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은 훨씬 훗날의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하물며 열매는 더 먼 미래의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씨앗과 꽃과 열매의 인연 속 어디쯤 놓여 있는 것이지요. 고전의 아득한 미래가 바로 지금의 우리들인지도 모릅니다.
신영복, 『담론』, 돌베개, 2015.
1982년, 미국 UCLA의 식물생리학자 제인 셴밀러는 베이징의 한 식물연구소에서 연씨 일곱 알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물이 말라버린 중국 동북부의 오래된 연꽃 호수의 바닥에서 발견된 것들이었지요. 셴밀러는 그중 네 알을 골라 껍질의 일부분을 조심스럽게 갈아냈습니다. 표면에 작은 틈을 내 주어야 긴 세월 말라 있던 씨앗의 안쪽까지 물이 스며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손질한 씨앗을 물에 담가 두자, 나흘째 되던 날 껍질이 벌어지며 초록빛 싹이 돋아났습니다. 이어서 진행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결과, 가장 오래된 씨앗은 1,300여 년 전의 것이었습니다. 그 긴 세월을 흙 속에 묻혀 있다가도 금세 생동할 만큼 연꽃은 강인했던 것이지요.
유사한 사례가 국내에도 있었습니다. 2009년, 경남 함안의 성산산성을 발굴하던 조사단이 옛 저수시설이 있던 자리의 깊은 흙에서 연씨 여러 알을 발견한 것입니다. 연대를 측정한 결과 약 700년 전, 고려 시대의 것으로 밝혀졌지요. 이듬해, 함안박물관에서 이 씨앗을 심어 꽃을 피웠습니다. 함안의 옛 이름인 아라가야로부터 '아라홍련'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연꽃은 지금도 그곳에서 해마다 피어납니다. 나의 때가 오기는 하는 것인지, 사는 건 언제쯤 나아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간을 지나면서도 오늘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을 모두를 응원하며 이 이야기를 전합니다.
Olfactory Study No.019 “The Ancient Lo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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