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미래 Future of Work

안놀면 뭐하니?

링쿠타운 무인에어비앤비 2층 다다미방에서 휘갈겨 쓴 면피레터!

2024.07.20 | 조회 6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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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놀땐 뭐하니?

파도 타러 고성에 다녀왔다. 가장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월요일 해질녘에 해변을 찾았다. 진짜 사람이 없었다. 해변가 캠핑 데크가 텅텅 비었는데 딱 한 팀, 내 또래 여자 둘이 노닥노닥 저무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가가서 무슨 일 하시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무슨 일 하면 평일에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 있어요? 

나의 오랜 꿈은 서핑샵 사장님이었다. 시아르가오에서 집채만 한 파도를 만나 죽다 살아난 적이 있는데, (파도에 휘말려 물속 깊이 빨려 당겨지면, 두 눈을 꼭 감고 숨을 꾹 참고 물 위로 솟아오르려 파닥파닥 애쓰는데, 몸이 떠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0.1초, 0.2초, 점점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삶에 대한 애정이 퐁퐁 샘솟는다) 몸뚱이가 무사히 물 위로 떠오른 대신 서핑 모자가 사라져 있었다. 바다 위로 솟아오른 험준한 산맥, 나의 모자를 되찾아주기 위해 그 성난 파도들의 골짜기로 들어가는 서핑샵 사장님의 뒷모습을 보며, '아 나는 서핑샵 사장님은 못되겠구나' 깨달았다. 무서워! 놀 때도 서핑하고 안 놀 때도 서핑할 정도로 서핑에 미치진 못했구나. 

오사카 공항 옆 링쿠타운이라는 동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대형 관람차와 오래된 목조 주택이 어우러진 이 조용한 마을에서 토요일 새벽 두 시를 맞는다. 깨어있는 건 나와 에어컨뿐이다. 금요일 마감 약속은 이미 물 건너갔고, 시치미 뚝 떼고 내일 느지막이 일어나 쓰는 둥 마는 둥 게으름을 피워도 핀잔주는 이 없건만, 무인 에어비엔비의 퀴퀴한 다다미 냄새를 맡으며 황급히 자판을 두드린다. 프리랜서는 이게 어렵다. 내 자유와 내 여유를 내 손으로 잡아 족쳐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 글은 돈벌이도 안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난 반 달 동안 뭘 했나?

  1. 7월 일감 #2 30% 완료
  2. 8월 일감 후보 #1 확보 완료. 위 1번의 연장선으로 맡게 되었는데, 아직 예산 등을 협의 중이다. 내 입으로 나의 가격을 높여 부르는 것만큼 객쩍은 일이 또 있겠냐만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멋쩍음 쯤이야! 아니 사실 멋쩍은 게 제일 어렵다
  3. 주변에 나 일 구한다고 서너 명에게 말했다. 서너 명은 너무 적다. 100% 재택 일거리 찾아요! 이래서 프리랜서들이 인스타를 열심히 하는구나.
  4. 그 외 하려던 일은 다 미루고 말았다! 계약직/파트타임 일자리 두 군데 더 지원하기(한 군데 완료), 온체인 데이터 분석 대시보드 만들기(Reputation Graph, 7/31 마감), 7월 일감 60% 완료하기(관통하는 주제 찾아 목차 완성하고 피드백 받기)가 다음 2주 동안 할 일이다. 오사카에서 세 시간 떨어진 작은 어촌 마을에서 주로 시간을 보낼 예정인데, 와이파이가 잘 되길!

그리고 그동안의 잡생각들. 내가 회사를 때려칠 때마다 하는 생각과 비슷한데, 돈에 대한 입장에 유도리가 추가됐다.

  • 남는 게 시간이다. 남는 게 돈이 아니라 시간인 삶을 원했다. 하지만 차라리 반대였다면 더 행복했을까? 시간이 많으니 답이 없는 질문들을 마주하게 되고, 답을 하려 할수록 다른 사람들이 발붙이고 사는 현실과 멀어져 간다.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나와 세상 사이의 불화(不和)에 괴로워한다. 
  • 그렇다면 돈을 쫓아볼까? 남들이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시간이 많다는 것처럼 돈이 많다는 건 나에게 자원과 기회가 많다는 뜻일 뿐이다. 봄가을은 한국에서, 겨울은 태국에서, 여름은 아직 가보지 못한 어떤 나라에서 보내고 싶다. 각 도시에 내 집이 있고, 그 집이 비는 동안 단기 임대를 줘서 그 현금 흐름으로 먹고살면 어떨까? 발에 차이는 부동산 필승 전략! 
  • 시간으로 돈을 살 순 있지만 돈으로 시간을 살 수는 없다. 시간이 금이다. 황금을 주고 (휴지조각) 법정 화폐를 사느니, 투자와 트레이딩을 진지하게 해 보는 게 어떨까
  • 낯선 곳이 주는 설렘이 좋다. 편안함은 휘발유, 새로움은 경유. 나는 디젤차다.

 

그럼 다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

금요일 해질녘 상공. 눈 앞에 모니터 보느라 하마터면 이 광경을 놓칠 뻔 했다
금요일 해질녘 상공. 눈 앞에 모니터 보느라 하마터면 이 광경을 놓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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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나

    1
    1년 이상 전

    여름은 토론토 와보면 알게될거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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