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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버추얼 전용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외로움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리얼리티와 이리암은 모바일 기반의 접근성과 가챠·시급제라는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 해소 욕구를 새로운 페르소나 생태계로 치환하며 성장하고 있다.

2026.02.05 | 조회 5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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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버추얼 유튜버를 비롯한 버추얼 IP 산업을 구성하는 주요 플레이어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형 기획사들입니다. 커버(홀로라이브), 애니컬러(니지산지), 브레이브 그룹(브이스포!) 같은 대형 IP 홀더들은 이미 시장의 중심에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부터 굿즈 판매, 라이선싱까지 수천억 원, 조 단위 규모의 비즈니스가 전개되죠.

하지만 이들이 버추얼 산업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거대한 빙하의 일각만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기획사에 소속된 버튜버들이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데뷔한 연예인에 가깝다면, 그 무대 아래에는 훨씬 더 넓고 촘촘한 일반인들의 버추얼 생태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버추얼 IP 산업에서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오직 아바타 기반 스트리밍에만 특화된 전용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이리암(IRIAM)이나 리얼리티(Reality)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들 플랫폼은 유튜브나 트위치 같은 범용 플랫폼과는 결이 다른 생태계를 형성하며 사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형 버튜버들은 주로 유튜브나 트위치에서 수만 명의 시청자와 만납니다. 반면 전용 플랫폼의 방송인들은 화려한 조명보다는 아주 가깝고 밀접한 소통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시청자가 10명뿐이라도 그 안에서 가족 같은 유대감을 쌓는 식이죠.

그렇다면 왜 이들은 유튜브라는 거대한 광장을 두고, 다소 생소한 전용 플랫폼을 선택했을까요? 고사양 장비도, 전문적인 기획력도 없는 일반인들이 아바타라는 가면을 쓰고 이곳으로 모여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 플랫폼이 타겟으로 하는 크리에이터층의 정체성과, 범용 플랫폼은 결코 줄 수 없는 그들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1️⃣ 버추얼 전용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이란?

버추얼 전용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이란, 아바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방송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을 의미합니다. 유튜브 라이브나 트위치처럼 실사 스트리머와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공존하는 범용 플랫폼과 달리, 이들 플랫폼은 버추얼만을 위한 전용 공간입니다. 단순히 "버추얼만 방송한다"는 정책적인 제한을 넘어, 이들 플랫폼은 버추얼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기술 스택을 플랫폼 차원에서 제공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버튜버가 유튜브에서 방송하려면 여러 단계의 소프트웨어를 조합해야 합니다. 라이브2D나 VRM 형식의 아바타 모델을 준비하고, 아바타 구동 소프트웨어를 실행해 모션 트래킹을 적용한 뒤, OBS로 화면을 캡처해 유튜브나 트위치로 송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PC 사양, 소프트웨어 간 호환성, 렌더링 부하 등 다양한 기술적 장벽이 발생합니다.

반면 버추얼 전용 플랫폼은 자체 엔진 기반으로 아바타 생성, 모션 트래킹, 렌더링, 라이브 방송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앱 안에 통합하여 제공합니다. 크리에이터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나 복잡한 설정 없이, 앱 하나만으로 방송을 시작할 수 있는데요.

왜 모바일에 집중할까요? 버추얼 전용 플랫폼의 타겟층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버튜버(VTuber)'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들 플랫폼이 타겟으로 하는 것은 "기획사에 소속되어 버튜버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그냥 아바타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싶은 일반인"입니다. 고사양 PC나 복잡한 소프트웨어 세팅은 이들에게 너무 높은 진입장벽입니다.

사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화려한 기술이나 '스타'가 되는 게 아닙니다. 그저 현실의 나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거죠. 모바일로 진입장벽을 낮춘 건 단순히 편의성을 위해서라기보다, 누구나 원할 때 언제든 '마음의 도피처'로 들어오게 하려는 전략에 가깝습니다.  

