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혼잘여입니다. 하루 늦었습니다. 지난 일주일동안 무탈하셨나요?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30분 발송을 칼같이 지키고 싶었는데, 예기치 못한 피곤함으로 하루 미뤄졌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동안 생각이 많았는데, 비혼비출산 페미니즘 밖의 낡은 세상 이야기를 듣게 된 진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려준 친구가 하루빨리 부담없이 비혼비출산 페미니즘 세상으로 들어서길 바라고 있습니다. 제가 자세히 알 필요없는 세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거든요. 역시나, 여성에게 가부장제와 그가 수호하는 남성은 '남성' 성별 기능으론 쓸모 없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대화하는 남성이 있다면, 제 월급을 주는 사람이 '우연히' 남성인 경우밖에 없습니다. 기억나진 않지만 길 알려달라는 노인 남성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조금 늦었지만, 이태원 참사에서 예상치 못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 수많은 친구들과 그의 가족들, 연인들, 또다른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여러모로 정리할 생각이 많았던 일주일이었어요. 결국 다시, 온전히 신뢰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는 세상입니다. 힘들어도, 힘내시길 바랄게요. 여성은, 여성을 돕습니다.
이번 편은 주체적 여성성, 그러니까 주체적 섹시나 주체적 우아함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가부장제는 도대체 어떤 부분이 주체적이라고 (여성의 입을 빌려) 주장하는 걸까요?
- 결혼 속으로 사라진 커리어 (비혼의 이유)
- 성매매 (여성의 소유권)
- 주체적 여성성 (코르셋 비유)
- 남성과의 연애 (인셀: 비자발적 독신)
- 여성 커리어 (여성 임직원과 대표 비율)
외전이니까, 조금 쉽게 접근해보겠습니다.
'여성스럽다'는 형용사부터 시작해볼까요?
한국 대표 검색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여성스럽다'를 검색하면 상단에 국립국어원 검색결과가 나옵니다.
'여성스럽다'의 정의에 등장하는 '여자의 성질'이란, 국립국어원에서 '통념적 개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사회 통념이 갖는' 여자의 성질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아래에 이런 제목의 글이 보입니다. '사회 통념적 여자의 성질'이 유지돼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해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까, 과거의 여성스러운 여성이 계속 양산돼야 하는 이유 말이죠.
글쓴이의 주장 중 핵심은 가장 마지막 문장인 "특정 이미지를 대표하는 표현(여성스럽다)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매우 불편합니다"로 보입니다.
리드 문장(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만 읽으면, 이 글의 핵심이 요약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단별 첫 문장이 핵심근거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점에서 좋은 논설문은 아니지만, 이걸 평가하는 자리는 아니기에 핵심만 정리해보겠습니다.
읽기 쉽게 다듬으면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이 글은, '여성스럽다는 표현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문이지만, '여성스럽다'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며, 어떤 의미에서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부딪혔으며, 어떤 의미로 계속 사용돼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어 아쉽습니다.
그러나 글쓴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힌트가 있습니다. 바로, '남성스럽다'='마초스럽다'라는 부분입니다.
글쓴이는, 더이상 '남성스럽다'와 '여성스럽다'가 과거의 젠더 이미지만 담고 있을 뿐, 현재의 젠더 이미지와 무관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표현은 현대에 와서 지양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죠.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볼까요? 윗글의 글쓴이는 위 논리전개에서 하나를 빠트렸습니다. 그건 바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구시대의 이미지라면, 왜 그 이미지를 대표할 표현만큼은 '남겨놔야하는가'라는 당위성에 대한 설명입니다.
2022년에는 '이별'을 '별리'라고 표현하지 않죠. 만약 '여성스럽다'도 '별리'처럼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언어의 역사성에 해당하는 표현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지금에서야 '여성스럽다'는 단어를 꺼내어 글을 쓴 글쓴이를 의아하게 생각할 겁니다. 그 시점이 빨리 다가오길 바라겠습니다.
*'별리'라는 단어는 어머니 서재에서 찾은 세로로 읽는 책에 등장합니다.
'여성스럽다'는 지금도 여성을 '특정 이미지로만 규정하는' 단어라는 의미로 읽히는군요.
