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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개정에 따른 생산현황통보, 그 다음은?

2026.10.21 | 조회 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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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

지난 10월 2일, 개정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시행되었다. 이번 개정에는 공공기관의 범위, 보존시설이 미비한 공공기관의 기록물 위탁, 기록관리기준표의 변화, 기록관 이관 시기 단축, 소재불명·이용불가 기록의 관리, 영구기록물 보존가치의 재평가 등 기록관리 이론과 실무 현장 모두에 적지 않은 변화가 담겼다. 생산현황통보도 그중 하나다. 그동안은 공공기록물법 제19조(기록물의 관리 등)에 따라 기록관 또는 특수기록관이 생산현황을 통보했으나, 이제는 같은 법 제3조에 따른 '모든 공공기관'이 관할 영구기록물관리기관에 생산현황을 통보해야 한다. 생산현황을 자체적으로 관리해 오던 공공기관들도 이제는 국가기록원에 통보해야 하는 것이다.

생산현황통보는 1999년 기록관리법 제정과 함께 도입되어 27년째 유지되고 있는 제도다. 각급 기관이 기록 생산현황을 알리는 단순한 행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제도의 목적과 활용성을 묻는 숱한 질문 속에서도 25년 넘는 시간을 이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앙행정기관 등은 기록물통합서비스플랫폼(RAMP)을 사용하면서 기록 생산현황을 매일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이 하나둘 개원하면서 지자체 기록을 자체적으로 관리할 여건도 마련되고 있다. 그래서 생산현황은 시스템으로 자동 파악되고, 통보를 주고받는 정책 자체는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생산현황통보는 오히려 확대되었다.

 

이번 개정으로 달라진 생산현황통보  

생산현황통보는 오랫동안 그 필요성을 되묻게 하는 제도였다. 과거에는 고의로든 의도치 않게든 기록을 공공의 재산이 아닌 개인의 소유물로 여기거나 무단으로 파기하는 등, 기록관리에 대한 소홀과 무지를 겪었다. 이런 경험 위에서 1999년 기록관리법 제정과 함께 생산현황통보 제도가 만들어졌다.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책으로, 한국형 기록관리를 대표하는 모습 중 하나라 할 만하다.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공식적으로 밝힌 문건은 찾기 어렵지만, 기록관은 처리과의 생산현황을 검토하고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은 수집 및 이관 계획을 수립하려 했다는 것이 기록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공기관이 넘겨주는 기록을 수동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던 과거에서 벗어나,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이 기록 수집의 권한을 갖는 진보를 기대한 정책이었다. 동시에 이는 기록 남기기를 꺼리고 적법한 절차 없이 파기하던 공공기관 기록관리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 우리 기록관리의 어두운 한 단면이기도 했다.

기존에는 관할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이 정하는 방식에 따라 생산현황을 통보했으나, 이제는 기록물 및 기록물철의 등록정보를 제출하는 것이 기본이다. 주목할 점은 통보 대상 공공기관의 범위도 함께 넓어졌다는 것이다. 제3조의 공공기관 범위가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중 조례로 정하는 기관 등도 기록관리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고, 이들 역시 생산현황을 통보해야 한다.

 

국가 아카이브는 '모든 기록의 생산현황'을 꼭 알아야 할까 

그렇다면 생산현황통보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분명히 해야 한다. 기록관리가 안정화되었느냐는 질문에는 저마다 다른 답이 있겠지만, 평상시 고의로 기록을 파기·훼손·멸실하는 일은 드물게 되었다. 다수의 기록이 전자적으로 생산되고, 이관과 폐기는 기록관의 관리 아래 이루어진다. (물론 지금도 기록의 무단 폐기와 훼손에 대한 뉴스를 듣고 있으니, 여전히 우리 마음속의 불안은 있을 수 밖에 없다.) '믿을 수 없어서'라는 이유로 생산현황을 통보받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생산현황통보가 실제로 기록의 무단폐기와 은닉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혹은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전자기록생산시스템 밖에서 생산되는 비전자 기록, 시청각기록, 데이터세트, 웹·SNS, 간행물, 행정박물, 회의록 등의 생산현황을 통보받는다고 해서, 우리가 기록을 관찰하고 감시할 수 있을까? 뉴스에 나오는 기록 폐기, 훼손, 은닉의 사건들을 생산현황통보를 통해 막을 수 있을까? 