부연하자면 최근 일본에서 '버튜버'라는 단어는 세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Z세대 및 알파세대에게 버튜버는 홀로라이브나 니지산지 같은 기업 소속의 전문 탤런트를 의미합니다. 이들에게 버튜버는 동경의 대상이자 연예인이며, 오디션을 거쳐 데뷔하는 일반인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됩니다. 반면 30대 이상 기성세대는 아바타를 사용하는 모든 형태의 방송인을 버튜버라고 부르는 경향이 강합니다.

버추얼 전용 플랫폼이 타겟으로 하는 것은 전자, 즉 '프로 버튜버'가 아닙니다. 이들 플랫폼은 "기획사에 소속되어 버튜버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그냥 아바타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싶은 일반인"이 타겟이죠.

여기서 재미있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시작은 그냥 아바타로 놀고 싶은 일반인이지만, 플랫폼 안에서 소통의 재미를 붙인 유저들은 곧 더 나은 외모(아바타)와 더 체계적인 방송 환경을 갈구하게 됩니다. 이때 플랫폼과 연계된 에이전시들이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며 이들을 준프로급 크리에이터로 견인합니다. 결국 진입장벽은 낮추되, 그 안에서의 성장 사다리는 기업화된 생태계가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어쨌든 고사양 PC와 복잡한 소프트웨어 세팅은 이들에게는 너무 높은 진입장벽입니다. 이들 플랫폼이 모바일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자이로 센서만으로 얼굴 추적과 모션 캡처가 가능하며, 앱 내 간편한 기능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타겟층인 10-20대에게 고사양 PC나 모션캡처를 위한 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부담이지만, 스마트폰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기죠. 시청자 입장에서도 모바일이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라이브를 보고 기프트(후원)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성과 편의성에는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합니다. 먼저 버추얼 전용 플랫폼의 가장 큰 약점은 제한된 시청자 풀입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아무리 시작하기 쉬워도, 잠재 시청자 규모 자체가 범용 플랫폼 대비 굉장히 작다는 것은 명확한 한계입니다.

또한 범용 플랫폼에서는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아바타와 방송 세팅을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지만, 버추얼 전용 플랫폼에서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아바타 시스템과 기능 범위 내에서만 활동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고퀄리티 3D 아바타나 독창적인 비주얼 연출을 원하는 크리에이터에게는 제약이 될 수밖에 없죠.

범용 플랫폼과 버추얼 전용 플랫폼의 핵심적인 차이는 크리에이터 구성에 있습니다. 유튜브나 트위치는 이미 팬베이스를 가진 전문 크리에이터들이 주축입니다. 후원과 구독 중심의 수익 모델이 잘 작동하는 이유죠.

반면 버추얼 전용 플랫폼의 주요 타겟은 앞서 말한 것처럼 '아바타로 방송하는 일반인'입니다. 아직 팬이 없는 신인들이죠. 제한된 시청자 풀, 아마추어 중심 구성 등 이런 조건에서 후원 기반 수익화는 작동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버추얼 전용 플랫폼인 리얼리티(Reality)와 이리암(IRIAM)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데요. 간략하게 한번 두 플랫폼을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2️⃣ 나를 꾸미는 즐거움과 가챠의 결합, 리얼리티(REALITY)

아바타로 사는 세상, 그리고 방송이라는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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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리얼리티(REALITY)는 2018년 8월 시작된 스마트폰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입니다. "되고 싶은 자신으로 살아가자"는 콘셉트로, 스마트폰 하나면 자기만의 아바타를 만들어서 라이브 방송도 하고 친구들이랑 놀 수 있죠. 방송 중 받은 기프트는 수익으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2025년 5월 기준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가 2,000만을 넘었고, Z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요. 게임 방송 기능, 피드 기능, 아바타 염색 같은 다양한 기능들을 계속 추가하면서, 유저들이 '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리얼리티 플랫폼 안에서 진행되는 연애 버라이어티, Beyond REALITY
리얼리티 플랫폼 안에서 진행되는 연애 버라이어티, Beyond REALITY

재미있는 점은 리얼리티가 단순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아바타로 살아가는 가상 세계에 가까운데요. 피드에 일상을 올리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아바타를 꾸미는 등의 구조는 과거 싸이월드나 아메바 피그 같은 소셜 게임, 혹은 제페토 같은 모바일 메타버스와 닮아있습니다. 방송 기능은 이런 소셜 플랫폼 위에 얹어진 하나의 활동에 가깝죠.

