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과 저는 내년이 되면 20년을 함께한 게 됩니다. 20년이라니... 한 사람을 알기에 충분한 시간 같지만 여전히 상대방에 관해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제가 정신줄을 놓고 제가 생겨먹은 대로 행동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반려인이 단단히 삐져있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어리둥절, 왜 저러지? 상태가 되는데... 냉전 상태를 끝내려고 머리를 굴려보면, 보통 제 입장에서는 별 거 아닌 일인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실망스러운 일일 때가 많더라구요. 근데 그런 일이 수천 가지는 될 테니... 원활한 부부 생활은 지뢰밭 건너기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려인은 제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상당히 거슬리나봐요. 저는 누워서 충전하는 사람이라 이왕이면 앉아있기보다 누워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가끔 말싸움을 할 때면 '민희는 맨날 누워있고..'라는 표현을 쓰더라구요. 그게 거슬린 저는 집에서 쉬는 게 뭐가 잘못된 거냐 물었는데, 사실 그 뒤에 숨어있는 뜻은 '누워만 있지말고 나랑 뭘 하자'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밖에서만 활동적이고 자기랑 있을 때는 시체처럼 있는 다는 뜻이었죠. (이 해석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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