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를 찾는 사람들

엄마의 기도_찰라흐

2024.04.12 | 조회 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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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그녀는 종교가 없었다. 그랬던 그녀가 교회를 찾았다. 그곳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그녀의 딸은 이제 20대 초반. 너무나 이쁜 딸아이였다. 밝고 발랄했던 딸이 마약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믿기지도 않았다. 믿고 싶지도 않았지만 눈앞에서 보는 딸은 더 이상 이전에 그녀가 알던 딸이 아니었다. 하는 수없이 딸을 강제로 마약중독 전문병원에 입원시켰다. 병원에서 다시 만난 딸은 멍하니 엄마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퇴원하고 싶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래도 병원에 있는 동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딸을 믿어보기로 하고 퇴원시켜 함께 집으로 왔다. 그렇게 몇 번의 입·퇴원을 반복했지만 점점 딸은 마약을 몰랐던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퇴원 후 며칠을 못 견디고 다시 마약을 했다.

그렇게 점점 변해갔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면서 정말로 딸이 평생 그렇게 살게 될까 봐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그렇게 무섭고 두려운 날들을 혼자 감당하지 못해 그녀는 왜 자신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냐며 혼자 우는 날이 많았다. 그렇게 울다 정신을 차리자고 마음먹고 혼자 산을 오르고 절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입원한 딸을 만나러 갔더니 딸의 목에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생뚱맞은 그 모습에 무슨 의미냐고 의아해 물었다. 그 질문에 답을 하는 딸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생기가 넘쳤다. 너무나 오랜만에 딸의 생기 있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되자 그녀는 신기하기만 했다.

딸의 대답은 이랬다. 정신병원으로 목사님이 오셔서 예배를 드리는 시간이 있는데 자신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그래서 자신은 교회에 나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난 목사님이 중독자셨는데 회복되어 지금은 마약중독자 사역을 하고 계신다고 하며 마약을 끊을 수 있는 희망을 보았다고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엄마도 같이 교회에 가자고 했다.

너무나 뜻밖의 이야기에 그녀는 딸의 이런 변화에 반신반의했다. 그래서 바로 퇴원을 시키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점점 딸이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목사님께 전화를 했다. 딸을 통해 들은 내용을 확인하고 싶었다.

한참을 목사님과 통화하면서 진심이 느껴졌다. 목사님이 중독을 겪고 회복된 후 목회자의 길을 걷고 계신 분이셨는데 그 교회에는 진짜 그렇게 회복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절대 마약을 끊지 못할 것이라 좌절에 빠진 그녀는 한줄기 희망이 생긴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어 울기만 했던 딸의 문제였다. 그 문제가 너무 무거워 죽고 싶기까지 했던 그녀였기에 딸의 변화는 그녀마저 살게 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감사의 인사도 할 겸 딸과 함께 교회(소망을 나누는사람들 교회)에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는 그녀와 같은 상황의 엄마들이 이미 있었다. 또 그녀의 딸과 같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회복 중인 아이들도 있었고 여전히 마약을 하며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같은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숨길 것도 없었고 너무나 마음이 편했다.

처음 가본 교회여서 낯설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여태 자식을 위해 막연히 절대자에게 살려달라고 기도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아 좋았다. “하나님 이제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제 딸을 보살펴주세요. 살려주세요” 엄마의 기도는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여기에 먼저 와 회복된 아이가 있었다. 그 어머니 역시 종교가 없었단다. 그러나 아들이 이곳에 와서 얼마지나지 않아 변한 모습에 그 엄마 역시 스스로 교회를 찾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엄마를 보며 그녀역시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그녀는 딸의 손에 끌려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하루하루 딸이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예배 때 찬양을 인도하기도 한다. 두 손을 들어 찬양하는 딸의 모습에 믿기지 않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마약 없이는 아무 낙이 없던 딸에게 생긴 변화다. 얼마 전까지 퇴원하고 싶다며 투정만 부리던 딸이 이제는 퇴원해서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딸도 딸인데 그녀 역시 변했다.

그렇게 두렵고 힘들었던 시간을 혼자 감당하며 지냈는데 이제는 함께 이야기라도 나눌 사람들이 생겼다. 같이 아파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러다 딸뿐 아니라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다른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불과 반년 만의 일이었다. 하나님을 만난 그녀는 딸의 중독 문제가 아니었다면 하나님을 만날 수 없었을 것임을 고백한다. 너무나 아픈 일이었고 그녀를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모든 것을 다 내려놓게 한 중독.

그런데 그 중독이 역설적이게도 그녀를 변화시켰다. 오늘도 더없이 이쁜 모습으로 찬양을 하고 있는 딸을 보며 그녀는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물론 언제 또 딸이 넘어질지 모르지만 결코 예전처럼 두렵고 무서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녀는 기도한다. 중독에 빠진 아이들을 하나님이 지켜주시기를. 또 그 아이들을 위해 그녀가 하나님의 도구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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