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를 찾는 사람들

어느 판매상 이야기_찰라흐

2024.03.08 | 조회 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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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마약사건으로 구속된 그는 도망 다니다 잡혔는데 도망 다니게 된 사연을 먼저 이야기했다.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가 사귀자는 제안을 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자신은 마약을 하지만 연인은 마약을 하는 게 싫다고. 싫다는 그의 말에도 미련을 못 버린 여자는 남자에게 계속 매달렸다. 모텔에 같이 있던 여자는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의 마음이 돌아서질 않자 화장실에 가서 약을 먹고 죽겠다고 엄포를 놨다. 화장실을 가는 여자를 잡지 않은 남자는 한참이 지나도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조심스럽게 화장실 문을 열였다. 그곳에는 여자가 쓰러져 있었고 주변에는 수면제가 어지러이 흩어져있었다. 여자를 침대에 눕히고 상태를 살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자는 숨을 쉬고 있었기에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는데 깨보니 여자의 입술이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 놀란 마음에 손을 코에 대어보니 숨결이 느껴지지 않아 바로 신고를 했다. 그리고 그는 그곳을 빠져나와 숨어지냈다.

그 후 핸드폰도 버리고 아무와도 전화를 하지 않았다. 다만 알고 지낸 후배의 집에 숨어 살았단다. 그 후배는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아야 하기에 그에게 마약을 주면 팔아서 생활을 하겠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원래 마약을 하는 후배지만 그래도 마약을 파는 것만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배운 것도, 기술도 없이 어린아이를 혼자 돌봐야 하는 여자가 그것도 마약을 하면서 돈을 벌려면 할 수 있는 일이 몸을 파는 일 정도일 것이기에 후배의 요구를 거절할 수만은 없었다. 후배에게 얹혀 살기도 했기에 더욱 거절하지 못했다. 선배에게 받은 마약을 후배에게 조금 주었다. 그렇게 후배는 그에게서 받은 마약을 팔고 또 투약도 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병원을 가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래도 임신을 한 것같다며. 후배가 계속 마약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았기에 임신이라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마약을 하는 것을 알았기에 아무리 그래도 임신을 한 상태에서 마약을 했다니!!!

후배는 임신 6개월이라고 했다. 자신도 몰랐다며 어쩔 수 없이 출산하더라도 자신은 못 키울 것 같다며 시설에 맡기겠다는 말까지. 그래도 엄마인데 출산도 하지 않은 아이를 시설에 보낼 생각부터 하는 후배를 보며 마약이 새삼 무서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는데 후배의 아이가 그를 깨웠다. 엄마가 피를 흘리고 있다고. 후배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보호자냐고 묻는 말에 도망자 신세에 밝힐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후배의 핸드폰에 있는 저장되어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해 도움을 요청했다. 후배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칠삭둥이로 세상에 나왔으나 장기가 온전치 못해 인큐베이터로 보내졌고 며칠 못가 그만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후배는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않고 병원을 빠져 나가버렸다. 그 뒷감당은 모두 그에게 돌아왔다. 병원비 장례비 등등.. 아마 후배는 다시 약을 하러 갔을 것이다.

얼마 후 후배도 어린아이를 혼자 남겨두고 철창에 갇혔다. 마약을 팔다 결국 걸린 것이다. 후배의 아이는 아빠도 구속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엄마마저 구속되어버려 결국 돌봐줄 사람이 없어 시설로 보내졌다. 후배는 중학교 때 집을 나와 살다 보니 후배의 가족들과도 교류가 없었던 것이다. 아이가 시설로 보내졌다는 소식에 그는 함께 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그러나 그런 마음도 잠시 후배는 자신이 판매한 마약을 그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 구속된 사건 역시 알고 지낸 남자 후배가 마약을 조금만 달라고 부탁하여 준 사건이다. 남자 후배는 경찰에 잡히게 되자 자신에게 마약을 준 사람을 잡을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마약을 가지고 있고 판매하고 있다고. 남자 후배는 그에게 계속하여 마약을 자신에게 10그램만 구해달라고 계속 부탁하였다. 그는 더 이상 남자 후배와 거래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지만 계속된 요청에 하는 수 없이 일단 만나러 가겠다고 하고 남자 후배가 오라는 곳으로 갔다. 남자 후배가 알려준 모텔에 갔다 그만 그는 남자 후배와 함께 있던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두 후배 모두 그에게 마약을 가져간 사람들이다. 도와달라고 하여 도와준 사람들이 그를 다시 이용했다고 생각하니 그는 참으로 씁쓸하기만 했다. 마약 세계에 의리가 없지만 이렇게까지.. 더 이상 이 세계에 얽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약사건에서는 수사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디에? 자신의 형량에.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발각되면 최대한 자신의 형량을 깎고자 주변의 마약사범들을 적극적으로 진술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리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징역 1년이 남의 10년보다 무거운 것이 바로 징역살이다. 그래서 콩 한쪽도 나눠먹던 친구도 어느 순간 배신?하게 된다. 구속되고서야 그런 관계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구속되고 얼마 되지 않아 가족들이 그를 찾아 주었다. 이제 부모님도 연로하셔서 살아계실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너무 오래 이곳에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약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온갖 피해를 다 입힌 그로서는 지금까지 자신을 버리지 않은 가족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고. 그는 자식 도리도 형제간의 도리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던 자신을 찾아준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는 나름 이 바닥에서 꽤 의리 있는 사람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자신과 달리 다른 사람은 의리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지킬 마음이 없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는 두 후배들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앞으로 그곳에서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면 많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이 사건이 끝난 후 다시 사회에 나간다면 그는 이제와는 다른 삶을 살아갈 지 궁금하다.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때도 다시 마약세계에서 만난 사람들을 다시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경험상으로는.

그래도 기대하고 싶다. 그가 이 마약의 세계를 떠나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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