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도 모 기관의 유형에 따라 관종의 구분이 필요하고, 기록문화 진흥을 위해 각 관종별로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필자는 기초지자체를 중심으로 고민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글(5. 20.)의 문제제기에 이어서 기초지자체의 현황을 살펴보고 법제도를 중심으로 개선방안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1. 132배, 506배, 13배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1조
“이 법은 지역 간 불균형 해소,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 및 지방자치분권을 통하여 지역이 주도하는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인구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제 보편적으로 인지하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아래의 격자형 인구지도[그림1]을 보면 5,100만 인구 중 절반 이상인 2,600만의 수도권(서울 938만, 인천 299만, 경기도 1,363만)이 지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강원도나 전라도는 원래 지형보다 격자의 모습이 작게 묘사되어 있어서 인구불균형의 차이가 심각함을 볼 수 있습니다.
* 출처: https://worldmapper.org/maps/gridded-population-kor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및 인구 현황』(행정안전부, 2024)에 따르면 시·군·자치구간 그리고 시·군·자치구별 구분 안에서도 인구와 면적규모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초지자체 중 인구가 제일 적은 울릉군과 인구가 제일 많은 수원시를 비교 하면 약 132배의 차이가 있습니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민원, 인허가, 복지, 문화, 교통, 일자리, 자원 등의 업무가 많이 발생하고 지자체는 이를 위한 예산과 인력의 비중이 높습니다.
면적을 기준으로 보면 가장 면적이 좁은 부산 중구와 가장 넓은 안동시를 비교하면 약 506배의 차이가 있습니다. 면적이 넓다는 것은 관리 대상인 도로, 하천, 상하수도망(자치구 제외), 임야, 농지, (일반시, 자치구)도시지역 등이 많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따라서 인프라와 관련한 투자 또는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과 인력의 비중이 높습니다.
기초지자체의 공무원 수는 위의 인구와 면적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 큽니다. 따라서 인구가 많고 면적이 넓은 시는 공무원이 많고 상대적으로 면적은 넓지만 인구가 적은 군이 공무원 수가 제일 적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비교를 위해 위의 기초지자체 등의 표본을 선별하여 인구, 면적, 공무원을 보면 아래 표4와 같습니다.
공무원 수는 앞서 인구, 면적과 관련이 높고, 지자체별의 고유사무, 기관장의 의지 또는 급격한 인구변동에 따른 변수가 있습니다. 인구가 제일 많은 수원시보다 인구에 더해 면적까지 넓은 창원시의 공무원 수가 제일 많습니다. 다만 이점은 마산·창원·진해가 통합된 영향을 감안해야 하므로 예외로 봐야 합니다.
용인시는 면적이 수원시의 4.8배 이지만 수원시보다 공무원이 적습니다. 비슷한 인구의 고양시보다도 공무원이 적습니다.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지자체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천안시, 송파구, 전주시의 경우 면적이 적은 송파구의 공무원 수가 제일 적습니다. 면적이 비슷한 천안시와 구미시를 비교하면 인구가 많은 천안시의 공무원이 더 많습니다. 비슷한 인구의 구리시와 안동시를 보았을 때 면적차이가 45배이며 안동시 공무원이 1.8배 더 많습니다.
구리시와 홍천군, 부산 중구와 영양군의 공무원 수가 각각 비슷한 점은 인구와 면적의 관계를 설명해 줍니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인구가 적어도 또는 아무리 면적이 좁아도 기초지자체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공무원이 400~500명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구, 면적 외에도 예산액, 재정자립도, 처리과수 등 기초지자체의 역량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2. 어느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의 업무분장
기초지자체의 규모의 차이는 기관의 역량의 차이와도 연결 됩니다. 기관에 배치된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도 기관 자체의 인구 규모, 예산 규모, 재정자립도 등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관의 직원 수가 많을 경우에는 1인의 업무분장 상 업무의 종류가 단순화되고 전문화될 수 있지만 직원 수가 적을 경우에는 1인이 소화해야 할 업무도 다양 해 집니다.
『지방자치단체 기록관리기준표 표준』(국가기록원, 2014)의 표본 조사에 따르면 12개 표본 기관의 단위과제 평균은 6,870개, 가장 많은 기관은 11,552개, 가장 적은 기관은 1,731개로 조사 되었습니다. 10년 전 자료이고 기록관리기준표가 기초지자체에 도입된 초기 단계여서 데이터의 신뢰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기초지자체는 시·군·구가 거의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자치구보다 더 많은 행정권한을 시·군이 가지고 있음에도 표본 기관에서 이러한 특징이 없었고, 인구에 따른 기관 규모가 상이하였지만 해당 규모에 따른 차이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여 현재는 통계자료를 준비하지 못했지만 10년간 기초지자체 업무경험을 통해 통상 4,500개를 기준으로 임의로 설정 하겠습니다.
