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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 이야기(10) 피렌체의 가장 아름다웠던, 저녁 시간의 산 살바토리 오니산티 성당 (Chiesa di San Salvatore in Ognissanti)_월요

2024.06.17 | 조회 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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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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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고급반에 들어간 초급반이 된 기분이었다. 날씨도 내내 찌뿌둥하고 흐렸다. 비 예보가 계속 있어서 우산을 들고 다녔는데 정작 안 들고 나온 날 호텔 근처에서 폭우를 만나기도 했다. 재미있다고 들은 피렌체 중앙시장은 사람이 너무 북적여서 빨리 빠져나가고만 싶었다. 호텔 근처라서 여정 마지막으로 잡은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은 생각보다 입장 마감이 빨라(왜 오후 3시 45분에 문을 닫는지 ㅠㅠ) 십 분 차이로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그 수도회에서 만든다는 향수를 판다는 약국을 가봤는데 수도사들이 만드는 토스카나 지역 원료로 만드는 장미수라는 소박한 이미지와는 달리 화려하고 규모도 꽤 있는 고가의 향수 상점이었다. 무엇보다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가게를 가득 채운 향수 냄새에 예진이가 머리가 아파 나가고만 싶어 했다. 돌아보면 뭐가 안 맞은 삐걱거린 일정이었다.

두오모 대성당 외에는 피렌체의 성당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그래도 일정 마지막에 우연히 들린 성당이 있다. 오니산티 성당에 들리지 않았더라면 피렌체는 내가 아름다움을 제대로 발견할 수 없었던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보티첼리가 안장되어 있는 유서 깊은 성당이라고는 하지만 이 성당은 그리 큰 성당도, 피렌체에서 꼭 방문해 보라고 추천받는 성당도 아니다. 알아서 찾아간 장소가 아니라, 호텔 근처 아르노 강을 따라 밤 산책을 하다가 오래되어 보이는 흰색 대리석 장식을 보며 어, 여기 성당인가보다, 근데 밤인데 문이 열려 있네? 하고 들어간 곳이었다. (3시 반에도 어떤 성당은 들어갈 수 없었는데 말이다!)

성당 앞쪽에서 작은 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제단 아래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고 촛불을 아래쪽에 켜놓은 것 같은 조명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밝지만 작은 불빛 외에 성당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분명 벽에는 유서 깊은 성화가 걸려있었을 것이고 아름다운 예술품이 이곳 저곳을 장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들 모두 어둠 속에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감싸는 간결한 기타 선율이 들렸다.

나처럼 기웃거리는 몇 명의 관광객들이 서 있는 입구와 앞쪽 모임 사이에 어둠이 둘을 나누고 있었다. 둘러앉아 있는 것 같은 모임의 누군가가 아름답게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그게 누구인지는 입구 쪽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모두 – 입구 관광객들조차- 숨을 죽이고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기타 소리가 앞에서 진행되는 모임의 배경음악이었는지 아니면 독주였는지는 모르겠다. 둘러앉아 연주에 귀 기울이고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미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하나님을 예배하는 모임이었다. 그토록 성당이 많은 이탈리아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모습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수 백년의 역사를 머금은 성당 내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아름다움과 신비가 공간에 가득했다. 모임 위로 성령께서 계시지 않나 싶어 어두운 위쪽을 한동안 바라보기도 했다. 관광객들 아무도 그 어둠을 건너 앞쪽으로 가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너무 거룩하고 경건했다.

한국에 와서 이 성당 생각이 나서 지도를 찾아 성당 홈페이지까지 들어가 보았다. 지금도 날마다 동네 주민들이 찾아와 성호를 긋는 현지 성당답게 맨 첫 페이지에 예배와 모임 안내가 나오는, 그야말로 현지 성당이었다. (유명한 성당들은 관광객을 위해 입장료과 관람 안내가 나온다. 오니산티 성당은 사실 입장료도 없는 성당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바로크 양식의 독특한 성당으로 좋았다는 관람 후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다시 간다고 해도 그 시간의 아름다움은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성도들이 하나님을 예배할 때 나타나는 성당 본연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 준 장소였다.

성당 홈페이지 - www.chiesaognissanti.it

Chiesa di San Salvatore in Ognissanti, Firenze (chiesaognissanti.it)

다음 날 다시 찾아가서 찍은 성당 내부 사진
다음 날 다시 찾아가서 찍은 성당 내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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