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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파기환송심이 드러낸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의 허점

2026.05.13 | 조회 5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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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0일, 서울고등법원은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지정기록물 목록 공개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7년 소송이 시작된 지 9년 만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경호실·국가안보실이 승객 구조를 위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의 '목록'에 대해,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단이었다.¹ 대통령기록관은 재상고하지 않기로 했고, 판결은 곧 확정된다.

이 판결은 단순히 세월호 기록의 공개를 명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행위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원칙을 처음으로 확인했고, 지정절차의 적법성이 의심되면 법원이 직접 해당 기록물을 비공개 열람·심사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이 판결을 계기로,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의 운영 현황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 번에 걸쳐 기록과 사회에 생각과 고민을 공유한다.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는 왜 만들어졌나

역대 대통령들은 기록을 생산했지만 관리하지 않았고, 국정 운영 기록을 사적 소유물처럼 다루었다. 이런 관행으로 국가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었다.

취지는 분명했다. 민감한 내용의 기록이라도 일정 기간 보호를 보장하면, 대통령과 보좌 기관이 기록을 남길 것이라는 전제였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조가 말하는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기록을 잘 생산하고 보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영구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기간이 끝난 뒤 반드시 공개한다는 전제 아래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장치다.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 개요

구분내용
법적 근거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
지정 주체 대통령 (임기 중 또는 이관 전까지)
보호기간 최장 15/ 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최장 30
열람 예외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관할 고등법원 영장 발부
해제 권한 전직 대통령 (열람·해제 가능)
제도 취지기록 생산 보장을 위한 한시적 공개 유예 '알권리의 차단'이 아닌 '유보'

그러나 법 시행 후 17년이 지나는 동안, 이 제도는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운용되어 왔다. 두가지 쟁점이 특히 심각하다.

쟁점 1: 과지정 봉인 논란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는 지정 가능한 기록의 유형을 여섯 가지로 열거하고 있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지정기록물의 법정 요건과 상세 기준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 생산기관을 위한 지침에는 당초 설명되었던 상세 기준이 빠져있어서 실무에서는 이 요건을 개별 기록마다 엄밀히 심사하기 어렵다.


지정기록물 법정 요건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제1)

1.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2. 국민경제의 안정을 현저하게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3. 정무직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4. 개인의 신체·재산의 안전이나 사생활 침해 우려 기록물

5. 대통령과 대통령 기록물 생산기관 사이에 생산된 의사소통기록물로서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

6.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 표현 기록물로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지정기록물 상세 기준(지정여부 판단기준)

법정 요건지정요건이 되는 경우지정요건이 되지 않는 경우
171항의 11-1.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1-2. 대통령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대통령의 동선 등이 드러나 경호 상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 등일상적인 비밀기록의 경우
171항의 22-1. 진행 중인 대외협상전략이 드러나 국가이익을 훼손하는 경우 2-2. 공개 시 국가적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 2-3. 시장에 일대 혼란을 초래하거나 국민 사이의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는 경우정부정책에 대한 통상적 점검에 해당하는 경우
171항의 33-1.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 추천 및 평가사항 3-2.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검증 결과 3-3. 인재발굴에 관한 기록 중 개인의 성향, 정보 등이 수록되어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인재관리를 위해 통상적으로 운영하는 자료 정부인사제도와 관련한 추진상황점검, 업무협의 통상적인 간담회, 업무협의 기록
171항의 44-1. 대통령 및 대통령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경우 4-2. 대통령의 친인척 및 특수관계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경우 4-3.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이해당사자의 사회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로 프라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4-4. 고위공직자에 대한 첩보,감찰,사정기록 중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비서실 근무직원에 대한 통상적인 인사. 감찰사항 주요 상황보고에 들어간 개인의 프라이버시
171항의 55-1. 대통령의 일정 및 의전에 관한 기록 중 공개가 부적절한 경우 5-2. 대통령의 발언 및 참석자들과 나눈 대화기록 중 공개가 부적절한 경우 5-3. 검토 및 참고단계에서 대통령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업무지시사항이 기록되어있어 공개가 부적절한 대통령의 친필메모5-4. 대통령직무수행을 위한 대응전략수립에 관한 기록 중 공개가 부적절한 경우대화내용 전문이 언론에 공개된 경우 블로그 등에 해당 내용이 전부 공개된 친필메모 임기 후에는 대응전략이 정무적 논란이 되지 않을 경우
171항의 66-1.대통령이 정치권 등과의 행사에서 표명한 정치적 견해나 입장 중 공개 시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6-2.대통령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개인, 단체 등에 자문을 요청한 경우 중 공개 시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경우 6-3.기타 대통령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하거나 대화한 내용 중 공개가 적절하지 않은 경우대통령의 발언내용의 전문이 언론에 공개된 경우 자문내용의 전문이 언론 등에 공개된 경우