사회적 통념은 여성을 어떤 특정 이미지로 규정하는지 알아보기 전,
눈길을 끄는 흥미로운 국립국어원 답변이 있어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는 이 글을 보고
앞으로 '여성스럽다' 대신 '여성답다'라는 말을 쓰려고 합니다.
한 질문자가 이런 질문을 등록합니다:
국립국어원은 이렇게 답합니다:
'여성스럽다'를 여성이 아닌 대상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성스럽다', 그러니까 '사회통념적 여성성'은 '남성'에게도 붙여볼 수 있는 단어군요. 사물에게도 붙여볼 수 있습니다.
'여성스러운 남성', '여성스러운 인테리어', '여성스러운 옷차림', '여성스러운 태도'.
'여성에게만' 쓸 수 있는 표현인 '여성답다'를 여성과 붙여보겠습니다.
'여성다운 여성'.
"이 여성, 정말 여성답네요!"
그런데 잠깐, 으레 '여성스럽다'고 칭찬하는 '사회통념적 여성성'은 여성만 가질 수 있는 속성이 아니라고요?
'여성의 것만이 아닌 속성'을 '여성을 긍정하고 대표하는 속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여성스럽다'는 표현이 '현대 여성'을 묘사하는데 적절한 단어가 맞냐는 거죠.
위에서 소개한 클리앙이라는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한 글쓴이도 일부분 같은 주장을 반복합니다. '여성스럽다'는 더이상 '현대 여성'을 묘사하는데 적합하지 않은 단어라고요.
'사회 통념적 여성성'이 어떤 특정 이미지인가는 앞선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구독자님은 '이걸 내가 하고 싶어서 도입하는 거라면 어쩔 셈이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여성다운' 행동 아닌가?라고요.
위에서 제시한 (1)~(7)의 카테고리를 큰 틀에서 내려다볼까요. 과연 주체적이고 즐겁고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행위일까요.
제가 자주 이야기하던 비혼비출산 여성의 조건, 기억하시나요?
직장 다니면서 제가 번 돈으로 저를 먹여살리는 여성입니다. 우리는 가부장제가 제안하는 단 하나의 선택지, 결혼과 출산하지 않고,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겁니다.
그런데 가부장제가 '여성 너네가 즐거워서 스스로 여성스러움을 걸친 거잖아'라고 말하는 '주체적 여성성'은, 제가 말하는 비혼비출산 여성의 조건과 대척점에 서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성성을 걸치면 걸칠수록, 직장에 머무르지 못하고,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고, 스스로를 먹여살리지도 못하며, 가부장제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영원히 '여성'인 당신을 인정하지 않을 가부장제에게 '인정 받으려고' 애쓸수록, 가부장제의 완벽한 톱니바퀴가 된다는 거죠.
완전히 가부장제에 딱 맞는 사람이 되신 것에 '스스로' 만족하고 계신가요? 잘 생각해보세요. 가부장제는 그런 당신을 '완전한 사람으로' 인정해준 적이 있었나요?
가부장제가 정말로, 내 인생의 핸들을 내가 쥐고 있게끔 북돋아주던가요? 남성에게는 '남자답다'며 칭찬해주거든요.
조금 슬픈 사실은, 가부장제가 (1)~(7)을 '아직 가부장제를 잘 모르는' 어린 여성들에게 '특권'처럼 쥐어준다는 사실입니다. 미성년 여성들에게도 달콤하고 매력적인 톤앤매너로 포장해 선물합니다. '너는 역시 어려서 결점 하나 없이 완벽한 화장이 어울리는구나?'
가끔 30대 성인여성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발견합니다. '나는 이제 더이상 어리지 않아서, 여성스러울 수 없어 슬프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여성답지 못한 약한 생각, 아직도 은연 중에 갖고 계시다면 이제 멈추시길 바랍니다.
비혼비출산 여성은, 여성다운 강한 사람입니다.
주체적 여성성 편은 이만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편하게 질문해주세요.
여성은, 여성을 돕습니다.
여성에게 도움받았다면, 그 힘으로 또다른 여성을 도와주세요.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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