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상태에 놓여있던 인류 절반을 자유로 이끌다, 에멀린 팽크허스트

(Emmeline Pankhurst, 1858.07.15~1928.06.14)

2022.01.11 | 조회 1.5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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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익명이었던 여성들 - 우리의 불만을 기록합니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잊혀진 여성들 세 번째 뉴스레터는 인류 해방 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 입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대, 인류 절반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에멀린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여성참정권 운동을 한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모습 <br>© www.influential-women.com
여성참정권 운동을 한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모습
© www.influential-women.com

 

“Deeds, not words”

말이 아닌 행동을!

 

2016년에 개봉한 영화 <Suffragette> (서프러제트)로 인해 꽤 알려져 있는 문구입니다.

서프러제트는 프랑스어 접미사 -ette을 참정권을 의미하는 단어 suffrage에 붙여, 여성 참정권 운동을 하는 에멀린 팽크허스트와 그의 단체인 WSPU를 경멸하기 위해 한 기자가 처음 사용한 단어였습니다. 언론은 여성 참정권 운동을 하는 이들을 우스꽝스러운 외모에 뚱뚱하거나 비쩍 마르고 이기적이며 결혼을 하지 못한 여성들로 그려냈습니다. 여성들을 향한 이러한 성차별주의적인 표현들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은 유구한 혐오 역사의 방증입니다. 아직도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멧돼지’로 비유되곤 하니까요.

하지만 에멀린과 WSPU는 ‘서프러제트’를 자신들의 언어로 만들었습니다. 스스로를 서프러제트라 칭하며 자신들을 향한 경멸의 단어를 유쾌하게 전복한 것이죠.

 

서프러제트를 경멸하고 희화화한 당시 포스터<br>© www.historyanswers.co.uk
서프러제트를 경멸하고 희화화한 당시 포스터
© www.historyanswers.co.uk

에멀린은 세 딸과 함께 서프러제트로 활동하였고, 그중 큰 딸인 크리스타벨은 에멀린과 활동 노선을 같이하며 WSPU(Women’s Social and Political Union)를 이끌었습니다. 언론은 WSPU의 투쟁을 급진적이라 표현하며, 에멀린을 무장 세력의 우두머리라고 불렸습니다. WSPU 창단 전부터 존재했던 NUWSS(National Union of Women’s Suffrage Societies)라는 서프러지스트 단체가 ‘체통’을 지키며 ‘훌륭한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과 상반되는 전술이었습니다.

연설을 하는 에멀린<br>© Corbis via Getty Images/Getty Images
연설을 하는 에멀린
© Corbis via Getty Images/Getty Images

WSPU는 NUWSS로 대표되는 서프러스트 연합의 활동들이 너무나 온건하고 변화에 지지부진하다고 생각하며 만들어진 단체였으나, 창단 초기부터 ‘무장 세력’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연설하고, 청원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으며, 집회를 조직하고 팜플렛과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그들의 대의를 지지해 줄 이들을 모으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말이 아닌 행동”이라는 기치를 갖고 직접적인 액션들을 우선시 해왔으나, 이전부터 존재해 온 다른 단체들처럼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의사전달을 하고자 했던 것이죠. 하지만 창단 2년이 채 되지 않아, WSPU의 전술은 ‘투쟁적’으로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참정권을 약속한 정치인과 정당이 있었음에도 전혀 나아지는 게 없었기 때문이죠.

1905년, 크리스타벨과 WSPU의 단원 애니 케니는 자유당의 집회에 참여하였고, 둘은 ‘여성에게 선거권을 줄 것인가?’라고 쓰여있는 배너를 펼치며 집회에 참석 중인 자유당원들에게 물었습니다. 남자들의 집회에서 ‘감히’ 목소리를 낸 것도 모자라 불편한 질문을 해대는 이 두 여성은 경찰에 의해 대회 홀에서 끌어내려 졌지만, 크리스타벨은 자신들이 이 자리에서 체포되면 자신들의 주장이 더욱 주목 받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WSPU와 그들의 대의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기에 완벽한 방법이었죠. 크리스타벨은 경찰관에게 항의했고, 둘은 결국 감옥에 수감되었습니다.

상황은 크리스타벨의 전략대로 WSPU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언론은 그들의 재판을 대서특필했고, 더욱더 많은 여성들이 WSPU에 가입하겠다고 찾아왔습니다. 맨체스터의 대중적 정서는 두 수감자에게 동정적이었고, 둘은 감옥에서마저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참정권 문제가 전국적인 쟁점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에멀린과 크리스타벨<br>© My Own Story by Emmeline Pankhurst
교도소에 수감된 에멀린과 크리스타벨
© My Own Story by Emmeline Pankhurst

이 사건으로 에멀린은 단체를 더욱 호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였고, WSPU는 ‘무장 세력’이라는 호들갑 떠는 수식어에 조금은 가깝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창을 깨고 전선을 자르고 우편함을 폭파하는 것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유명세만큼 그들의 감옥에 여러 차례 수감되었고 옥내 단식투쟁 중 튜브를 통해 음식물 강제 삽입 고문을 당하는 등 갖은 수모를 겪었고, 대중의 안타까운 시선을 받기도 했죠.

그러나 서프러제트의 투쟁을 비난하는 목소리들도 커졌습니다. 주요 논점은 ‘사람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당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중요한가’였습니다. 비난에 대해 에멀린을 이렇게 답했습니다.

 

" 여러분, 우리 서프러제트가 유일하게 함부로 다루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목숨뿐입니다.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다루는 것은 우리의 적*이 하는 일입니다. (중략)

정부가 사람의 삶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재산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재산을 부수어 적을 공격할 것입니다. "

*서프러제트들을 폭력적이고 강제적으로 구속한 경찰과 정부를 의미함

 

에멀린 팽크허스트와 서프러제트가 여성 참정권을 획득하게 된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도서 <잊혀진 여성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잊혀진 여성들 - 도서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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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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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북원해

    0
    almost 3 years 전

    잊혀진 여성들 책을 읽었는데, 이렇게 다시 읽으니 새롭고 좋습니다. 응원응원~~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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