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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죠. 한라산과 깨끗한 바다를 비롯한 천해의 자연환경, 귤의 고장 등 제주는 여러 수식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은 색 잠수복을 입고 물질을 하는 '해녀'를 빼고 제주를 논할 수 없는데요. 바닷속 해산물을 채취하는, 이른바 '물질'을 하며 차갑고 깊은 바닷속을 일터로 삼아 능숙하게 일을 해내는 베테랑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해녀가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항일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잊혀진 여성들 이번 주 뉴스레터에서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제주 해녀들의 항일운동에 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주 해녀의 역사
지금은 해녀라고 하면 누구나 제주도를 떠올리지만, 1970~80년대만 해도 전국 바다에서 해녀들이 원정을 나가 물질을 하고 그 지역에 정착하기도 했습니다. 부산 영도 해녀들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시 해녀는 제주에 가장 많았고 이들이 기술을 전수한 지방의 해녀들도 있었습니다. 제주 해녀박물관에 따르면 해녀의 '물질'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에 최초로 등장합니다. 이를 근거로 해녀의 물질이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작됐을 것이라 보는 것이죠. 또한 조선 시대 역시 해녀들의 물질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조선 중기인 1629년에 집필된 제주풍기에 따르면 해녀들이 전복을 채취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통상 '해녀'라 불리고 있지만, 제주 몇몇 마을에서는 ‘잠녀潛女’ 또는 ‘좀녀’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해녀의 수는 1970년 14,000명이었으나 1980년 7,800명, 2019년 3,820명, 2020년 3,613명, 2021년 3,437명으로 고령화에 따라 계속 감소 추세이며, 새롭게 해녀를 자원하는 수도 점점 줄어 지난해 28명에 그쳤습니다.
해녀들은 잠수를 앞두고 바다의 용왕 할머니에게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잠수굿을 지냈습니다. 잠수굿을 지낼 때 해녀들은 ‘서우젯소리’를 부르거나 배를 타고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갈 때 ‘해녀 노래’를 부르기도 했죠. 겨울철에도 고된 물질을 끝내고 돌아와서는 돌담으로 쌓은 불턱에서 모닥불을 피워 몸을 녹이고 잠수복을 갈아입으며 허기를 달래고 수확물을 손질했습니다. 해녀는 저마다 물질 능력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뉘었습니다. 오랜 기간 물질을 하며 암초와 해산물에 관해 잘 알고 기량이 뛰어난 상군 해녀가 중군, 하군 해녀들을 지도하며 해녀회를 이끕니다. 상군 해녀로부터 물질에 필요한 지식뿐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며 해녀 문화와 질서를 계승하였죠.
제주 해녀는 오동안 그들만의 독특하고 귀중한 기술 및 문화를 전승하면서 독자적인 '제주해녀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2016년, 그 문화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 해녀문화 Culture of Jeju Haenyeo(Women Divers)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19번째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죠. 독특한 여성 공동체를 이루는 해녀들은 어린 나이부터 80대 고령에 이르기까지 생계를 위해 산소마스크 없이 수심 10m까지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합니다. 한번 잠수할 때마다 1분간 숨을 참으며 하루 최대 7시간까지, 연간 90일 정도 물질을 하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시, '제주 해녀 문화'는 공동체 내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왔고, 생태 친화적인 어로 활동과 공동체에 의한 어업 관리가 친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높여주었다고 평했습니다. 조선 시대 바다 건너 육지에서는 남성 중심의 사회였던 반면, 화산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대규모 농사가 적합하지 않았던 제주에서는 해녀들의 수확이 각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었고, 어업을 중심으로 여성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여남의 지위가 비교적 평등하게 유지되었기 때문이죠. 또한 제주 해녀는 뛰어난 잠수 기술과 작업의 효율성 덕분에 과 일본과 중국, 러시아와 블라디보스톡까지 활동 범위가 넓었습니다. 1930년대에는 국내와 해외 원정으로 활동한 해녀가 대략 5,000여 명에 이른다고 전해집니다.
2023년 김혜수와 염정아 투탑 스타를 내세운 영화 밀수가 개봉했습니다. 영화는 197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에 들어간 우리나라에서 밀수가 성행하고, 세관의 추적을 피하려 해녀들의 특별한 능력을 밀수에 이용하려는 범죄조직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개봉한 지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흥행의 쾌거를 이루었죠. 이 영화의 흥행 핵심은 무엇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다채롭게 풀어낸 데에 있습니다. 소재, 서사, 미술, 음악 모든 요소가 여성 서사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주인공들이 기존 남성 중심 영화에서 성별만 전복된 고리타분한 방식으로 묘사된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역할이 제대로 살아있어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죠. 또한 영화의 흥행은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한 범죄 영화의 가능성을 제고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녀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주 해녀 항일운동의 시작
그렇다면 '제주해녀항일운동'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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