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대포알
“그땐 그만큼 당신을 사랑했죠. 우리 집이 다른 도시로 이사했을 때 난 내 속에 무거운 대포알을 품듯 당신을 담고 갔었는데.”
스콧 피츠제럴드, 『행복의 나락』(녹색광선, 2021) 중 「비행기 환승 세 시간 전에」에서.
아마도 비즈니스 여행 중이었겠죠. 비행기 환승시간까지 3시간의 여유를 얻은 남자는 “자신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어서” 소년시절 사랑했던 그녀를 20년 만에 찾습니다. 고백도 하지 못하고 열두 살에 그 도시를 떠나야 했던 아쉬움과 그녀에 대한 첫 정을 평생 대포알처럼 품고 살았다지요. 그토록 그리던 그녀를 만나서 남자는 행복해졌을까요? 그러니까 행복이란, 평생 안고 다니던 무거운 대포알을 드디어 내려놓는 일일까요, 아니면 마음속에 대포알 하나 품고 대포알과 함께 묵직하게 살아가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1.[영화로운 모기씨] <페어웰>(2019) 2부 보러 오세요.
혹시 그 대포알이, 아련한 첫사랑이 아니라, ‘죽음’ 같이 정말 무겁고 언제라도 진짜 펑 터질 수 있는 폭탄 자체라면 어떨까요? 룰루 왕 감독의 <페어웰>에서 주인공 가족들은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대포알’을 받아 안고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정작 할머니 본인은 미국과 일본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25년 만에 다 모이게 되어 기쁘기만 한데 말이죠.
지난주에 이어 [영화로운 모기씨] <페어월> 2부에서는 마침내 자유로워진 작은 존재의 큰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할머니에게 병을 알리지 않는 것은 서구적이고 개인중심적인 시각에서는 부당한 일이고 심지어 불법이지요. 삶을 정리할 시간과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 거니까요.
하지만 빌리의 작은 아빠는 “우리에게 그건 할머니의 마지막을 다함께 책임지고 할머니 대신 우리가 그 짐을 지겠다는 공동체적인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어요. 빌리는 마침내 그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빌리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던 방 안의 작은 새 한 마리가 영화 마지막에 커다란 나무로부터 떼를 이루어 하늘로 풀풀 날아오릅니다. 뉴욕에 돌아온 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워졌어요. 혼자가 아니어도, 사실은 혼자가 아니라서, 마음껏 자유로울 수 있는 거겠지요.
2.‘0’하나 더 붙여 받겠습니다!
지난 한 주간도 격려해주시고 모기영이 혼자가 아님을 알려 오신 후원회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김*선, 박*선, 배*우, 최*창, 채*희 님께서 새로이 정기후원을 약정해주셨어요(5월 11일 현재). 덕분에 그간 무보수로 일해 온 스태프 중 일부에게 급한 대로 약간의 사례를 지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돈 받은 것을 무척 민망하고 미안해하며, 한 분이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모기영에서 돈은 받으면 ‘0’이 하나 더 붙은 것처럼 느껴져요...ㅠㅠ”
맞아요. 최소한 0 하나는 더 붙여 보냈어야 했습니다...만, 그것이야말로 모기영에 몸담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됐습니다.
얼마를 보내주시든지, ‘0’ 하나를 더 붙인 값으로 여기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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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주간 모기영]을 쓰겠다고 나서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간절해지고 마음이 한없이 낮아질 수 있으니까요. 저 좋자고 하는 일이 되지 않기만을 더욱 바랄 뿐입니다.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2021.5.15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최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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