그래서 수익화도 방송 기프트뿐만 아니라 아바타 아이템이나 소셜 기능 관련 요소들도 포함됩니다. 한마디로 리얼리티는 "아바타로 사는 가상 세계 + 그 안에서 방송도 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하고 기프트 받기)
  • 소셜 네트워킹 (친구 만들기, 피드 올리기)
  • 메타버스/가상세계 (아바타로 돌아다니며 활동)
  • 게임적 요소 (아바타 커스터마이징, 수집, 이벤트 참여)

크리에이터도 소비자가 되는 가챠 중심의 수익화

최애의아이 x 리얼리티의 콜라보 가챠
최애의아이 x 리얼리티의 콜라보 가챠

리얼리티의 수익 구조는 일반적인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과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라이브 스트래밍 플랫폼은 시청자가 크리에이터에게 후원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이 수수료를 받는 구조입니다. 즉, 플랫폼의 직접 과금 대상은 시청자죠. 반면 리얼리티는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양쪽 모두에게 돈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리얼리티의 누적 다운로드 2,000만 기념 가챠 이벤트
리얼리티의 누적 다운로드 2,000만 기념 가챠 이벤트

핵심적인 수익원은 바로 가챠 시스템입니다. 가챠는 일본 모바일 게임에서 유래한 수익 모델로, 캡슐 토이 자판기처럼 랜덤으로 아이템을 뽑는 방식입니다. 유저는 유료 재화를 소비해 가챠를 돌리고, 확률에 따라 일반 아이템이나 희귀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반복적으로 결제를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리얼리티의 가챠는 단순히 예쁜 옷을 파는 게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완성해가는 과정입니다. 유저는 아바타를 꾸미면서 가상 세계 속의 내 모습이 더 근사해지는 걸 즐기고, 그 안에서 소속감을 얻습니다. 결국 플랫폼은 아이템을 팔고, 유저는 '현실보다 더 맘에 드는 나'를 만드는 즐거움을 사는 셈입니다.

아바타 의상과 액세서리를 뽑는 전통적인 가챠에 더해, 2024년 이후에는 가구 가챠 비중이 커졌습니다. 가구는 가상 공간인 '룸'을 꾸미는 아이템인데요. 가챠의 강력한 점은 시청자뿐 아니라 크리에이터도 과금한다는 겁니다.

크리에이터들도 자기 아바타와 룸을 꾸미려고 가챠를 돌립니다. 방송에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목적도 있고, 가챠 뽑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신상 가챠 뽑방!" 같은 방송이 인기를 끌고, 시청자들은 라이버가 희귀 아이템을 뽑는 순간을 함께 즐깁니다. 크리에이터 수가 늘어날수록 과금 유저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리얼리티의 가챠는 단순히 아이템 판매를 넘어선 리텐션 전략입니다. 특별한 콘텐츠가 없는 일반인 라이버에게 신상 가챠 아이템은 그 자체로 훌륭한 방송 소재가 됩니다. "이번 시즌 가챠 같이 뽑아요"라는 제목만으로도 방송의 목적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시청자가 없어도 아바타와 방을 꾸미며 시간을 보내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방송을 준비하게 만드는 소셜 게임적 순환 구조를 완성한 것입니다.

두 번째 수익원은 기프팅입니다. 시청자가 코인을 구매해서 라이브 방송 중 크리에이터에게 디지털 선물을 보내는 방식이죠. 2024년 10월에는 게임 방송 기능을 도입해서 콘텐츠를 다양화했고, 스마트폰만으로 아바타로 게임 방송까지 할 수 있게 되면서 기프팅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크리에이터는 받은 기프트를 'LIVE 포인트'로 적립합니다. 이 포인트는 3가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3,000포인트 이상이면 기프트 코드로 교환 가능하고(월 1회, 수수료 216엔 및 원천징수세 차감), 월말 기준 6,000포인트 이상 보유 시 은행 계좌로 자동 입금됩니다. 그런데 세 번째 방법이 독특합니다. 포인트를 다시 앱 내 코인으로 전환해서, 본인 아바타를 꾸미거나 다른 크리에이터에게 기프트를 보낼 수 있습니다.