이관과 수집을 위한 수량 파악이 목적이라면 시스템으로도 충분하다.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2025년 입법예고 당시부터 "중앙부처의 경우 이미 RAMP 등 시스템 도입으로 생산현황 파악이 가능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통보 서식을 맞춰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행정적 중복"이라고 지적한 바 있기도 하다.

국가 아카이브는 모든 공공기관의 생산현황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가? 국가기록원이 이관·수집할 장기보존 대상 기록물을 선별하는 데 생산현황통보 데이터가 꼭 필요한가? 국가 아카이브로서 이관·수집해야 할 기록을 가려낼 때, 생산현황통보가 아닌 방식으로는 그 선별기준을 마련할 수 없는가? 이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데이터는 어디에 활용되었는가

최근 연구는 아니지만, 과거 연구들에 따르면 생산현황통보 결과물은 신뢰하기 어렵다. 전자기록생산시스템에서 자동으로 통보되는 것이 문서류 1종뿐이고, 나머지 6종은 담당자가 하나하나 직접 입력하는 수기 방식에 의존하고 있고(왕호성·설문원, 「기록물 생산현황통보제도 운영 실태와 개선방안」) 국가기록원이 통보받은 생산현황 데이터 목록을 이관 예정 기록물 점검에 어떻게 활용했는지 공개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으며, 정책적 효과도 미미하다고 지적(황진현, 공공기관의 생산현황통보 정책연구)한 연구들이 있다. 

국가기록원은 생산현황 외에도 여러 분석서와 통계데이터를 만든다. 그러나 이 분석 결과들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 무엇의 근거가 되는지, 어떤 정책에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유기적인 구조는 확인되지 않는다. 통보 데이터가 수집·이관·관리 정책에 실제로 어떻게 활용 되었는지 그간 실증적 근거가 제시된 적이 없다(기록관리단체협의회,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개정, 변화의 목적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생산현황통보가 이관, 수집, 기록의 생산통제와 관련있는 정책이라면 국가기록원의 이관, 평가, 폐기금지 등의 제도와는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통보 대상을 넓히는 것도 같은 논리로 검토되어야 한다. 생산현황통보 데이터가 도움되는 것이 0은 아니겠지만, 국가 아카이브의 평가와 선별은 수량과 목록에 기반한 생산현황을 들여다 보는 것이 우선되어서는 안된다. 어떤 기록을 수집할지에 대한 선별정책을 잘 수립하는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생산된 기록을 파악하고, 그 중 선별할 것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카이브에는 무엇을 남길지 판단하고 그 판단에 책임지는 평가·선별의 정책과 도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생산현황통보 데이터가 어딘가에 유기적으로 필요하다면, 더 복잡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라도 통보해야 한다. 목적과 쓰임새가 분명하다면 말이다.

 

생산현황통보를 대신할 것이 있다면

기록의 내용과 유형을 파악하는 도구는 통보가 아니라 기록관리표다(개정 시행령의 용어를 따랐다). 현행 기록관리표는 정부기능분류체계(BRM)의 6레벨인 단위과제별로 업무설명, 보존기간, 책정사유 등을 지정해 기록관리시스템에서 생성·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기록 폐기를 위한 기준이자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기록관리기준표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해외의 레코드 스케줄이나 처분일정표 등은 조직과 업무에 따라 어떤 기록이 생산되는지, 그 기록의 보존기간과 처분방법은 무엇인지, 아카이브와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잘 설계된 처분기준은 생산현황통보가 사후에 확보하려는 정보를 사전에 제공한다. 그리고 그 효용은 국가기록원에만 있지 않다. 기록관리표는 고시를 통해 공공기관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그 업무에서 어떤 기록이 생산되며, 기관이 그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설명책임의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기록관리표는 단위과제와 보존기간을 나열하는 표에 머물지 않고, 기관의 업무와 기록 생산의 관계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설명 도구로 기능해야 한다. 

 

생산현황통보에 대한 논의를 할 때마다 통보 절차의 비효율성, 수기작업의 문제, 처리과와 기록관의 업무 부담 등이 많이 이야기되었다. 실무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어려움은 정책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정책의 결과물이 정말 유용한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 대한민국 기록관리의 어두운 면을 담고 남아있는 이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을지, 담아두었던 연구의 필요성을 다시 꺼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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