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BICUE CHRONICLE No.000 (Sample 2)

2026.10.07 | 조회 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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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HONG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주문을 받았을 때는, 일을 멈추고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근처에 좋은 도서관이 있을 때면 자주 희귀본이 있는 열람실을 찾아가서 단풍나무 수액 뽑기와 사탕 제조의 원조에 관한 자료를 찾아 보았다. 내가 조사한 내용을 스코트에게 보여주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옛 자료와 실험 정신만으로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에 뛰어들어 실패와 성공을 거듭한 당신이야말로 그 분야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오."

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이석태 옮김, 보리, 1997.

 

 

Olfactory Study No.002 “Herbes de Provence”

첨부 이미지

여러분은 아침에 주로 어떤 음식을 드시나요? 저는 직접 만든 피타브레드와 수프를 가장 즐겨 먹습니다. 피타브레드는 반죽을 여러 장 만들어 얼려 두고 하나씩 꺼내 프라이팬에 간단히 굽습니다. 수프는 자연식을 바탕으로 계절에 따라 그때그때 구할 수 있는 제철 채소와 곡물들로 역시 간단히 끓여 먹습니다. 저는 몸이 굉장히 찬 편이어서, 이렇게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부터 다시 여름이 오기 전까지 따뜻한 국물 요리로 아침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때 이른 추위가 찾아온다는 오늘 아침에는 기 버터에 볶은 셀러리, 그리고 생강의 향취를 더한 당근 수프를 끓였습니다. 캐슈넛에 오트 밀크와 소금을 조금 넣고 되직하게 갈아 얹으면, 한층 고소하고 부드러워지고요.

가장 오래된 빵의 모양을 닮은 피타브레드는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도 좋지만, 빵에 깃든 서사를 실감 나게 상상하게 하는 식재료들을 곁들인다면 더욱 근사한 기분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타임, 로즈마리, 세이보리, 오레가노 등 온화한 지중해의 기운이 담긴 허브 믹스 Herbes de Provence, 바디감과 향취가 좋은 올리브 오일, 그리고 가마에서 구워 불의 기운을 품은 인도산 블랙 솔트 칼라 나막(Kala namak)*을 곁들여 보세요. 이 세 가지의 향취가 어우러지며 최초의 문명이 시작된 지역의 고대 도시들을 잇는 교역로와 그 길을 오가던 사람들의 식탁을 상상하게 할 거예요. 음식이 사치와 향락보다는 ‘생명의 양식’에 가까웠을 시대를 그리며 시작하는 저만의 작은 리추얼을 공유합니다.

*칼라 나막은 암염을 숯과 함께 가마에서 고온으로 구워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생긴 황 화합물로 인하여 삶은 달걀을 연상케 하는 냄새가 납니다.

 

Dalmatian sage 7 drops, rosemary 5 drops, white thyme 3 drops, laurel leaf 2 drops, juniper berry 2 drops, French lavender 2 drops, sweet marjoram 1 drop

 

조향사 소피의 노트

로즈마리와 세이지가 메인 노트를 이루며, 타임과 월계수 잎의 조합으로 햇살에 잘 말린 허브의 드라이하고 선명한 질감을 표현하였습니다. 이 블렌드라면 언제 어디에서든 지중해 연안의 작은 도시들을 그려 볼 수 있을 거예요.

 

 

Today’s Music

Caetano Veloso — Un vestido y un amor

Un vestido y un amor는 아르헨티나의 싱어송라이터 피토 파에스의 곡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일상을 바라보는 눈빛을 상상하게 합니다. 스페인어를 배운 적 없는 제가 이 곡의 제목과 알아듣는 몇 개의 단어를 통해 그리는 장면 속에서, 화자가 바라보는 그녀는 식탁보에 수놓인 데이지를 어루만지다가, 창밖을 지나는 이웃들과 다정한 인사를 나눕니다. 온화한 햇살이 깃드는 자리에 앉아 펜과 종이를 들고 무언가를 끄적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는 이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조각들 사이로 무심코 지난 다툼의 기억을 떠올리고, 끝 모를 미안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이내 눈앞의 그녀에게로 돌아옵니다. 사랑은 그렇게 평범한 일상의 조각들을 모으며 깊어지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브라질의 가수 카에타누 벨로주가 부른, 첼로 선율이 이끄는 느린 편곡으로 이 곡을 함께 들으며 아침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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