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읽는 시간

불평의 다른 이름은?

경청되지 못하고 있을 뿐인 사랑

2026.10.19
from.
가톨릭출판사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언어를 사유하는 시간, 〈단어를 읽는 시간〉입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주말 동생과 오랜만에 통화를 했는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통화가 끝날 무렵에는 어김없이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 역시 부모님의 잔소리를 수도 없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저를 걱정해서 하시는 말씀이라는 걸 알면서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으면 괜히 귀찮고 듣기 싫을 때가 있었죠.

 

그런데 어느새 제가 동생에게 비슷한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밥은 잘 챙겨 먹는지, 별일 없이 잘 지내는지 걱정되는 마음에 자꾸만 한마디씩 보태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느새 걱정하는 말보다는 못마땅한 마음을 드러내는 표현들로만 가득해집니다. 돌이켜보면 그건 불평이기도 했습니다. 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은 따로 있었지만, 정작 입 밖으로 나온 것은 불만을 늘어놓는 말이었으니까요.

 

이렇게 불평에는 두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불평'의 표면에 집중하지만 데이비드 화이트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에게 불평은 단순한 짜증이나 비난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전하고 싶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 〈단어를 읽는 시간〉에서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 ‘불평’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첨부 이미지

NAGGING 불평

불평은 사랑이다. 양쪽 모두에게 경청되지 못하고 있을 뿐인 사랑이다.


우리는 왜 가까운 사람에게 불평할까?

우리는 낯선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쉽게 불평하곤 합니다. 가족이나 연인, 오랜 친구처럼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일수록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사소한 일에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데이비드 화이트는 이러한 불평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불평은 사랑이다. 양쪽 모두에게 경청되지 못하고 있을 뿐인 사랑이다. (p 200)

그는 불평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불평은 다른 모든 길이 망가진 듯 보일 때에도 연결을 유지하려는 방법이다. (p 202)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무런 기대가 없는 사람에게는 굳이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에게는 내 말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나를 조금 더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곤 하지요. 그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 우리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거나 불평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데이비드 화이트는 불평을 단순히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말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서툴게 드러나는 방식으로 바라봅니다.


거듭거듭 거부하는 용기의 길

불평할 때 우리는 흔히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으면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요.

그런데 데이비드 화이트는 여기서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불평하는 우리 자신은 과연 다른 사람의 말에 충분히 귀 기울이고 있을까요?

우리는 상대에, 양심에, 건강에 유익한 것에, 우리가 거듭거듭 거부하는 용기의 길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불평하게 되는 경우가 퍽 많다. (p 202)

생각해 보면 우리는 상대방에게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데에는 소극적일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만 고집하기도 하지요.

불평이 반복되는 이유가 반드시 상대방이 내 말을 듣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때로는 나 역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스스로에게 필요한 변화를 외면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는 불평이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불평 속에서 나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가 불가능한 일을 요청하고 있음을 듣게 된다. (p 203)

상대방이 왜 내 말을 듣지 않는지 묻기 전에, 내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 자신은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불평을 다른 말로 바꿀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불평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데이비드 화이트는 불평을 무조건 참거나 없애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불평은 상대와 접촉하려는 나의 표면적인 시도 아래 놓인 진짜 바람, 그리고 그 바람의 진짜 취약성을 발견하도록 한다. (p 203)

우리가 불평할 때는 상대방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인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원하는 것인지 말이지요. 그 바람을 이해하고 나면 불평을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왜 연락을 자주 안 해?”라는 말 대신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가끔 소식 전해 주면 좋겠어.”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그는 이렇게 불평이 관심과 제안으로 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판단과 비판적인 관찰이 돌봄의 무력한 취약성을 거쳐 적절하고 친밀한 제안으로, 더 깊고 조용하며 덜 비판적인 관심으로 전환될 때 불평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p 205)

물론 이런 변화가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반복해 온 말투를 바꾸는 일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일도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서로가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면, 불평은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불평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더 좋은 삶을 향한 아름다운, 하지만 모습을 위장하고 있어 경청되지 못하는 제안이다. (p 206)


오늘은 데이비드 화이트의 이야기를 따라 ‘불평’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상대방을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을 불평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진심이라고 해서 언제나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는 것은 아니지요.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긴 자신의 바람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최근 누군가에게 불평하거나 불평을 들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은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며, 서로가 정말 전하고 싶었던 마음은 무엇이었을지 생각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다음 〈단어를 읽는 시간〉에는 또 다른 익숙한 단어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겠습니다.

 

*위 뉴스레터는 데이비드 화이트의 《위로Ⅱ》에서 발췌하여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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