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새로 만들어보자. 어디서부터 시작해 볼까?
이미 국가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보자.
심심할 때마다 국경을 넘는 35백만 명의 디지털 노마드가 좋을까, 아님 신분증 없이 사는 전 세계 11억명의 '무국적자'들이 좋을까?
돈 잘 버는 노마드들을 모셔보자. 그들은 뭐가 제일 아쉬울까?
전 세계 노마드의 반절이 미국인이다. 2-3년 내로 노마딩을 떠날 계획이라는 미국인까지 합치면 캐나다 전체 인구보다 많다.
미국 정부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건강과 보험(Health&Insurance)이다.
첫 삽질은 노마드를 위한 보험 서비스에서 시작해 보자 (각주1)
자동차를 새로 만들어보자
당신은 이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내연기관차 제조사다. 그런데 앞으로는 전기차의 시대란다. 이동하는 기계는 바퀴 달린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고 말이다.
엔진 없는 자동차는 상상하기 힘드니 하이브리드에서 시작해보자. 현기차는 엔진차에 배터리도 같이 싣고 달려보고(2016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엔진차 뼈대에 배터리만 싣고도 달려 보고(2018 코나), 요즘에는 배터리차 뼈대에 배터리를 싣고 달린다(2021 아이오닉5).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을 위한 '쉬어가는 코너' 에 운전자들도 쉬어가길 원하니 요즘은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보다 잘 팔린단다.
회사를 새로 만들어보자
주주(shareholder)보다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위해 일하는 조직이면 좋겠다.
이미 회사 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모아보자. 그들은 아마 프리랜서라고 불릴 것이다.
프리랜서 새싹에게 '뭐가 제일 힘드니?' 물으면 '불안(정함)'이라고 합창한다. 마음도 통장도.
인간 말초원초신경의 '불안'이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회사들의 필살기는 무엇인가? 4대 보험? 통장에 따박따박 찍히는 마약 월급? 옆자리 동료?
요즘 젊은것들의 1/5이 입사 1년 내 퇴사한다. 그들이 회사 밖에서 찾는 것은 무엇인가? 회사 안에 두고 온 것 중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인가?
일하는 방식을 새로 짜보자
당신은 제조업 수백 년의 관성에 젖어 있다.
육체 노동과 지식 노동의 차이는 무엇인가? 당신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 일을 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무엇인가?
원격 근무의 시대가 온다고들 한다. 글로벌 인재와 함께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노예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최고라구! 오피스 없는 회사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면 하이브리드는 어떨까?
2024년 한국관광공사와 지자체는 워케이션에 꽂혀있다. 정부의 이해관계는 기업이나 개인과 다르다. 인구 감소. 서울 사람 시골에 눌러 앉히는 건 포기했다. 놀러 온 김에 좀 더 길게 앉았다 가라고 용돈까지 쥐어준다.
하지만 일과 휴가를 뒤섞는 게 가능한지, 그에 더해 원격 근무와 지방 활성화까지 한꺼번에 섞는게 가능한지는 묻지 않는다.
디지털 노마드를 수입해 오는 게 더 쌀지도 모른다.
참고로 애플의 '하이브리드' 는 주 3일 사무실 출근이다.
K-네트워킹 파티를 열어보자
프리랜서는 '노동으로부터의 소외' 에서 자유롭다고 멋지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이는 프리랜서가 혼자 영업부터 회계까지 다 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주말, 셀프 영업을 위해 프리랜서 네트워킹 행사에 다녀왔다.
'네트워킹'은 그 단어 뿐 아니라 문화 자체도 통째로 수입품이다. 그렇다고 색목인들처럼 서서 대뜸 자기소개를 할 순 없다. 다행히 주최 측이 테이블별로 앉혀주고 질문지도 던져줬다. 테이블 바꾸는 시간과 순서까지 정해줬다. 덕분에 마음이 편했다. 우리는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지 않고 적절한 때 대화를 종료할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 이카루스의 날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다시 자동차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완성차 업체들은 왜 곧바로 전기차를 만들 수 없었을까?
하늘을 나는 차는 상상할 수 있어도, 엔진 없는 차는 상상할 수 없는 이들.
일과 휴가의 짬짜면은 맛있지만 사무실 없는 협업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 손대기 싫은 사람들. 고용 없는 노동은, 지시 없는 업무는, 직원 없는 회사는 상상할 수 없는 이들.
우리는 전환기의 노동자들이다.
전환기의 인간, 불안과 정체성
K 네트워킹 행사에서 주어진 마지막 질문은 '올해 1월과 지금 12월에 가장 달라진 점은?' 이었다. 같이 앉은 네 명중 둘이 '나를 더 사랑하게 됐다'고 답했다. 둘 다 올해 프리랜싱을 시작했다.
일평생 외면했던 질문을 회사 밖 정글에서 마주한다. 난 뭘 좋아하지? 여기까지 와서 남들이 시키는 일을 할 수는 없다. 난 뭘 잘하지? 일평생 거들떠보지 않던 사주 풀이와 강점 분석 검사를 받는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국가, 새로운 회사, 새로운 자동차와 일하는 방식과 네트워킹 파티를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사랑하는 것, 인공 지능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결론
일의 미래 북클럽 함께할 사람 구해요! 여기에서 같이 책 읽고 얘기 나눠요!
각주1) 이상은 지난 네트워크 국가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SafetyWing 이야기다. 그들은 Plumia 라는 '여권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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