단순 계산을 하였을 때 인구가 제일 많은 A시 공무원은 1인당 단위과제 1.1개를 담당하고 인구가 제일 적은 B군의 공무원은 1인당 단위과제 10.8개를 담당합니다. 물론 이 계산법은 지극히 단순화를 하여 일부 오류가 있습니다. A시는 구(자치구 아님)를 설치하여서 시 행정의 일부를 구에서 수행하므로 공통업무 단위과제로 구분해 볼 수 있는 업무들이 있고, 처리과수가 많아진 만큼 서무, 회계 담당자의 수도 많습니다. 다만, 그러한 점들을 차치해도 B군 공무원이 1인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기초지자체는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을 운영하거나 기록관을 운영하는 기록관리팀이 조직되어 있거나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이 2인 이상인 반면 어느 기초지자체는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이 기록관리 업무 외에 공인, 구내식당, 보안 등 다양한 업무를 함께 수행하기도 합니다.
3. 법 제도 개선
작년에 각 시·군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조사한 결과 152개 시·군 중 36개 시, 1개 군에 기록관리팀이 설치된 것을 확인 했습니다. 인구수 기준 상위 52개 시 중 31개 시에 기록관리팀이 설치 되었으며, 하위 100개 시·군 중 5개 시·군에 기록관리팀이 설치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처럼, 기관의 규모에 따른 기관의 역량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고, 한 가지 정책이 획일적으로 기초지자체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합니다. 업무분장에서 기록관리 업무 외 다른 업무를 덜어내는 과정은 기록관리 업무가 1인의 업무량을 충분히 채운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업무가 늘어난 만큼 다른 업무가 빨리 덜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기관에서 가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초지자체는 132배, 506배, 13배의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기록관리 업무가 1인의 업무량을 채운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기초지자체에 필요한 것은 기록관의 아카이브화라고 생각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법제도를 고민해야 합니다.
3.1 기초지자체 기록관리의 외국 사례
우리나라는 정부기관이 아닌 기초자치단체에도 레코드 센터 기능을 하는 기록관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외국도 동일할까요?
프랑스의 경우 인구 2천 명 이하의 기초지자체만 도 아카이브에 의무적으로 150년 경과한 호적문서, 작성 후 100년이 경과한 기록물을 공탁할 뿐입니다. 아래의 그림2는 프랑스의 기초지자체 아카이브 지도입니다. 775개의 공립(municipal) 아카이브가 설치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아카이브를 공문서관이라고 하며, 레코드센터는 따로 없습니다. 그리고 지자체 조례에 정함에 따라 지자체는 공문서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독일은 연방정부, 주정부(현을 포함), 시·군의 기록을 각 아카이브에서 보존관리 합니다. 외국 사례에 대해서는 외국의 지방행정체계와 함께 좀 더 연구하고 싶은 분야입니다.
3.2 현행 공공기록물법 제도로 인한 규제
지금의 공공기록물법은 영구기록물관리기관과 기록관의 기능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기록물을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업무는 영구기록물관리기관 고유의 기능입니다. 따라서 법에서는 기록관에 기록물을 영구 보존하는 업무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기록관은 업무상 한계점이 발생 합니다.
법 제46조의2(헌법기관기록물관리기관 등의 민간기록물 수집)의 경우 헌법기관기록물관리기관 및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의 장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기록관의 민간기록물 수집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행법상 기록관 대 기록관에는 상하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행정의 흐름은 정부에서 광역지자체로 그리고 기초지자체의 순으로 이어지며 시민대상의 행정서비스가 구현됩니다. 광역지자체는 정부와 기초지자체의 중간에서 기초지자체에게 지원과 관리·감독을 합니다. 하지만 공공기록물법에는 기록관은 수평적 관계이므로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이 설치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광역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기초지자체를 관리·감독 및 지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모든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서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을 설립한 경우도 기록관만 있을 때와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3.3 (가칭)지방기록물관리법
위와 같은 문제점을 고려하여 지금의 공공기록물법 체계와 별도로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을 반영하여 지방기록물관리법을 제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법에서는 기초자치단체에 아카이브설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아카이브간, 정부-광역-기초간 협력이 가능하도록 반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기록원에서도 각 지방자치단체의 광역지자체로의 지원, 그리고 광역지자체에서 기초지자체로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기초지자체에서 기록관리를 더욱 잘 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또는 빠른 시일내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공기록물법 개정으로 기초지자체에 영구기록물관리기관만 설치하거나 또는 민간기록물 업무를 수행하는 지방기록관이라는 별도의 관종을 신설하여 기초지자체 기록관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4. 기록문화 진흥을 위해
기관간 규모의 현저한 격차는 비단 지방자치단체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부산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의 영역에서 더욱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각 관종별로도 각자의 특성을 고려한 고민을 나누고 각자의 해결책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기초지자체와 관련하여 지난 문제제기에 대한 해결을 위해 법제도,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의 적정 인원 배치, 기관 건립 등 다양한 논의를 이야기 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번에는 법제도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직 이야기 할 내용들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기초지자체 연구사로서 이 자리에서 소박하게나마 밝히는 소망은 전주시민기록관처럼 아카이브 앞의 버스정류장명을 아카이브명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시나브로 시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싶습니다.(네이버 지도에서 전국 20여개 지자체 기록관 검색결과 전주시가 유일) 언젠가 이런 모습이 더 많아 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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