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 중심의 중세 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전자의 근간인 장원제가 붕괴되고 노예제가 폐지되면서 시민사회와 함께 절대군주제가 형성됐다. 소위 근대국가의 초석이다. 학자들은 이 기점을 독일 30년 종교전쟁이 종식된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국가의 3요소인 국민, 주권, 영토이다.
중요한 것은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이다. 양자의 관계는 소위 사회계약론을 주장한 홉스, 로크, 루소 등에 의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사회계약론은 상상적 자연 상태를 상정하면서 홉스(1588~1679)는 인간이 그런 자연 상태에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되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주권을 국가라는 절대군주에 이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루이 14세(1638~1715)는 【짐이 곧 국가】라는 의미로 정당화했다. 홉스의 경우 악용하면 절대 독재자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로크(1632~1704)는 자연 상태에서 시민들이 국가에 주권을 이양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국가의 의무를 확실히 규정했다. 한마디로 국가가 시민들에게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런 국가를 뒤집을 수 있는 혁명권을 부여했다. 로크의 혁명권 사상은 미국 독립선언서(1776)는 물론 프랑스 혁명(1789~1799)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사회계약론자들의 핵심은 우리 헌법 제1조에도 있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마약정책의 틀을 만드는 정책 입안자들은 【주권은 국민에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종종 정치 권력자들은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마약사용자에 대해 보통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사용한다.
최근 법무부는 초범도 구속수사하고, 마약 상습 거래자의 경우 무기징역, 그리고 미성년자에 마약 공급 시 사형 구형 등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공공의 안전을 위해 마약 공급자들에 대하여 엄벌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마약사용자들을 처벌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때때로 마약사용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기는 하나 알코올로 인한 피해 발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수치가 낮다. 오히려 마약사용자들의 문제는 자신을 해치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마약사용자들을 【범죄자】인 동시에 【환자】를 넘어 【피해자】로도 간주한다.
법을 위반한 그들을 처벌하더라도 처벌만으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사형이나 무기징역과 같이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시키는 처벌이 아닌 한 그들이 처벌을 받고 난 후 다시 사회로 돌아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약 통제를 위한 논의 기초에는 바로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인권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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