유튜브나 트위치에서 크리에이터는 수익을 받는 쪽이지, 플랫폼에 돈을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리얼리티에서는 크리에이터도 소비자입니다. 방송으로 번 수익을 다시 플랫폼 안에서 쓸 수 있고, 그 과정이 자연스럽습니다. 결국 리얼리티는 모바일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을 라이브 스트리밍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성과: 게임 대기업의 DNA가 만든 높은 수익성

그렇다면 이 복합적인 수익 구조가 실제로 잘 작동하고 있을까요? 리얼리티가 내세우는 비즈니스 모델이 숫자로 증명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리얼리티는 일본의 모바일 게임 대기업 그리(GREE) 홀딩스의 자회사입니다. 그리는 2000년대 중후반 모바일 소셜 게임 시장을 선도했던 기업으로, 가챠 시스템과 소셜 네트워킹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에 정통한데요. 리얼리티가 라이브 스트리밍에 모바일 게임의 수익 구조를 자연스럽게 접목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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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를 운영하는 그리 홀딩스는 게임, VTuber, IP, DX, 투자의 5개 사업 부문을 운영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테크 기업입니다. 2026년 6월기 1분기부터 기존 '메타버스 사업'을 'VTuber 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포괄적인 용어보다 버튜버라는 구체적인 사업 영역을 드러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네요.

VTuber 사업은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는 플랫폼 사업으로, 앞서 설명한 리얼리티 앱을 운영하면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와 아바타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제공합니다.

두 번째는 프로덕션 사업으로, 'REALITY Studios'라는 브랜드로 자체 버튜버 기획사를 운영합니다. 여기서 소속 버튜버들을 발굴·육성하고 프로듀싱하는 일을 담당하죠. 쉽게 말해 유튜브가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엔터 사업을 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연간 실적으로 보면 리얼리티 플랫폼의 매출은 약 70억 엔 수준(약 650억 원)
연간 실적으로 보면 리얼리티 플랫폼의 매출은 약 70억 엔 수준(약 650억 원)

2026년 6월기 1분기 실적을 보면, VTuber 사업 전체는 매출액 21.3억 엔, 영업이익 3.6억 엔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이 중 리얼리티 플랫폼 사업만 따로 보면 매출액 17.6억 엔, 영업이익 4.8억 엔으로 영업이익률 27.5%에 달합니다. 상당히 높은 수익성이죠.

높은 수익성의 비결은 바로 '앱 외부 결제'입니다. 리얼리티는 수년 전부터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는, 웹 기반의 직접 결제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애플이나 구글에 30%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까 마진이 크게 개선되는 것이죠. 회사 측은 결산설명회에서 현재 앱 외부 결제 이용률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밝혔는데, 이 직접 결제가 영업이익률 개선의 핵심 동력이라고 추가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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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는 "누구나 쉽게 버튜버가 될 수 있는 앱"이라는 포지셔닝으로 유저층을 넓히고 있습니다. 자사 소속 버튜버뿐 아니라 타사 버튜버 사무소들과도 적극적으로 제휴하면서 플랫폼을 개방하는 전략입니다.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들어올수록 플랫폼 생태계가 커지니까요.

리얼리티의 수익 배분 구조를 보면 이 전략이 더 명확해집니다. 프리랜서 라이버보다 사무소(기획사) 소속 라이버에게 더 높은 수익 배분율을 적용해줍니다. 단, 한 번이라도 방송을 시작한 라이버는 기본적으로 사무소 소속이 불가능하고, 첫 방송 전인 사람만 사무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는 신규 유입자를 최대한 빨리 사무소 생태계로 편입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사무소 소속이 되면 수익률이 더 높으니 신규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사무소에 들어가는 게 유리하고, 플랫폼 입장에서는 사무소들이 적극적으로 신인을 발굴하도록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전체 유저층에서 30%는 일본, 70%는 해외 유저
전체 유저층에서 30%는 일본, 70%는 해외 유저

리얼리티는 해외 시장에 대해서도 다소 희망적인 기대를 갖고 있는데요. 현재 해외는 일본보다 인지도나 소비 의욕이 낮지만, 팬층은 분명히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애니메이션 시장처럼 버튜버 시장도 결국 해외 규모가 일본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리얼리티의 사례는 버추얼 전용 플랫폼이 어떻게 수익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줍니다. 범용 플랫폼처럼 스타 크리에이터의 후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양쪽 모두에게 과금하는 모바일 게임 방식을 접목했습니다.

