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렇게 하지 마!”
놀란 마음에 남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녁준비를 하면서 남편에게 계란 4개만 깨서 섞어달라고 부탁했다. 계란말이를 먹고 싶다는 말에 빈 그릇에 계란을 미리 풀어 간을 할 참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계란을 깨다가 작게 깨진 계란 껍질 조각을 빠트린 것이었다. 작은 계란 껍질을 꺼내려고 손에 들고 있던 반토막난 계란 껍질을 그대로 계란에 담구는 것이 아닌가.
“계란 껍질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아? 그러지 말고 젓가락으로 빼봐.”
계란껍질 즉, 난각은 얇은 큐티클로 덮여있다. 외부에 나쁜 오염물질 등이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보호막 같은 존재다. 이 큐티클은 계란이 신선하고 안전하게 보관될 수 있도록 하는 필수 요소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계란을 사 와서 냉장고에 보관할 때 계란을 세척하지 않고 넣어두는 게 좋다.
그렇다면 처음 닭이 낳은 계란이 그 상태 그대로 유통되는 걸까? 그렇진 않다. 그렇다고 생각하면 닭이 총배설강 즉, 똥과 오줌이 나오는 관으로 계란이 나오게 되는데, 조금 더럽고 역겨우니 말이다. 계란을 집하하고 출하하는 작업장은 물 세척 시설을 필수로 갖추어야 한다. 처음 산란된 알은 60°C 정도(권장/적정온도:43~51°C) 따듯한 물로 살짝 씻어내 계분(닭똥)이나 깃털 등 지저분한 것들을 정리한다. 한번 씻어낸 계란이니 더욱더 집에서는 따로 씻지 않는 게 좋다.
종종 계란 껍질은 깨끗해야 한다며 빗자루같은 솔로 계란을 닦아내는 작업장도 있다. 계란 생산 라인에 설치된 세척솔을 가동시켜 청결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세척솔은 계분이나 커다란 이물질을 제거하기엔 좋지만, 그만큼 난각을 할퀴고 흠집을 내어 유통과 보관에 더 좋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깨끗하게 닦아낸 순간에 청결할지, 덜 닦아내고 안전하게 유통할지, 참 딜레마다.
남편은 옆에 있던 젓가락으로 껍질조각을 꺼내면서 뭔가를 발견했는지 나에게 물었다. 계란에 1mm 정도 되는 갈색 이물질들은 먹어도 되는지, 노른자 옆에 하얀색 끈 같이 생긴 것은 먹어도 되는지 이 정도면 계란이 신선한 것인지 속사포로 궁금증을 쏟아냈다.
나는 신나서 남편에게 설명했다. 작은 갈색 이물질은 ‘육반’이라는 것으로 먹어도 되긴 하지만, 나는 굳이 먹지 않는다. 닭의 뱃속에서 계란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들어가지는 조직들이라, 사실 고기라고 보아도 무방하나 그냥 먹고 싶지 않아서다. 흰색 끈은 ‘알끈’이라는 것인데, 흰자 안에서 노른자가 가운데 둥실 떠있을 수 있도록 잡아주는 끈 역할을 한다. 그냥 계란인 셈이니 먹어도 좋다. 사실 익히면 보이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먹으려던 계란의 상태는 노른자가 봉긋 솟아있고, 흰자는 흐르는 물이 거의 없이 탱글하기만 했다. 엄청나게 신선한 계란인 것이다. 계란의 신선도를 측정하는 것 중에 난백고 즉, 흰자의 높이도 중요한 수치로 들어가는데,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말이다. 난백고가 높으려면 물같이 흐르는 흰자인 수양난백이 적고 끈적하고 콧물같은 흰자인 농후난백이 많아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농후난백의 수분이 수양난백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오래된 계란은 상대적으로 물이 많이 보이는 게 그 이유다.
사실 계란 껍질을 담궈도 대부분 탈이 나진 않는다. 가끔 모르고 같이 구워진 계란후라이 속 껍질을 와그작 씹어먹어도 아무탈도 나지 않았을 거다. 계란 껍질은 그렇게 더러운 게 아니지만, 며칠동안 작업장에서 마트로 이동하고 우리집 냉장고에 몇 주간 보관되어 있었다면, 난각 큐티클이 계란 내부로 들어가지 않도록 열심히 막아주었으니 멸균실이 아닌 이상, 해롭거나 해롭지 않은 균들이 증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야채도 조리하기 전에 씻어서 껍질을 까는데, 굳이 씻지도 않은 계란 껍질을 음식에 담궈먹을 필욘 없다. 계란은 씻어 먹지 않아도 되지만, 음식에 묻혀먹진 않았으면 좋겠다.
*글쓴이 - 오이
수능 성적에 맞춰 축산학과를 갔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다 보니 도축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익숙해지지 않는 죽음과 직업 사이의 경계를 방황하면서, 알고보면 유용한 축산업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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