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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ICUE CHRONICLE No.019 “메타버스: 이모는 어디에나 있어”

2026.11.05 | 조회 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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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HONG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가운데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 별들 가운데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너에게는 모든 별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너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갖게 되는 거야!

Quand tu regarderas le ciel, la nuit, puisque j’habiterai dans l’une d’elles, puisque je rirai dans l’une d’elles, alors ce sera pour toi comme si riaient toutes les étoiles. Tu auras, toi, des étoiles qui savent rire!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에서

 

 

 

“얘들아,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음… 우리 맥도날드 간지 오래 되지 않았어? 맥도날드 가자!”

“그래! 그럼 이모도 맥도날드 주문할게!”

시드니에 사는 조카들과 서울에 사는 이모는 오늘 저녁 메뉴로 맥도날드의 햄버거를 함께 먹었습니다. 조카들은 학교가 끝난 뒤 교복 차림으로 해가 질 때까지 놀이터에서 놀다가 근처의 맥도날드로 갔고, 이모는 작업실에서 한창 일을 하다가 배달 주문을 한 것이죠. 저녁을 먹는 동안 영상 통화를 하며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각자 조용히 먹기도 했습니다. 마침 일찍 퇴근해 그 자리에 합류한 동생이 조카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저를 보며 그러더군요. 

“메타버스 같네.”

회사 생활을 하는 동생과 달리 업무 환경이나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편인 저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이 풍경이, 동생에게는 특별하게 보였나봅니다. 

조카들은 동생이 시드니로 직장을 옮기면서 4 년 전 서울을 떠났습니다. 이제는 두 아이 모두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저보다 더 바쁘게 지내는 날들이 많지만, 낮 동안 영상통화를 하며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곤 했습니다. 저는 작업대에, 책상 위에 아이패드를 올려 두고 조카들을 바라보며 일을 하고, 아이들은 집안 구석구석 다니는 곳마다 저를 데려다 놓고 그 곁에서 놀았습니다. 한참 조용히 있다가, 하고 싶은 말이 생각 나면 말을 걸었지요. 출출할 땐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들고 돌아와 카페에서 마주 앉아 대화하듯 함께 먹기도 했습니다. 가장 즐거웠던 건 숨바꼭질이었는데요. 어느날 둘째 조카가 물었습니다.

“이모, 숨바꼭질 할래?”

“이모는 서울에 있는데 숨바꼭질을 어떻게 해?”

(아이패드를 들고 어디론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이렇게 하면 되지! 이렇게 이모를 여기에 숨겨 두고, 엉아가 이모를 찾는 거야!”

둘째와 첫째가 번갈아 가며 한 아이가 통화 중인 아이패드를 집 안 어딘가에 숨겨 놓으면, 다른 아이가 저를 찾아 집 안을 뛰어다녔습니다. 힌트를 달라고 외치면 저 역시 큰 소리로 “이모 여기 있어!” 라 말해야 했죠. 중학교 시절에 PC통신을 배운 세대인 저에게 영상통화는 그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는 전화였지만, 아이들에게 화면 속의 저는 곁에 있는 것과 다름 없었던 것입니다. 

앞마당에서 캠핑 놀이를 하면, 아이들은 저를 어린이용 장난감 캠핑 의자에 앉혀 두었습니다. 저녁을 먹을 때면 식탁 위에 놓인 이모는 화면 속 아이들을 지켜보며 “채소도 좀 먹어!”, “가만히 앉아서 좀 먹어!” 같은 잔소리를 하기도 했지요. 지난 4 년 동안 저는 이런 방식으로 서울에도 있고, 시드니에도 있었습니다.

2021년, 네 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어느 연구에서, 아이들은 영상통화를 실물과 그림 사이 어딘가의 매체로 이해한다고 보았습니다. 화면 속 인물이 물리적 공간에 함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동시에 함께 있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양자역학에는 ‘중첩(superposi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관측하기 전까지 입자는 한 장소가 아니라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로 기술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카들은 화면 속 이모가 서울의 작업실에도, 시드니 집 앞마당의 캠핑 의자 위에도 동시에 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여러분은 이 순간 어디에 있고, 또 어디에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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