이 여섯가지 유형은 모두 추상적이기 때문에 임기 말에 방대한 양의 기록물을 일괄 검토해 지정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목록 중심의 일괄 지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판사가 지정기록을 직접 볼 수 없으니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마음대로 지정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뉴스타파 (2025.4.9.)⁵

세월호 소송은 바로 이 구조적 문제를 9년에 걸쳐 추적한 사건이다.

 

▼ 세월호 7시간 지정기록물 목록 공개 소송 경과

시점사건
2014. 4. 16. 세월호 참사 발생
2017. 3. 박근혜 대통령 파면
2017. 5. 황교안 권한대행, 박근혜 기록물을 지정기록물로 이관·지정
2017. 6. 송기호 변호사,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문서 목록 공개 청구 후 비공개 통보 행정소송 제기
1원고 승소 "지정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록도 존재"
2원고 패소 "보호기간이 설정된 이상 비공개는 적법, 적법성을 행정청이 별도로 증명할 필요 없음"
2025. 1. 9. 대법원 파기환송 (201935763) "지정 절차의 적법성은 사법심사 대상, 2심은 심리 누락"
2026. 1. 16. 파기환송심, 대통령기록관이 지정기록물(6개 사본 18)을 법원에 비공개 제출·열람 (전례 없는 방식)
2026. 4. 10. 파기환송심 원고 승소 "보호기간을 지정할 만한 사유가 없다"
2026. 4. 16. 대통령기록관, 재상고하지 않기로 결정 "사법부 판단 존중"

20251월 대법원이 제시한 핵심 기준은 다음과 같다.

대법원 2025. 1. 9. 파기환송 판결의 핵심 기준

  • 대통령의 보호기간 설정 행위는 원칙적으로 존중하되, 사법심사가 배제되지는 않는다.
  • 법원은 지정 유형·절차·실질적 이유·비공개 사유 등을 따져 적법하게 지정되었는지 증명하도록 대통령기록관에 요구할 수 있다
  • 증명이 충분하지 않아 적법성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비공개 열람·심사가 가능하다.

파기환송심은 이 기준을 적용하여 해당 기록물에 "보호기간을 지정하여 보호해야 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¹ 지정기록물이라고 해서 사법심사를 무조건 피할 수 없다는 선례가 이제 확립되었다. 

 

그러나 사법적 통제 가능성이 확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공개 확대를 위해서는 지정 해제를 지원하는 체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 과지정이 발생하는 핵심 구조

단계특징
지정 임기 말 물리적인 시간과 인력 부족으로 인한 일괄 지정
보호기간 중전직 대통령 외에 원칙적인 접근 제한
지정 해제기록별 재검토, 비밀 여부 판단, 부분 공개 검토 필요

2020년 대통령기록물법 제18조의 2로 전직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해제 요구 조항이 신설되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이 조항을 활용하여 지정기록물을 검토하고 보호기간 해제를 요구한 사례는 전무하다. 

이는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가 ‘지정은 쉽고 해제는 어려운’ 구조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기 말의 시간 부족과 방대한 기록량으로 인해 일괄 지정이 이루어지는 문제는 인력과 전문성 확충을 통해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과제는 이미 보수적으로 지정된 기록이 적절한 시점에 공개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정 해제 절차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선순환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쟁점 2: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정 논란

세월호 소송에서 논란의 출발점 중 하나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기록을 지정기록물로 지정한 행위였다. 권한대행의 지정 권한은 제도 초기부터 불명확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에도 법무비서관실은 권한대행의 기록물관리 범위에 관한 법적 검토를 별도로 요청했을 정도였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이후 이 쟁점은 다시 불거졌다. 국가기록원과 기록학계의 입장이 엇갈렸다.

