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 삶을 이곳, 자기 집이 있는 시골의 고독감 속에서 더 신뢰할 만한 사랑으로 껴안는 법을 배웠습니다. 삶은 헌신을 고백한 사람 앞에 나타나듯이 그에게 제 모습을 드러내고 이제는 더 이상 어디에도 숨지 않으며 그에 대한 불신도 갖지 않습니다. 그는 큰 것과 작은 것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미세함과 측량할 수 없는 거대함 속에서 삶을 인식합니다. 일어나거나 잠자리에 들 때 삶이 거기 있고, 밤을 지새는 가운데도 삶은 있습니다. 옛날풍의 단촐한 식사시간도 삶으로 가득하고, 빵도, 포도주도 삶으로 충만합니다. 즐거워하는 개들 속에, 백조들 속에, 빛나는 비둘기떼 안에도 삶이 있습니다. 작은 꽃송이마다 삶은 온전히 들어 있고, 열매마다 백 배의 삶이 있습니다. 채마밭에서 가져온 배춧잎 하나도 삶을 자랑하며 얼마나 정당한지 모릅니다. 참으로 기꺼이 삶은 물 속에서 빛나며 꽃 속에서 행복해 합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릴케의 로댕』 중에서
Olfactory Study No.004 “Earthly Light”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2014년 작품 《그레이트 뷰티(The Great Beauty)》의 주인공인 소설가 젭은 젊은 시절에 쓴 단 한 권의 소설로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지만, 40 년이 흐르도록 집필을 이어가지 못 합니다. 화려한 셀러브리티의 삶을 즐기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예술 작품 앞에서도 공허한 세월만 흘러갈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젭에게 첫사랑의 부고가 닿고, 이를 계기로 삶을 반추하고 성찰하며 위대한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을 비로소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침내 다시 펜을 든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죠.
“Altrove, c'è l'altrove. Io non mi occupo dell'altrove.”
저 너머엔 저 너머의 것이 있을 테지. 나는 저 너머의 것은 다루지 않으련다. 그러므로, 이제 이 소설을 쓴다.*
*저의 의역입니다.

Raffaello Sanzio, The School of Athens, 1509, fresco, 770 cm wide at the base, Stanza della Segnatura, Apostolic Palace, Vatican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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