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 날이면 불안이 차오를 때가 있어요. 그러다 불현듯 어릴 때의 어떤 장면 속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그때 내 몸 안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4학년쯤 되었을까요. 엄마를 만나지 말라는 아빠의 불호령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몰래 엄마를 만났어요. 그날은 작은 이모의 차를 타고 엄마와 함께 놀이동산에 다녀왔어요. 해질녘 하늘은 붉게 물들어 점점 어둑해지고 저는 차 뒷자석에서 욱신욱신 아픈 배를 참으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옆에 앉은 엄마는 내 배를 쓰다듬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며 "집에 가려고 하니까 불안해서 배가 아픈 거야..."라고 말해요. 차는 막히고 밖은 어두워지고, 너무 늦게 들어갔을 때 아빠의 화난 표정과 목소리를 떠올리며 제 배는 더욱 아파와요. 하루 종일 행복했던 기억은 저 멀리 밀려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통제 불능 상황에 복통을 느끼며 그저 꾹 참는 일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이 답답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