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니 특란이 없었다. 대란 30구(개입), 그러니까 조금 작은 계란 한 판을 집었다. 특란 한 판하고는 천 원이 넘게 차이가 났다. 다음날, 계란 등급판정을 진행하는 업체에 방문한 겸 사장님께 여쭈었다.
“특란이 난리예요. 물량을 확보할 수가 없어요.”
여기서 ‘특란’은 계란의 크기, 즉 52~60g인 계란을 말한다. 주로 사람들은 적당한 크기인 특란을 많이 선호하는데, 대란으로 프라이를 하면 왠지 조금 적은 느낌이고 왕란으로 먹으면 왠지 많은 느낌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계란의 크기는 고작 8g 선으로 나뉜다. 소(44g 이하), 중(44~52g), 대(52~60g), 특(60~68g), 왕(68g 이상), 이렇게 말이다.
육안으로 보면 두 단계 차이는 꽤 크긴 하다. 소란은 손가락 두 마디가 채 안 될 때가 많고, 왕란은 작은 주먹을 훨씬 능가하기도 해서다. 그런데, 대란과 특란은 그다지 크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대란 59g짜리와 특란 60g짜리는 저울로 재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10구짜리로 보면 대란은 총 520g(52g✕10알)이라고 적혀 있고, 특란은 600g(60g✕10알)으로 적혀 있다. 그런데, 계란 한 팩을 사서 집에서 한 개씩 무게를 재보면 조금 놀랄 것이다. 대란 한 팩에 들어가는 계란은 보통 52g를 훨씬 넘는 계란이 많다. 그런데 특란 한 팩에 들어가는 계란은? 간혹 60g이 안 되는 계란도 들어있을 정도로 68g에 가까운 계란은 많지 않다.
사실, 특란의 경우 한 팩에 600g이라고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한 개의 알이 조금 작아도 다른 알들이 크면 괜찮다고 하는 사장님들이 간혹 있었다. 평균은 60g이 넘을 테고 총량도 600g이 되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등급판정에서는 전체 계란에서 2g이 미달되는 계란의 수가 5%를 초과하면 재선별을 요구하고 있다. 즉, 2g이 미달되는 계란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계란은 사람이 만들어낸 똑같은 공산품이 아니라서 무게가 전부 같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중량 차이는 허용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보통의 닭들은 대란~특란 사이의 계란을 많이 낳지만, 그 와중에 특란의 수요가 많아서 ‘물량이 딸린다’는 것이다. (필드에선 이렇게 말한다.) 사실 다른 이유도 많긴 하다. 한창 수해가 심했을 때는 닭들이 전부 익사하여 물량 확보가 어려웠고, 명절 전에는 수요가 늘어서, 겨울철에는 AI 시즌이라서, 여름철엔 더워서 폐사율이 늘거나 알을 못 낳는다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마트에 특란이 없다고 굳이 계란을 먹지 않을 필욘 없다는 말을 이렇게 장황하게 했다. 사실, 나는 대란을 사 먹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같은 사료를 먹고 같이 사는 닭들이 낳은, 똑같은 알이다. 조금 작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한 판을 샀을 때, 600g에 가까운 대란 10구를 사면 땡잡은 거 아닌가. 천 원은 벌었다. 덧붙이면, 대란은 물량이 모자랄 때, 특란을 넣기도 한다. 그런데 특란이 모자란다고 대란을 넣을 순 없지 않은가. 대란을 샀는데, 특란을 먹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축산업에 종사하면서 딜레마를 느끼곤 한다. 똑같은 닭들이 낳은 알인데 어떤 건 각광받고 어떤 건 외면받는다. 소고기도 마찬가지다. 1++(투플러스)는 비싼데도 없어서 못 먹고, 3등급 소고기는 마트에서 도통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수요가 없다. 돼지고기는 어떤가? 삼겹살, 목살만 가득하다. 나머지 부위는 소시지 등으로 사용된 다곤 하지만 외면받는다. 똑같은 고기인데 말이다. 나는 사람들이 그저 좋다는 것 말고, 다양한 고기와 축산품을 접해보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이다. 그러니, 오늘은 특란 대신 대란을 사보는 건 어떨까,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글쓴이 - 오이
수능 성적에 맞춰 축산학과를 갔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다 보니 도축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익숙해지지 않는 죽음과 직업 사이의 경계를 방황하면서, 알고보면 유용한 축산업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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