가챠로 아바타를 꾸미고, 기프팅으로 라이브 방송을 즐기고, 앱 외부 결제로 앱스토어 수수료를 회피합니다. 이 세 가지가 잘 맞물리면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만들어냈죠. 결국 리얼리티는 단순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소셜 네트워킹과 가상 세계 요소를 결합한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숫자보다 관계에 집중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이리암(IRIAM)

일러스트 한 장으로 시작하는 깊은 유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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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암은 2018년 10월 출시된 버추얼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입니다. 2021년 7월 디엔에이(DeNA)가 약 120억 엔에 인수하여 현재 완전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엔에이는 기존에 포코챠(Pococha)라는 범용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고, 이리암 인수를 통해 버추얼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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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암 역시 리얼리티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1대로 언제 어디서나 아바타가 되어 생방송을 할 수 있으며, 앱의 특성상 방송인은 전부 버추얼입니다. 이리암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PNG 스트리밍'이라 불리는 기술입니다. 한 장의 일러스트만 있으면 기계학습 기반 자동 모델링 기능이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움직입니다. 별도의 Live2D 리깅이나 3D 모델링이 필요 없죠. 덕분에 디자인이 강제되는 타 플랫폼과 달리, 자신의 취향이나 디자인이 들어간 아바타로 활동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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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암은 자신들을 "커뮤니티형" 플랫폼이라고 정의합니다. 유튜브나 트위치 같은 "미디어형" 플랫폼과 대비되는 개념인데요. 미디어형은 소수의 인기 스트리머가 대규모 시청자에게 방송합니다. 방송인과 시청자의 거리가 멀고, 시청자는 수많은 관객 중 하나로 묻힐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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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커뮤니티형은 시청자 수가 10명 정도로 소규모지만, 라이버와 시청자의 거리가 가깝습니다. 시청자도 하나의 존재로 인식됩니다. 단순한 방송 공간이 아니라 라이버와 시청자가 함께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이리암 방송을 보면 유튜브 방송보다는 라인이나 디스코드의 그룹 통화에 가깝습니다. 동시 참여 인원은 극단적으로 많지 않고, 참여자 간 거리감은 상당히 가깝습니다. 10명 정도가 느슨하게 대화를 즐기는... 이자카야 같은 분위기라고 할 수 있죠.

 이런 구조 덕분에 시청자는 수천 명 중 한 명이 아니라 '이 방의 소중한 한 사람'이 됩니다. 이리암이 시청자 수보다 댓글 반응에 더 큰 보상을 주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유저가 이 커뮤니티에서 "내가 꼭 필요한 존재구나"라고 느끼게 만들어 플랫폼을 계속 찾게 만드는 영리한 설계인 거죠.  

시청자가 방에 들어오면 "OO님이 들어오셨습니다(첫 시청)"라는 알림이 뜹니다. 라이버는 곧바로 인사를 건네고, 초심자 마크를 보면 "초심자 미션" 같은 가이드까지 해줍니다. 라이버는 시청자를 이름으로 부르며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눕니다. 이리암에서 방송을 볼 때 시청자는 "익명의 A씨"가 되지 않습니다.

2024년 11월에 열린 이리암 6주년 기념 이벤트 '미라이토 파티 2024'를 보면 이 철학이 드러납니다. 시청자들이 관객석 최전열에 서서 무대 위 라이버에게 친근하게 응원의 말을 던졌습니다.

회장 입구 메시지보드에는 시청자가 라이버에게 보내는 메시지뿐 아니라 "시청자 동료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있었습니다. 연간 활약한 라이버를 표창하는 코너에는 시청자를 표창하는 부문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플랫폼이 시청자를 주역으로 인정하는 드문 사례입니다.

