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랜만이죠? 벌써 또 세 달이 넘게 지났네요. 잘 지내셨나요?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요. 여름은 무사히 나셨는지, 추석 연휴는 편안하셨는지 궁금해요. (아참, 10월부터는 서울이 꽤 추워진다고 하더라구요? 감기 조심하세요!)
이 레터도 벌써 1년이 넘었으니 (물론.. 연재 한 기간은 1년이 안되지만) 문득, 처음 레터가 시작할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분들도 계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떠한 환경에 계시더라도 평온하고 행복한 순간들이 함께하고 계시기를 바랄게요.
절대로 레터를 잊은 건 아니었어요! 다만 현생이 정신이 없어 편지를 쓸 정도의 여력이 되지 못했어요. 오늘은 오랜만에 여러분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편지지(?) 앞에 앉아보았어요.
한동안의 쉼을 마치고 다시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다음 스텝은 뭐가 되어야 하지?'라는 생각에 계속 초조하더라구요. 연구비에는 기한이 있으니, 그 안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이 자꾸 불안하고 예민해졌어요. (사실 그래서 여러분께 편지를 쓰지 못했던 것도 있어요. 이런 마음으로는 따뜻한 글을 쓸 수 없겠더라구요.)
'다음으로 뭘 해야 하지?'
'논문을 얼른 많이 써야 하나?'
'국내 저널에 써야 하나, 국제 저널에 써야 하나?'
'내년엔 어떻게 해야 하지?'
'자리는 어디에 잡아야 하지?'
'그런데… 내가 원하는 건 뭐지?'
머릿속이 온통 미래에 대한 질문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러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게 느껴지고, 압박감이 밀려오더라구요. 그러면서 제 페이스도 잃어버렸어요.
저는 생각이 빠르게 정리되는 사람이 아니에요. 시간을 들여 찬찬히 들여다봐야 비로소 정리가 되는 사람이죠. 그런데 바깥에서 요구하는 것 같은 속도에 맞춰보려고, 마음에 내키지 않는 결과물을 내버렸어요. 그리고 한동안 후회했어요.
'아, 이건 아닌데…'
그 생각에 한동안 마음이 참 힘들었어요.
그러다 최근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자꾸 그렇게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급하게 움직이고, 불안해하는 게 정말 나에게 좋은 일일까?
물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안 될 수는 없고, 어느 정도 대비를 해야 하는 건 맞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내 현재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 현재 상황이 그렇게 별로인가?'
사실 저는 지금 현재 상황을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저 혼자만 본다면 나쁘지 않거든요. 제 페이스대로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고, 행정과 같은 일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힘들긴 하지만 그것보다 보람이 느껴지는 강의도 재밌게 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적어도 4-5번은 운동을 할 시간도 있구요. 가르친 학생들이 논문을 출간했다며 소식을 전해오는 것도 좋고, 길가다가 마주쳤을 때 인사해주는 학생들이 있는 것도 좋고, 스레드를 통해 만난 분들이 가끔 안부인사와 소식을 전해주시는 것도 좋아요.
이렇게 좋은 일들이 많은데, 미래에 대해 고민하느라 이 현재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고민에 빠져 있으니 오히려 일도 더뎌졌어요. 마음이 산만하니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려웠던 거겠죠? 미래를 위해 한 걱정이, 결국 미래를 준비해야 할 지금의 저를 방해하고 있었던 셈이에요.
어디선가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읽은 것이 떠올랐어요.
과거와 미래, 그중에서도 오지도 않은 알 수 없는 미래에 살면서 현재의 소소한 행복들과 감사할 것을 놓치고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갉아먹으면서 살고 있더라구요.
영화 쿵푸팬더에서 우그웨이 사부가 이런 말을 해요.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but today is a gift. That's why it is called the present."
어제는 역사고, 내일은 미스터리고, 오늘은 선물이라고.
사실 과거도 이미 바꿀 수 없는 것이고, 미래도 지금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요. 지금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 이 순간뿐이고, 이게 우리가 받은 선물이라는 거죠.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던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것까지 다 통제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어요. 그건 제게 주어진 선물이 아닌데 말이죠. 이제는 조금 더 현재에 집중해 보려고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을 구독자님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구독자님은 어떠신가요?
만약에 만약에 저처럼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면, 지금 현재에 감사한 부분 행복한 부분은 없나 한 번 생각해 보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보냅니다.
💡 오늘의 작은 실천
이번 주에는 이런 것들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요? 생각이 복잡해지고 마음이 자꾸 미래로 달려갈 때, 나를 '지금 여기'로 데려오는 연습이에요.
- 5-4-3-2-1 감각 깨우기: 지금 눈에 보이는 것 5가지, 손에 만져지는 것 4가지, 들리는 소리 3가지, 맡을 수 있는 냄새 2가지, 느껴지는 맛 1가지를 하나씩 찾아보세요.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 걱정이 한 발짝 물러나 있을 거예요.
- 4-7-8 호흡하기: 4초 동안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7초 동안 숨을 참고, 8초 동안 입으로 천천히 내쉬어 보세요. 서너 번만 반복해도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 걸 느끼실 수 있어요.
- 오늘의 선물 적기: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내 '현재'에서 감사했던 순간 하나를 적어보세요. 아주 사소한 것이어도 괜찮아요.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해요. 그런데 그 미래도 결국 오늘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어쩌면 오늘을 충실히 사는 게, 가장 확실한 미래 준비일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오늘은 선물이에요. 그러니 오늘은, 오늘을 살아봐요."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구독자님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구독자님을 응원하며,
지혜
😊 언제나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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