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소설가가 쓴 소설 아닌 글을 좋아합니다. 소설가가 에세이를 쓰면 보통 소설을 왜, 어떻게 쓰고 있는지 그 사람의 세계관과 세계를 창조하는 기술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진진하거든요. 가장 즐겁게 읽은 책은 아마 엘레나 페란테의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원제목이 훨씬 좋아요. <여백과 받아쓰기>)과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이 아닐까 싶네요. 전자는 제가 나폴리 시리즈를 읽고 봐서 더욱 좋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소설을 썼을까 감탄을 한 뒤였거든요. 반면에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소설가의 일>을 읽으면서 어찌나 밑줄을 많이 그었는지... 덕분에 논픽션 책장에서 꽤 앞쪽에 자리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만들어낸 세계'에 푹 빠지는 쪽보다는 '왜 세계를 만들었는지'를 궁금해하는 쪽인 듯합니다. 대체 당신의 무엇이 그런 그럴 듯한 거짓말을 하게 만들었는가. 거기에는 항상 한 사람의 삶과 엉킨 질문이 있고 작가가 그것을 풀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그 실뭉탱이를 조물락거렸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기만의 답을 내렸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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