이리암의 구조는 소수 스타 중심이 아닙니다. 소규모 라이버들이 각자의 팬과 함께 작은 경제권을 만드는 롱테일 구조입니다. 수만 명의 팔로워 없이도 100명, 10명의 찐 팬과 함께 수익을 만드는 것이죠.

신규 라이버를 위한 안전망, 시급 중심의 수익화

이리암은 리얼리티와 달리, 전통적인 기프트(후원) 중심의 수익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이리암의 수익 생태계는 플랫폼, 라이버, 에이전시 세 주체로 구성되며, 핵심은 시청자가 유료 결제로 구매하는 '포인트'가 각 주체에게 배분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시청자는 포인트를 구매해 방송 중 기프트로 전송합니다. 라이버는 받은 기프트를 '다이아몬드'라는 단위로 전환해 현금화합니다(1다이아몬드는 1엔). 플랫폼은 포인트 판매 수익에서 결제 수수료와 라이버 배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가져갑니다. 에이전시는 라이버 육성에 대한 플랫폼 인센티브와 IP 활용 수익을 만듭니다.

이리암의 독특한 점은 라이버 수익 구조입니다. 일반적인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과 달리 '시간 다이아몬드'라는 시급 제도를 운영합니다. 라이버는 기프트 배분뿐 아니라 방송 시간에 따른 기본 수익을 받습니다.

라이버가 수익을 받으려면 먼저 수익화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15시간 이상 방송, 10일 이상 방송, 누적 획득 포인트 5,000pt 이상을 달성하면 마이페이지에 수익화 신청 항목이 나타납니다. 수익화를 시작하면 라이버는 두 종류의 다이아몬드를 받습니다.

이리암의 커뮤니티 순위 테이블
이리암의 커뮤니티 순위 테이블
랭크업과 랭크다운의 조건
랭크업과 랭크다운의 조건

첫째는 '시간 다이아몬드'입니다. 2021년 6월 도입된 제도로, 커뮤니티 랭크와 1일 방송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최고 등급인 S등급의 경우 시간당 최대 2,300엔의 수익이 보장됩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랭크 B 정도면 월 약 40만원을 받습니다. 단 시간 다이아몬드에는 한도가 있습니다. 1일 최대 2시간, 월 최대 40시간까지만 인정됩니다. 전날 방송한 시간에 대한 시간 다이아몬드는 다음날 지급됩니다.

커뮤니티 랭크는 S, A, B, C, D의 5단계로 나뉘며, D를 제외한 랭크는 다시 3~4단계로 세분화됩니다. 랭크는 약 1주일간의 활동 실적으로 결정됩니다. 이리암의 채용 자료에서는 "시간당 받는 코멘트가 많을수록 랭크가 올라간다"고 설명합니다. 시청자 수보다 '반응'을 중시하는 플랫폼 철학이 수익 구조에도 반영된 셈입니다.

이 시급 제도는 신규 라이버를 위한 최소 보장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직 팬이 적어 기프트를 많이 받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방송하면 기본 수익이 발생합니다. 단 월 40시간 한도 때문에 시급만으로는 생활이 어렵습니다. 결국 기프트를 통한 응원 다이아몬드를 함께 늘려야 합니다.

둘째는 '응원 다이아몬드'입니다. 시청자가 보낸 기프트 포인트의 일정 비율을 라이버에게 배분합니다. 이리암은 공식적으로 배분율을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크리에이터가 받는 비율이 15~30% 수준으로 추정합니다. 유튜브의 슈퍼챗(크리에이터 70%)이나 아프리카TV의 별풍선(크리에이터 40%)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시급 제도가 라이버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기프트 배분율은 반대로 낮습니다. 플랫폼이 신규 라이버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대신, 인기 라이버가 받을 수 있는 기프트 수익의 몫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응원 다이아몬드는 기프트뿐 아니라 시청자의 코멘트, 스타, 시청 시간 등 다양한 '응원 액션'을 이리암 자체 평가 기준으로 계산해 지급합니다.