 

권한대행의 지정 가능 여부 기관별 입장 비교

구분입장근거
국가기록원지정가능헌법 제71조에 따라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며, 대통령기록물법상 지정권한은 대통령에게 있고 권한대행·당선인을 포함하므로 지정 가능
기록학계지정불가관련 조항은 생산 주체를 정의한 것이지 지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님. 지정기록물 제도는 대통령이 지정하고 전직 대통령이 해제하는 구조이므로, 해제 권한이 없는 권한대행은 지정 권한도 없음

 

헌법재판소는 2019년 관련 헌법소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그러나 이 결정으로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기록학계가 지적한 핵심은 단순히 위헌 여부가 아니라 제도의 논리적 일관성 문제였다.

 지정기록물 제도는 "대통령이 지정하고 전직 대통령이 해제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해제 권한이 없는 권한대행이 지정만 할 경우, 이후 열람과 해제를 담당할 주체가 없어 기록이 사실상 영구 봉인될 위험이 있다.

헌재 결정으로 권한대행의 지정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생겼다. 법률적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문제는 다음 탄핵 국면에서도 다시 불거질 것이다.


제도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

세월호 파기환송심 판결은 지정기록물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사법적으로 확인한 사건이다. 법원이 지정 행위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새로운 규범이 형성된 만큼, 제도 운영 방식도 이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 현행 제도의 문제와 필요한 개선

문제현황필요한 개선
과지정 기록별 지정 임기 말 일괄·목록 지정 관행, 지정 사유 문서화 없음 사유·근거의 문서화 의무화 및 이관 후 추적 관리
지정기준 모호 법정 6가지 유형이 추상적, 자의적 적용 가능 지정 유형별 구체적 기준 및 심의 절차 마련
권한대행 지정 헌재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해제 주체 불명확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정 범위 및 해제 절차를 법률에 명시
사법심사 공백 기존 실무상 사법심사 사실상 불가 이번 판결로 변화비공개 열람·심사 절차의 법제화 및 증명책임 명확화

지정기록물 제도가 국민의 알권리를 유보하는 대가로 기록 생산을 보장하는 제도라면, 그 유보의 끝에는 반드시 공개라는 효능이 뒤따라야 한다. 9년의 소송이 끝난 자리에서,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  본 글은 2부작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어지는 파트 2에서는 앞서 살펴본 '과지정' 문제와 '권한대행의 지정행위'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정리합니다. 


¹ 서울고등법원 제10-3 행정부 20254625 판결 (2026.4.10.); 기록과 사회, 세월호 구조활동 지정기록물 목록에 대한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공개 계획 수립 필요(2026.4.21.)  https://maily.so/archivenews/posts/3jrk9e08z51

² 기록과 사회, 오는 10일 세월호 7시간 대통령지정기록물 정보공개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주목한다(2026.4.8.) https://maily.so/archivenews/posts/x1zg57m5oqg

³  대통령비서실,「 03-06 기록 재분류 사업(수석실별 교육)  」(2007), 기록건 번호1010211106405986 https://drive.google.com/file/d/1xORS2c8s1-cWZ-ucwKNRCGEt4CXbMfcK/view?usp=share_link (정보공개청구 문서)

홍주환, "[현장에서] '윤석열 파면' 으로 드러난 대통령기록물법의 사각지대" , 뉴스타파 (2025.4.9.) https://newstapa.org/article/xCqmT

대통령기록관, <대통령 권한대행의 기록물 관련 검토>(2004), 기록건 번호 1010137100005145

헌법재판소 결정. 2017헌마359·2017헌마853(병합) (2019.12.27.)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논평] 권한대행에 의한 지정기록물 지정은 탈법행위이다" (2017.3.10.) https://www.archivists.or.kr/1252 ※ 본 글은 2부작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파트 2에서는 앞서 정리된 과지정, 궐위 시 권한대행의 지정행위 논란 쟁점에 대한 대안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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