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티브이 프로그램인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출연자들이 마다카스카르를 여행하는 도중 염소를 직접 도축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숙연해지는 모습을 담았다. 가축을 기르고, 잡아서 먹는 것이 누군가에겐 일상이고 당연한 과정이지만 그 광경을 보는 건 생소하고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어렸을 땐 시골에서 직접 닭과 돼지를 잡는 게 익숙했다고 덧붙였다.
요즘 도축은 대부분 도축장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소와 돼지가 도축장에서 등급판정을 받아야만 반출과 유통, 그리고 판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 마트나 정육점에서 진열되어있는 고기의 가격을 확인한 적이 있을 거다. 그 가격이 적혀있는 라벨지에는 원산지라든지 식육 부위, 도축장명도 함께 표기되어 있고, 등급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예외 사항은 어디에든 있기 마련이다. 판매하지 않을 목적으로 가축을 잡을 때, 즉, 직접 잡아서 직접 먹는다든가 학교나 연구소 등에서 연구를 위해 잡는 것이 그에 속한다. 이런 경우에는 등급판정 제외 신청을 하게 되고 등급판정을 받지 않아도 반출할 수 있게 된다. 대신, 본인들이 직접 사용하지 않고 유통하는 즉시 위법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니 참고하면 좋겠다.
소 돼지는 도축된 후 가죽, 머리, 발목, 머리를 떼어낸 나머지 몸뚱이의 척추를 따라 이등분으로 나눠야 그 속을 보고 등급판정을 할 수 있는데, 통 바베큐용 돼지는 자르지 못하기 때문에 판정할 수가 없다. 제수용과 같이 제사에 사용하는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에도 정해진 절차만 따른다면 판정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
한번은 농가에서 집에서 직접 소를 잡아도 되냐며 도축장에 문의 전화를 걸어왔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 큰 소를 어떻게 혼자 잡겠다는 건지, 잡아서 어떻게 먹으려고 하는 건지 의아했다. 도축장에서 도축하면 몇십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지만, 먹는 것이기 때문에 도축장의 시설을 이용해 도축하는 것이 위생적으로도 보관 차원에서도 옳았다. 직접 잡아먹고 싶다고만 말해 정확한 사유는 모르겠으나,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판매하거나 유통을 하면 불법이 되기 때문에 꼭 본인이 직접 다 소비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며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도 다음날 그 소를 도축장으로 가져와서 한시름 놓았지만 말이다.
점점 더 축산물을 깨끗한 시설에서 정해진 절차대로 생산하여 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도축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염소를 도축하는 광경을 목격한 그 출연자는 그것을 ‘삶의 진면목’이라고 말했다. 고기를 얻기 위해 살아있는 생물을 죽였지만, 그것으로 누군가는 생계를 유지하고 누군가는 영양분을 얻어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지금의 삶을 만들어 낸 것이라 특정 누군가를 탓할 수 없다. 재미를 위해 떠난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축을 도축하고 축산물을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에 다시금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비추어보았다.
*글쓴이 - 오이
수능 성적에 맞춰 축산학과를 갔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다 보니 도축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익숙해지지 않는 죽음과 직업 사이의 경계를 방황하면서, 알고보면 유용한 축산업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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