기술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여전히 틈새 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화면에 갇혀 있는 버추얼 IP를 어떻게 현실과 연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버튜버, 버추얼 아이돌을 비롯한 버추얼 IP 비즈니스의 다음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콘텐츠 주제는 '(안의 사람이 없는) 버추얼 IP의 가능성, K-POP 팬덤과 오토메 게임'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0xPlayer의 모든 콘텐츠는 구독자 전용이며, 구독은 무료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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