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밥이 그리워질 때 즈음 본가에 왔다. 그래도 오랜만에 집에 온 딸이라고 집안에 들어서자 소고기 굽는 냄새가 벌써부터 내 침샘을 자극했다. 밖에 살면 잘 못 먹지? 하는 말에 사실은 더 잘 먹는다는 말은 고이 접고 엄마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고기는 입에 들어오자마자 사르르 녹아버렸다. 얇게 저민 마블링이 가득한 고기였다고 한다.
“이게 와규라고? 진짜 맛있는데, 일본산이야?”
“아니, 호주산이던데?”
와규는 일본소라고 많이들 알고 있다. 나라마다 대표하는 소의 품종이 있다. 우리나라엔 한우, 미국엔 블랙앵거스, 일본엔 와규가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와규가 호주산이라니, 그렇다면 그 와규는 호주가 일본에서 수입한 것일까?
몇 년 전, 호주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호주 축산 공사에 방문했고 우리에게 와규를 대접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주로 먹는 스테이크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낸 스테이크는 아니었다. 호주에서는 자연적으로 사육하는 걸 선호해 마블링이 적은 편이라 그대로 구우면 퍽퍽할 수도 있다는 말이 들려왔다. 우리나라는 마블링 위주의 소비가 이루어져 살을 찌우기(비육) 위해 곡물을 많이 급여하는 편이지만, 호주는 소의 주식인 풀을 급여했다. 땅덩이가 넓어 몇만 평에서 소를 한꺼번에 키우다 보니 곡물을 매일 급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만 수출하기 3개월 전에 따로 비육을 시킨다고 했다.
와규 요리는 푹 쪄서 구운 듯한 형상이었고 스테이크 소스가 듬뿍 얹어져 나왔다. 포크로 쉽게 부서질 정도로 부드럽게 조리되어 있었다. 마치 장조림에 들어간 소고기 같은 모습이었달까. 다행히 맛은 장조림 맛이 아닌 육향 가득한 부드럽고 따뜻한 소고기였다. 이쯤 되니 점점 더 궁금해졌다. 일본 와규와 호주 와규는 어떤 관계일까, 같은 품종이 맞을까, 일본에서 수입한 걸까 하는 그런 의문 말이다. 혹시나 하는 실례를 무릅쓰고 오물거리던 고기를 꼴깍 삼킨 후 여쭈었다.
“혹시 대륙이동설을 아세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던 백인 아저씨가 웃으며 반문했다. 같은 종이 다른 대륙에서도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호주에도 원래 와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이 달라졌고, 사육 방식이 달라 다른 고기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쩌면 가축을 키우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나라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각자의 전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한우를 수출하기 위해 ‘한우는 마블링이 좋아 맛있고, 올레인산이 많아 건강한 고기’라고 홍보하는 것처럼 말이다.
*글쓴이 - 오이
수능 성적에 맞춰 축산학과를 갔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다 보니 도축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익숙해지지 않는 죽음과 직업 사이의 경계를 방황하면서, 알고보면 유용한 축산업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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