물론 시급제는 플랫폼 입장에서 양날의 검입니다. 수익만을 노린 무의미한 방치형 방송이 늘어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리암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단순히 접속 시간이 아닌 코멘트 반응률, 선물 비율 등 커뮤니티 밀도를 측정하는 랭크 알고리즘을 촘촘하게 설계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켜두는 방송이 아니라, 실제로 소통이 일어나는 방송에만 보상을 집중함으로써 커뮤니티의 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리암은 리얼리티와 마찬가지로, 앱 외부 결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리암 오토쿠 차지(IRIAM 특가 충전)'라는 웹 기반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앱 내 결제 대비 최대 25% 더 많은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앱스토어 수수료 30%를 피하면서 유저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리암의 에이전시(소속사) 구조입니다. 이리암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용 에이전시들은 라이버의 수익에서 수수료를 떼지 않습니다. 대신 플랫폼으로부터 우수한 라이버를 육성하고 관리한 대가로 운영 지원금이나 광고 대행료 형태의 인센티브를 받습니다. 소속 라이버의 IP를 활용한 굿즈 판매 대행이나 기업 협업 이벤트를 통해서도 추가 수익을 만듭니다.

이 구조는 플랫폼 입장에서 라이버 육성 비용을 외주화하는 전략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라이버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플랫폼 인센티브로 수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라이버 입장에서는 소속사에 수수료를 떼이지 않으면서도 육성 지원을 받을 수 있고요. 또한 이리암과 제휴한 에이전시에 소속되면 은행 계좌 등록이나 수익 정산 절차를 대행해주기 때문에 페이퍼 작업 부담이 줄어듭니다.

실제 성과: 숫자의 딜레마와 성장의 희망

연간 실적으로 보면 이리암의 매출은 약 84억 엔 수준(약 780억 원)
연간 실적으로 보면 이리암의 매출은 약 84억 엔 수준(약 780억 원)

이리암의 일본 내 분기 매출은 약 20~22억 엔 수준입니다. 2025년 2분기 기준 약 21억 엔을 기록했는데, 이는 디엔에이 라이브 스트리밍 사업 전체 매출 103억 엔의 약 20% 수준입니다. 같은 라이브 스트리밍 사업부의 범용 플랫폼 포코챠가 80억 엔인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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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자료에 따르면, DAU는 2분기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누적 다운로드는 544만 건을 넘었습니다. 리얼리티의 누적 다운로드 수 2,000만 건과 비교하면 이리암의 사용자 규모는 약 1/4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매출은 이리암이 더 높습니다. 이리암의 ARPU가 리얼리티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커뮤니티 구조가 이러한 차이를 만듭니다. 리얼리티는 가챠로 고액 과금을 노리지만, 실제로는 무과금이나 저과금 유저도 많죠. 반면 이리암은 일단 들어온 유저가 커뮤니티에 정착하면, 라이버와의 관계를 중시하며 꾸준히 기프트를 보냅니다. 적은 유저지만 과금 비율이 높은 구조죠.

매출은 큰 성장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데, 사용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ARPU는 낮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급 제도로 신규 라이버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소규모 라이버들이 늘어났는데, 이들의 팬층은 아직 형성 초기 단계입니다. 밀착형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시청자들이 꾸준히 과금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기존 라이버들의 성숙한 팬층이 만드는 높은 ARPU를, 신규 유입 유저들의 낮은 과금이 희석시키는 구조입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신규 라이버를 계속 유입시켜야 생태계가 활성화되지만, 단기적으로는 ARPU가 낮아지고 수익성이 악화됩니다. 시급 제도로 신규 라이버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즉시 발생하지만, 이들이 만드는 매출은 천천히 늘어납니다.

결론적으로 이리암의 현재 딜레마는 '수익의 퀄리티'를 개선하기 위한 필수적인 성장통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신규 라이버에 대한 시급 지출이 ARPU를 희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거대한 롱테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초기 투자에 가깝습니다.

