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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가 되는 방법

24년 하반기 다시 시작한 여행, 오사카 > [토론토] > 벤프

2024.08.03 | 조회 6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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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이란 모름지기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처럼 숨어서 하는 게 미덕이다. 그러나 계급 차별은 성차별이나 인종차별과 달리 당사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위너가 될 수도 루저가 될 수도 있다는 논란이 있고, 따라서 종종 대놓고 이뤄진다. 이때 (개돼지) 대중은 거세게 반발하며 폭동을 일으키기도, 순순히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중에서도 특히 우리는 비행기를 탈 때 놀랍도록 고분고분해진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이 먼저 자리를 잡을 때 까지 차분히 자리에서 기다린다. 아무것도 싣지 않은 보잉 747기가 187,000Kg이라고 하니, 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공중에 띄우는 것이 돈의 힘이라는 걸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인가 보다.

오사카에서 토론토로 가는 길, 트래블 해커인 친구 덕분에 항공사 등급 업그레이드 바우처(Status Pass)를 누렸다. 대한항공으로 치자면 ‘일일 모닝캄 회원’ 이 된 셈이다. 그런데 만나는 항공사 직원마다 옆 직원과 상의를 하고, 이곳저곳 전화를 돌리고, 미간에 힘을 줬다 풀었다 하면서 ‘내가 오늘 하루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다르게 말해줬다. 결론적으로 여러 혜택 중 라운지 이용은 안된다고 했다.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만 입장 가능하십니다.' 입밴을 당하니 기분이 확 나빴다. 내 클래스가 뭐 어때서? 

공항은 이미 쾌적한 공간이다. 그렇다면 공항 라운지의 매력은 무엇일까? 게이트 주변에 흔히 보이는 편의점이나 자판기보다 음식이 낫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라운지 안에 사람들이 더 바글바글 할 때도 있다. 라운지 소파가 더 푹신하고 충전 포트도 여럿이기는 하겠지만 이건 만원쯤 더 내고 근처 카페에 가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편의다. 

하지만 역시 입밴 당하는 사람도 있고 해야 나의 특권이 실감이 나고 입에 짝짝 붙고 하는 것이다. 

공항 안에서의 계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애초에 공항이라는 무대 자체가 아무나 올 수 없는 공간이다.

'여기 아닌데요?' 했는데 '여기 맞아요' 하고 택시 아저씨가 내려주셨다. 여기 맞음!
'여기 아닌데요?' 했는데 '여기 맞아요' 하고 택시 아저씨가 내려주셨다. 여기 맞음!
  • 미쉐린 1 스타: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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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남부 와카야마현의 작은 어촌 마을 미나베. 나는 미나베의 미슐랭 쓰리스타짜리 에어비엔비에 묵었다. 이 숙소에 묵기 위해 미나베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다. 무엇을 상상하던 주인 할머니는 그 이상의 환대를 보여주실 것이다. 

일본 열도의 폭염을 뚫고 숙소에 도착하니 만화책에서 종종 걸어 나오신 것 같은 귀여운 주인 할머니께서 우리를 맞아주셨다. 세 살배기 동화책 읽어줄 때 보다 더 생동감 넘치는 손짓발짓과 표정연기, 그리고 정확도가 삼할 때쯤 되는 번역 앱을 부여잡고 인사와 안부를 나눴다. 그리고 방으로 올라가 보니 할머니께서 5성급 호텔리어의 뺨을 후려쳐 놓은 것이 보였다. 있어야 할 모든 게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 설명하려 하면 할수록 그녀가 추구한 어떤 경지에 누가 되는 것 같아 더 이상 설명하진 않겠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신들린 요리 실력을 숨긴 초절정 고수였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내게 식탁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을 선물하신 할머니의 가이세키 정식에 대해서도 설명하려 들지 않겠다. 디저트를 만드는 데 쓰인 바나나 얘기만 잠깐 해보자면, 바나나가 최적으로 후숙 된 상태를 처음 맛봤다. 어떻게 그렇게 익히셨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푹푹 찌는 날씨 때문에 밖에 꺼내둘 수도, 검게 변하는 것 때문에 냉장고에 넣어둘 수도 없으셨을 텐데, 석빙고 같은 데 넣어두신 건가?

