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화음”을 찾아서
“아마 어느 화요일이었을 것이다. 너는 괜찮은 사람들 중에 있는 또 다른 너 – 아무렇게나 선택한 너는 무의미하고, 잘못 선택한 너는 해로울 뿐이다 – 와 합치면 스스로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그 순간 바로 새로운 동질감의 공간이 탄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따금씩 너는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간다. 침묵마저도 스쳐 지나가는 그 화음을 찾기 위해.”
<수많은 우리>, 에바 피규어 글, 에바 알머슨 그림, 『행복을 찾아서』(본북스, 2020)에서.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에바 알머슨의 그림에 끌려 장바구니에 담은 책입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너무 나 같아서, 움찔움찔 하면서도 씨익 웃게 되는 책이었어요. 시집 같기도 하고 짧은 그림책 같기도 한 이 책의 정체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요.하지만 마냥 예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수많은 우리>라는 제목이 달린 위의 인용글은 이런 ‘팩트폭격’으로 시작해요.
“너는 너무 너의 것이라 누군가와 너를 공유할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마침 뉴스 레터를 쓰고 있는 오늘은 화요일이네요. ‘나’가 너무 중요하고 스스로 ‘너무도 나의 것’이어서 뭔가를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내가 또 다른 ‘나’들과 합쳐져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공간,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가는 것.
저에게 모기영은 그런 모험입니다. “침묵마저도 스쳐지나가는 그 화음”을 찾아나서는 일 말이죠.
네, 이 각자도생의 정글에서 참으로 촌스럽게도, 나를 조금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우리’가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제 생각에, 그런 게 바로 행복이라고 믿는 ‘나’들이 아직 잔뜩 있을 것 같은데요. 아닌가요? ^^
1.[영화로운 모기씨] <비커밍 아스트리드>(2018) 1부가 공개되었습니다.
“말괄량이 삐삐” 아시죠?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삐삐 롱스타킹』을 낳은 스웨덴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삶을 다룬 전기영화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반짝반짝했을 십대 시절에, 아스트리드는 쫓기듯이 도시로 떠나 혼자 아기를 낳고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어요. 1920년대의 일입니다.
세월이 흘러 90대 노인이 된 아스트리드에게 꼬마친구들이 팬레터를 보내와 묻습니다. “작가님은 그렇게 오랫동안 어른이었는데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을 그렇게 잘 알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이번 주에 출연하는 ‘모기씨’들은 박일아, 최은 프로그래머입니다.
SNS에 자꾸 ‘모기영’ 관련 포스팅을 하니, 언제부턴가 살충제 광고가 제 피드를 채우기 시작했어요.^^;
당황스럽긴 하지만, 저희가 혹시 엉뚱한 소리를 하면 에프킬라를 뿌리셔도 좋습니다. 일단 찾아와서 들어주시고 얼굴 내밀어 주시는 “수많은 우리”들을 만날 수 있다면, 여러분의 쾌적한 여름을 위해 기꺼이 ‘모기제로’가 되겠습니다.^^
2.장프로의 <세 자매>(2020)
장다나 프로그래머가 기고하는 웹진 사이트를 추적해서(?) 찾아왔습니다. 결코 평범하지도 예사롭지도 않지만 따지고 보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승원 감독의 <세 자매>를 품는 따뜻한 리뷰입니다.
[..... 사는 게 참 바쁘다 등등 의미 없는 수다를 떨던 정미는 갑자기 작은 언니가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지긋지긋하다고 집안 살림 다 부수고 나가버렸어.” 짧은 순간이었지만 평생 이 자매를 부러워했던 나는 머릿속에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걸 느꼈다. “아니 그게 무슨 일이래”.....]
3."수많은 우리"... 는 아직 아니지만.
이번 주에도 새로이 정기후원을 약정해주신 분들 덕에 단단한 마음을 다시 품어봅니다. (5월 21일 현재) 조*희님, 신*주님, 오늘교회(경기도 고양시)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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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인용한 에바 피규어의 글 <수많은 우리>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자, 보아라.
오늘 네 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네가 그렇게 수많은 우리의 씨앗을 뿌리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래서 상상을 해보려고 합니다.
함께 하시죠.
2021.05.21.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최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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