니지산지의 햐쿠만텐바라 살로메(유튜브 구독자 180만 명)는 이리암을 통해 30명만 참여 가능한 방송을 진행
니지산지의 햐쿠만텐바라 살로메(유튜브 구독자 180만 명)는 이리암을 통해 30명만 참여 가능한 방송을 진행

특정 스타 라이버에게 매출이 쏠리는 범용 플랫폼과 달리, 이리암은 수많은 소규모 커뮤니티가 촘촘하게 엮인 구조를 지향합니다. 결국 이들이 플랫폼에 안착해 '충성도 높은 유료 시청자'를 확보하는 시점에 이르면, 이리암은 그 어떤 플랫폼보다 강력한 유저 락인 효과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독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게 될 것입니다.


4️⃣ 외로움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 아바타라는 가면

지금까지 살펴본 두 플랫폼의 전략은 결국 한 지점으로 모입니다. 왜 사람들은 유튜브 같은 큰 광장 대신, 이런 작고 폐쇄적인 버추얼 앱에 모여서 돈과 시간을 쓸까요? 그 이유는 기술이나 BM이 대단해서라기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이 플랫폼들이 아주 영리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두 플랫폼이 사용자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리얼리티는 사용자를 방송인이 아닌 아바타라고 부릅니다. 방송인이라고 하면 왠지 말도 잘해야 할 것 같고 부담스럽지만, 그냥 내 아바타라고 생각하면 친구와 카톡하듯 가볍게 앱을 켤 수 있습니다. 언제든 외로울 때 부담 없이 도망칠 수 있는 은신처를 만들어준 셈입니다.

반면 이리암은 브이라이버라는 명칭을 씁니다. 이곳은 단순히 노는 곳이 아니라, 내 팬을 만들고 그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무대라는 인상을 줍니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자극해서, 사용자가 더 열심히 활동하고 시청자들이 기꺼이 후원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설계한 것입니다.

종합해보면, 이러한 앱들은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라 고독의 해소라는 상품을 파는 곳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의 외로움과 인정 욕구를 정밀하게 분석해 비즈니스 모델로 치환한 것입니다.

앞서 본 숫자들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이리암 유저들이 다른 곳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건, 그만큼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리얼리티의 높은 수익성 또한, 사람들이 현실의 나를 가꾸는 것 못지않게 '아바타라는 또 다른 나'를 만드는 데 진심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1대1에 가까운 밀도 높은 소통은 외로운 이에게 구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력한 중독성을 가집니다. 방송을 쉬면 팬들이 떠나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심고, 랭킹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게 만드는 구조는 사실 사용자의 결핍을 이용한 수익화 전략입니다.

여기서 아바타는 고독을 해소하는 가장 가성비 좋은 도구가 됩니다. 현실의 나로 소통하려면 외모를 가꾸거나 사회적 가면을 써야 하는 등 유지 비용이 많이 들지만, 아바타는 그 모든 과정을 생략해 줍니다. 아바타라는 보호막 뒤에서 사람들은 더 쉽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현실보다 적은 비용으로 깊은 유대감을 얻습니다.

이를 단순 기업의 고독 마케팅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유저들에게 아바타는 현실의 제약을 벗어나 가장 나다운 모습을 실험하는 자아실현의 도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내가 아닌, 내가 선택한 페르소나로 인정받는 경험은 유저에게 강력한 효능감을 제공합니다. 플랫폼은 고독을 해결해주고, 유저는 그 대가로 새로운 정체성을 구매하며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거대한 페르소나 시장이 형성된 셈입니다.

정리하면 버추얼 전용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전략적 방향성은 현대인의 고독을 아바타라는 페르소나에 투영해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버추얼 플랫폼들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명확합니다. 단순히 방송 앱을 만드는 게 아니라, 현실의 나로 살기 피곤할 때 언제든 갈아입을 수 있는 또 다른 나(페르소나)를 파는 것입니다.

프로 버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이 방송을 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트위치나 숲 같은 범용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유저 개개인이 '현실의 나'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주고, 아바타를 통해 결핍을 채우게 만든다면 플랫폼은 단순한 앱을 넘어 유저의 대체 불가능한 삶의 터전이 됩니다. 결국 고독의 해소를 넘어, 그 페르소나가 유저의 실질적인 정체성이 되게 만드는 것이 버추얼 전용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최종 목적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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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콘_기준수의 프로필 이미지

    스콘_기준수

    1
    3달 전

    잘 읽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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