과일용 포크 덮개 장식.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안에 감싸져 있는 작은 포크를 꺼내서 과일을 콕 찍어먹으면 기분이 좋다. 할머니가 챙겨주신 오후 간식
과일용 포크 덮개 장식.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안에 감싸져 있는 작은 포크를 꺼내서 과일을 콕 찍어먹으면 기분이 좋다. 할머니가 챙겨주신 오후 간식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가면 마치 미술관에 간 것처럼 ‘이거 뭐 어쩌라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겉으로는 마치 이런 건 콘푸로스트 먹듯 매일 먹는다는 듯 느긋한 표정을 짓는다. 혹은 이런 고-급 요리 처음이라는 듯 너스레를 뜬다. 그리고 계산하고 나오자마자 근처 식당으로 2차를 간다. 같이 간 사람들도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수다스러워진다. 

미나베 쓰리스타 숙소의 음식은 엄청나게 맛있었고 엄청나게 배불렀다. 할머니가 베풀어 주신 환대, 써주신 마음, 간식으로 챙겨주신 과일과 빵과 과자와 직접 만든 매실 주스와 떠나는 날 우리 몰래 미리 내신 택시비와 떠나고 며칠이 지나서까지 보내주시는 '나의 안녕을 비는 글귀를 한<>일 구글 번역기 돌린 화면 캡처 이미지' 같은 것들은, 짐짓 당황스러웠다. 날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다. 

할머니는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 세계 최고의 호스트와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신 걸까? 도시로 가 더 큰 객실, 더 큰 식당, 글로벌 호텔 브랜드 지배인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하다못해 항공사 비즈니스 클래스 같은 건 생각해보지 않으신 걸까? 

손님이 알아봐 주던 알아봐 주지 못하던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접대를 해주는 것. 마음 전부를 내어주는 것. 2%는 항상 부족하다. 98%를 채우는 것보다 마지막 2%를 완성하는 것이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 해봐서 모르겠다) 나는 여기서 100%의 환대를 맛봤고, 그 어떤 부와 명성도 날 이렇게 만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은 매일 쉬지 않고 자신의 경지를 추구하는 것. 그녀의 단단함은 어디서 올까? 프리랜서 일년차에 죽는소리 하던 내게 작은 할머니의 '그 만의 완결성(sovereignty)' 는 경이였다.

어떻게 하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걸까? 130살 넘은 타이어 회사가 편찬한 맛집 리스트, 백 톤 단위의 비행기들을 띄웠다 떨궜다 하는 항공사들이 지정한 지위(Status)

반면 미나베는? '호스피텔리티(hospitality)'라는 이름도 애매한 업종에 종사하며 기껏 숙박객에게나 가끔 해주는 집밥 요리. 하지만 그녀는 압도적이었다. 뒤뜰의 볕 좋은 곳에 우리가 썼던 수건들이 보기 좋게 널려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뽀송했구나! 하지만 빨래까지 주름 없는 칼각에 빨래집게까지 꼭꼭 맞춰 걸어두실 필요는 없을 텐데. 그는 세계 최고였다.

구름 뒤로 숨어든 석양
구름 뒤로 숨어든 석양

 


쿠키 글 1) 미나베는 시골이라기엔 병원, 편의점, 카페, 식당 등 온갖 편의시설과 도서관, 기차역 같은 공공건물, 깔끔하게 정비된 도로와 개인 주택 등등을 갖추고 있어 소형 도시에 가깝다. 그럼에도 미나베를 시골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노을 지는 바닷가의 호젓함 때문이다. 그리고 에어비앤비 주소를 잘못 알고 있는 여행객이 ‘여기 아니에요’ 해도 택시 기사님이 ‘여기에요’ 하고 짐을 내려주시기 때문, 어둠이 깔리면 가로등이 없어 휴대폰 불빛으로 집에 찾아가야 하기 때문, 오사카에 가는 기차가 아침 10시 다음엔 저녁 6시에 있기 때문이다.

쿠키 글 2) 토론토 다운타운 한복판에서 새벽 두 시를 맞아 타닥타닥 급하게 글을 짓는다. 낮에는 들리지 않던 교회 종소리가 새벽 두 시와 세 시에 울린다. 두 시가 아니라 세 시네! 제발 나에게도 단단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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