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국영상자료원의 『아카이브 프리즘』 매거진을 첫 소개한 후, 두 번째로 소개하고자 하는 아카이브 매거진은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의 『기록창고』이다.
2016년에 설립된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은 안동댐 수몰마을 기록화사업, 안동역 기록화사업 등 지역 근현대기록물 발굴하여 지역의 민간생활사를 기록하였는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2019년 국가기록관리 민간단체 장관 표창’을 수상하였다.
이 단체가 2018년 겨울부터 야심차게 계간지로 발간한 『기록창고』는 이름 그대로 지역의 공간과 시간, 인간의 서사가 듬뿍 담긴 기록으로 차곡차곡 쌓인 창고 그 자체이다.
이 잡지의 각 꼭지에는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분기별 이슈를 밀도 있게 구성한 <기획특집>에는 그간 ‘안동의 간판’, ‘코로나와 선거’, ‘안동역’, ‘안동의 다리’ 등을 다루었다. 어르신들의 삶의 기록을 경상도 지역 사투리로 풀어낸 <구술생애사>는 근현대를 관통하는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메모리 드로잉>과 <아카이브 A>, <사라져 가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 <오래된 가게, 더 오래된 이야기>는 지역이라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기억의 편린들을 서사로 풀어내고 있다. 기획연재 <사진으로 읽는 근현대 안동풍경>는 사진 한 장에 담긴 지역의 근현대사를 조명하고, 다양하고 풍부한 기사로 지역 근현대 문화사를 망라하고 있다.
『기록창고』는 그 외에도 기억과 기록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 콘텐츠를 담고 있다. 이 중에서 몇 개 콘텐츠를 골라 소개하고자 한다.
# (기록창고 vol. 1) 안동댁 수몰마을 생활사 아카이브 사진전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인해 54개 마을이 물에 잠기고 2만여명의 주민이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물속에 수장된 지 42년이 지난 현재, 사라진 54개 마을 중 9개 마을의 14장의 인지지도를 제작해 잃어버린 마을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 (기록창고 vol. 4) 기획특집 : 간판
안동시가 원도심 일대에 간판개선사업을 벌이면서 무질서하고 노후화된 간판간판을 철거하고 있단다. 수많은 사연을 품은 간판이 하루아침에 바뀐 모습에 아쉬움이 남아 더 늦기전에 무질서하고 노후화된(?) 간판을 기록으로 남겼다.
'오래된 간판보다 더 오래된 주인장'의 이야기도 담고, '발길 가는 대로' 동네를 거닐며 보이는 간판을 이미지로 담았다.
# (기록창고 vol. 10) 구술생애사 “우야튼동 산다”
안동의 어느 시골에서 태어난 91세 할매의 생애 이야기이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다 가까스러 탈출해서 열 다섯에 시집을 간 소녀의 이야기이다. 좌익활동을 한 첫 번째 남편에 이어 인물 하나 좋은 지금의 영감님을 만난,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의 이야기이다.
# (기록창고 vol. 16) 아카이브A : 경안고 악대부 시가행진
한 장의 사진을 두고, 이 사진은 언제, 어디서 찍은 사진일까를 찾는 재미가 있다. 경안고 악대부 시가행진 사진 촬영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때 누군가 어디에서 찍은 사진임을 확인해준다면 그 기록의 생명력은 더욱 커지고, 신뢰도 또한 높아지게 된다.
# (기록창고 vol. 19) 기획특집 : 안동국시
안동문화권의 옛 요리서에는 국수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김유의 <수운잡방>, 장계향의 <음식미디방>이 그것이다. 이후, 1970년대 서울지역에 거주하기 시작한 출향인들로부터 국수는 음식 스토리와 함께 널리 전파되었다고 한다. ‘하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국시 한 그릇에 담긴’ 안동문화 이야기에 빠져보자.
지금까지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의 『기록창고』라는 아카이브 매거진을 간략하게 다뤄보았다. 현재 이 매거진은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 홈페이지에서 E-book 형태로 찾아볼 수 있다.
http://www.gacc.co.kr/coding/sub4/sub3.asp
이왕 본 김에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의 홈페이지를 시간을 두고 찬찬히 보는 것도 재미다.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이 경북 지역의 모습과 사람사는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기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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